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열전 - 전등의 역사

정병삼 지음 /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정각을 얻은 부처님께서 범천의 권청으로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한 이래 부처님 가르침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 가르침을 믿고 의지해온 불제자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중견 불교학자가 부처님 입멸 후에도 면면히 이어온 제자들을 통해 2500 여년의 불교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눈길을 끈다.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는 부처님 탄생부터 인도, 중국을 거쳐 한국에 불교가 전해지기까지 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님들의 면면을 정리해 <고승열전>을 펴냈다.

책은 총 5편 60주제로 구성돼 있다. 부처님 일대기를 비롯해 인도와 중국을 대표하는 스님과 근현대 한국불교의 고승까지 다룬 이 책은 300여 쪽으로 요약된 불교사나 다름없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기획출간부에 따르면 이 책을 기획한 것은 개원 10주년이 되던 지난 2001년 이후로, 지관스님의 특별한 유시로 불교 천년 지성사 등을 기획 추진했다고 한다. 10여년 만에 선보인 책은 역대 고승들에 의해 2500여 년을 이어온 불교 전등의 역사를 압축한 것이다.

중견불교학자 정병삼 교수

석가모니부처님 탄생부터

인도 중국 한국 대표 고승

행장 일목요연하게 정리

2500여 년 불교사 한눈에

이 책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생애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역대 전등조사들의 근본에 부처님이 계신다는 생각”에서 “부처님 일생을 팔상과 더불어 풀어낸 해석을 더해” 1편 ‘시아본사(是我本師)’를 완성했다.

송광사 팔상탱과 <석씨원류응화사적> 등 도상을 바탕으로 부처님 일대기를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팔상도를 함께 실은 것 외에도 다양한 경전에서 전하는 기록까지 함께 전하는 등 상세한 설명을 더해 독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2편에선 가섭, 아난존자 등 십대제자들의 행장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것 외에도 승단의 분열을 초래했던 제바달다의 입장과 비구니승단의 출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저자는 시대적 배경과 의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가섭존자가 상수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인도 제일의 재력을 가진 집안 출신이었던 가섭에게는 출가 후에도 상당한 위력이 잠재해 있었을 것이고, 불교가 인도사회에 든든한 뿌리를 내리는 데 가섭의 배경은 적지 않은 기반을 제공하였을 것”이라는 해석을 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부처님께 해를 가하려 하고, 승단을 이탈해 5법을 제정하는 등 문제적 인물로 묘사됐던 제바달다에 대해서는 “화합승단을 분열시킨 죄가 뼈저린 것이었기 때문에 온통 부정적인 기사로 채워졌을 것”이라며 “그보다 제바달다는 발전하는 교단운영에 대해 새로운 추세에 따라 탄력적인 사고를 갖추지 못하고, 기존 체제에 집착하는 보수적인 생각에 머무른 한계를 가졌던 이”라고 서술했다.

이와 함께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유마거사와 <불소행찬>의 저술한 마명스님, 중관사상을 집대성한 용수보살 등의 행적도 다뤘다.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에 의해 전등의 역사는 이어졌다. 사진은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스님들이 안행하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3편은 중국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불교사상사를 개관할 수 있는 인물로 엄선했다. 중국에 불교를 안착시킨 석도안스님을 비롯해 역경의 새 지평을 연 구마라집, 염불결사를 주도했던 여산혜원과 천태지자대사, 도선율사, 구법의 화신 현장삼장, 화엄철학을 완성한 법장, 염불왕생과 정토교를 완성한 선도스님의 진영과 함께 행장이 정리돼 있다. 또 선종을 일으킨 혜능스님, 간화선의 종장 대혜스님의 행장도 상세히 전한다.

인도,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불교는 1700년간 한국 정치와 문화 등에 남다른 영향을 미쳤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승이 배출됐으며, 한국불교사상과 문화를 구축해나갔다. 4편과 5편은 한국 고승에 대한 기록이다.

4편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5편은 근현대로 시대를 나눠 조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4편에서는 불교 공인을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이차돈을 시작으로 화랑을 주창했던 원광법사, 계율의 시작 자장율사, 중국불교까지 영향을 미친 원측, 원효대사 외에도 한국에 남종선을 전해온 도의선사, 정혜결사를 주도했던 보조국사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또 척박했던 조선시대 불교를 이끌었던 서산과 부휴대사, 조선후기 선풍을 계승한 백파와 초의스님도 만날 수 있다.

근현대 한국불교를 이끈 스님들의 일대기를 정리한 5편은 근대선을 일으킨 경허선사와 일제강점기 불교대중화를 주도했던 용성스님의 대각운동, 문화와 교육포교를 주도했던 석전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인공은 지관스님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기 전 스님은 이미 학자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런 스님이 1991년 가산불교문화원을 열고 시작한 대작불사는 한국불교는 물론 세계 최대규모 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발간이다. 스님은 입적 전까지 본인이 집필해야 할 항목 원고를 모두 써놨을 정도로, <가산불교대사림> 발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역대 고승들의 밝은 빛을 새기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른 인연을 다짐하려는 뜻”에서 책을 냈다는 정 교수는 인도, 중국, 한국의 고승들이 지키고 전하려 했던 불교의 요체를 현대적 언어로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정병삼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신라불교사를 비롯해 한국불교사와 불교사상사, 불교문화를 연구한다.

[불교신문3027호/2014년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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