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원광대 교수 ‘통도유사’ 주제로 불교포럼 강연

“불교가 전래되면서 용(龍)은 고승에 의해 제압된다. 말 안 듣는 용은 쫓아내고 말 잘 듣는 용은 데리고 쓴다. 이를 조복(調伏)받는다고 표현한다. 용은 부처를 지키는 신장, 즉 보디가드가 된 것이다.”

조용헌 원광대 교수<사진>는 불교포럼이 오늘(7월23일) 오전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에서 연 제12차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통도유사, 통도사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통도사 곳곳에 용의 신화가 살아있다며 사찰과 용의 관계에 대해 소개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농경사회에서 토착신앙이었던 물을 지배하는 용신(龍神)은 불교가 들어오면서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아시아에서 쌀은 물에서 생산된 것이고 이 물을 지배하는 고대의 신은 용이었다”며 “불교가 생기면서 이 용신의 역할이 부처로 전환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설에 의하면 통도사 금강계단 자리는 원래 늪지대였다. 늪지대를 흙으로 메워 금강계단을 만든 것이다. 왜 물이 고여 있는 자리에 성스러운 금강계단을 지었을까. 이 늪지대에 용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즉 통도사는 용이 지배하는 터였던 것이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 스님은 도력을 써서 여덟 마리의 용들을 쫓아내고 절을 짓는다. 마지막 한 마리만 남아서 자장율사 스님에게 항복하고 절을 지키는 신장으로 남았다는 창건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조 교수는 “자장율사가 터를 잡으면서 그 동안의 토착신앙이었던 용 신앙에서 불교의 부처신앙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용이 살던 지점에 법당을 지은 것은 자연스러운 전환”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깨달음의 세계인 극락정토로 중생들을 건네 주는 반야용선이 토착신앙과 불교의 이상적 조화를 이룬 대목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가장 안전하게 망자를 건네다 주는 배를 불교에서는 ‘지혜의 용이 끄는 배’라고 생각했다”며 “용이 불교의 사상체계 속에 자연스럽게 포섭된 경우”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1500년간 조직 체계를 원형 그대로 유지한 집단은 승가가 유일하다”며 승가야 말로 창의적 콘텐츠의 산실임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단지 착안을 못할 뿐이지 한국의 절들은 판타지 소재와 연결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며 “반년도 못돼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세상에 역사를 이어온 유일한 집단은 승가뿐이다”고 말했다.

포럼에는 조계종 종책특보단장 정념스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스님을 비롯해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박범훈 중앙대 명예교수,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장, 이희구 지오영 회장, 윤영로 전 외환은행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최기문 전 경찰청장, 정갑윤, 김장실, 류지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접수 및 조찬, 한글 반야심경 봉독, 강연, 기념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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