부산경남 분원장 회의 참석한 스님의 안타까운 토로

“분종이나 탈종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감정적으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대화를 통해 양보해야 합니다. 종단에서 특별교구를 만들어 선학원 종도들을 감싸는 방법도 좋은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 주최로 지난 23일 부산 금정사에서 열린 ‘부산ㆍ경남 지역별 분원장 회의’에 참석한 부산 모 사찰 분원장 스님의 안타까운 토로다. 스님은 종단과의 결별을 종용하는 임원들의 일방적인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대화를 통한 노력이 아쉽다며 회의에 참석한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날 지역별 분원장 회의는 이 스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의도대로 마무리 됐다. 이날 참석한 32명의 분원장 가운데 31명이 임원들이 작성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법에 동의할 수 없다 △종단은 더 이상 선학원에 간여하지 말 것 △선학원 이사회의 결의를 전폭 지지한다 △정화의 이념을 존중할 것 등 4가지 사항을 담은 결의문에 서명했다.

선학원 관계자는 “지역 분원장 스님 대부분이 임원들의 뜻에 동의했고 불이익이 있더라도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면서 “1980년대 중반부터 반복되고 있는 사안에 모두 질려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분원장들의 결의가 부산, 경남지역 분원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선학원 이사회에 밝힌 전국 분원현황에 따르면 경남ㆍ울산, 부산지역 분원은 67곳으로 포교원 45곳을 포함하면 110여 곳에 이른다. 절반도 안 되는 31명의 동의를 과연 지역 분원의 전체의 의견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날 금정사를 방문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스님은 “30여 명으로 지역 분원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면서 “선학원 임원들은 처음부터 종단과의 대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방적으로 탈종을 위한 설득에 나서는 있어 분원장들이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이날 회의장에는 용역으로 추정되는 검정색 정장차림의 건장한 남성 10여 명이 회의장 출입구 곳곳을 막는 등 회의 전부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실제 덕숭총림 선학원대책위원회 위원장 효성스님과 중앙종회의원 정범스님 등 수덕사 스님들을 비롯해 종단 관계자들이 분원장 스님들에게 현안과 관련된 자료집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선학원 관계자들의 저지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본지를 비롯한 취재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의장 출입은 고사하고 인근 사진촬영도 제지당하는 등 결국 회의가 끝날 때까지 절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덕숭총림 선학원대책위원회 위원장 효성스님은 “용역까지 동원해 외부의 개입을 막는 이사회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한 분원장들이 임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연 소신껏 의견을 밝힐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런 식으로 지역별 분원장 회의를 진행해 얻는 동의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고 되물었다.

한편 선학원 이사회는 부산 금정사를 시작으로 23일 대구 보성선원, 24일 대전 심광사, 30일 서울 중앙선원에서 잇달아 지역별 분원장 회의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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