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슬픔 딛고 희망 찾아가는

용인 법륜사 ‘드림 템플스테이’ 

지난 5일 열린 법륜사 드림콘서트에서 국악인 이용선, 가수 안태상이 일감스님의 사회로 공연을 하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고 ‘가슴 아픈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고 템플스테이를 찾은 사람들이 더 큰 아픔과 직면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모처럼 웃었다.

용인 법륜사는 세월호를 템플스테이에 끌어들였다.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생때 같은 자식들을 창졸간에 바다에 잃어버린 부모 앞에서, 지금 자식을 키우고 있거나 키웠던 부모 입장에서 그 마음이 어떨지 잘 알기에 아무 말 못했는데, 그래서 더 힘들고 아팠는데 이렇게 모두 모여서 말하고 함께 울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아픔도 눈물에 씻겼음을 깨달았다. 개인의 번뇌보다 더 큰 우리 사회의 아픔을 안고 템플스테이에서 아무리 가부좌 하고 앉아 마음을 들여다봐도 세월호를 극복하지 않고는 힐링이 되지 않음을 모두 알았다. 우리 모두가 같은 번뇌를 안고 있기에 법당에 처음 마주 앉은 모두는 쉽게 하나가 됐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다 함께 웃고 같은 꿈을 꾸었다.

지난 5일 오후7시 법륜사 대웅전에는 철야로 템플스테이가 열렸다. 템플스테이 시작은 콘서트였다. ‘내비둬’ 콘서트로 인기를 구가하는 일감스님(조계종 기획실장)의 사회로 전주에서 소리꾼 이용선 씨가 팀을 끌고 법석을 펼쳤다. 법륜사에서 두문불출 천일 정진을 최근 마치고 다시 만일 기도를 시작한 주지 현암스님과 사중 스님, 그리고 템플스테이 동참자 등 200여명이 대웅전에 모였다. 이날 법회 주제는 ‘드림콘서트-아파하지 말고 다시 희망을 2’.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다시 희망을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법륜사는 매달 2차례씩 꿈을 주제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사찰로 유명하다. 법륜사 자체가 비구니 스님들의 당당하고 힘찬 원력과 꿈을 갖고 세운 절이다. 사찰의 꿈과 사람들의 꿈이 템플스테이에 담긴 셈이다. 지난 5일 템플스테이도 그 일환이었다.

이날 특별히 초대받은 공연자 이용선 씨는 판소리의 고장 전북의 국악인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영 아티스트.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엄마가 쓴 편지로 만든 노래로 참석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가 하면 국악가요로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등 시종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이용선이 가자고 해서 무슨 자리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왔다’는 가수 안태상은 현란한 기타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칫 울고 웃는 잔치 마당으로 흐를 수 있는 콘서트가 이날의 주제인 희망을 향해 갈 수 있었던 것은 사회자 일감스님 덕분이었다. 스님은 공연과 공연 사이를 이으며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다. 청중석으로 가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사람들의 짓궂은 질문과 요구도 잘 받아줘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현실의 문제에 부딪힌 대중들에게 그들의 언어와 눈높이로 진리의 길로 이끄는 힘이 이 날 템플스테이가 왜 열렸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스님은 “꿈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꿀 때 힘들어 그만 두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고 실현할 때까지 끌고 가는 힘이 생긴다”며 “우리 모두를 위한 꿈을 꾸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연의 절정은 주지 스님의 공개 열창이었다. 참석자들의 성화에 떠밀려 나온 주지 스님은 가수 못지 않은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엄청난 박수를 받고, 앵콜공연까지 마쳤다. 신도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신이 난 주지 스님은 점잖게 앉아 박수 치는 비구니 스님과 신도들까지 끌어내 콘서트는 다함께 어우러진 한마당으로 변했다.

주지 스님과 사중 스님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습한 수화 공연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 신도는 “주지 스님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어느새 3시간이 흘러 밤 10시 공연은 끝나고 템플스테이 참석자들은 다음날 아침9시까지 꿈을 찾는 명상에 젖었다. 주지 스님은 이 같은 공연을 용인시와 협의해 3개월 마다 한차례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륜사는 상시형 ‘내 꿈아 퍼져라’, 매월 둘째주 주말 ‘드림드림’, 연 2회 ‘퍼져라 콘서트’를 진행한다. 법륜사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서원을 담은 인등을 켜준다. 주지 현담스님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켠 인등이 365일 불을 밝힌다는 것을 알고, 그 불빛이 꿈을 향한 길로 인도해 줄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된다”고 소개했다.

[불교신문3026호/2014년7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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