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분원 12곳 방문기… 분원장 스님들 ‘제적원 제출 어떻게 보나’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선학원 중앙선원. 최근 이사스님들이 집단으로 제적원을 제출하면서 탈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사찰 입구 표지에는

‘대한불교조계종 OO사’

일부 전화번호 찾으면

‘OO선원’으로 돼 ‘의아’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몸’

사찰 추가등록 금지 합의는

“정말 큰일을 하신 것”

 

탈종은 불교위상만 ‘약화’

선학원 이사들 제적원은

잘못된 일 …

 

선학원도 ‘교구’로 인정

위상 배려에 대한 바람도

법인법을 통해 삼보정재의 유실을 방지하겠다는 조계종과 이사 전원 제적원 제출이라는 대립으로 맞서고 있는 선학원. 법인법과 관련해 선학원에서는 “지난 2013년 열린 중진 분원장 회의에서 97%가 넘는 비율로 선학원 이사진의 결의를 적극 지지했다”며 독자적인 운영에 대해 정당화 하고 있다. 조계종과 선학원의 대립을 분원장 스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4, 15일 이틀간 경기, 충북, 충남, 대전 지역 선학원 사찰을 찾았다. 선학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찰 130여 곳의 리스트를 뽑아 무작위로 12곳의 사찰을 찾았다. 주지 스님께 취재의 목적을 설명하고, 사찰명과 주지 스님 법명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현 사태를 보는 입장을 들었다.

오전9시, 경기도 A 사찰을 찾았다. 비구니 스님이 30여 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가꾼 사찰은 편안하면서도 전통건축의 미를 잘 간직한 대웅전과 요사채로 이뤄져 있다. 사찰 입구 표지에는 ‘대한불교조계종 00사’ 라고 적혀 있었다.

“욕심이에요. 몇몇 이사 스님들이 욕심을 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지. 출가한 스님들이 선학원 보고 출가했나, 조계종으로 출가한 거지. 설사 선학원이 없어지면 어때요. 솔직히 나같이 지방에서 절만 일구는 스님에게 그런 것 별로 필요 없어요.”

선학원 임원진들의 제적원 제출을 본지 보도로 접한 것이 전부라는 가 스님은 “사찰이 조계종 산하가 되든지, 선학원 산하가 되든지 별로 상관없다. 내가 죽어서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고, 사찰이 유지되면서 지역 포교에 일익을 한다면 그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이 지역 B 사찰 나 스님의 입장은 단호했다. “난 조계종에 출가한 승려고, 선학원은 은사스님이 사찰의 일부를 등록해 절 유지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라는 스님은 “선학원 이사들의 탈종은 잘못된 일이다. 어찌됐건 조계종과 선학원이 한몸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탈종한다고 할때 따라갈 분원장 스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사찰을 나와 1시간여 간 C 사찰. 작은 산길을 따라 20여 분 간 끝에 도착한 C 사찰은 비구 스님이 주지로 있는 사찰이다. 대웅전 참배를 마치고, 한참만에 방사에서 인기척이 났다. “내용을 잘 몰라요. 관심도 없고, 할말 없습니다.” 결국 절을 돌아나와 다른 지역에 위치한 D 사찰을 찾았다.

“25년 전에 선학원에 서류 때문에 한번 간적 있고, 여지껏 가본 적도 없다”는 라 스님은 “보광사 큰스님이 사찰을 추가등록 받지 못하도록 합의하신 것은 정말 큰 일을 하신 것이다. 선학원과 조계종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주변에서도 직책 있는 스님 빼고는 선학원에 이런저런 일로 간다는 스님을 못봤다. 아마 선학원이 조계종과 떨어진다면 나같은 사찰 주지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인근 E 사찰 주지 스님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태로 선의의 피해를 입는 스님이나 사찰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스님은 “선학원을 하나의 교구로 인정해, 교구본사에 따른 종회의원 배분과 위상을 주고, 선학원은 독립노선을 자제하고 조계종의 뿌리라는 사실을 직시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 용담선원에 들러 공양을 하면서 주지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한시간여 달려 F 사찰에 도착했다. 스님 혼자 거주하는 듯한 사찰인데, 30여 분 기다려도 스님이 오지 않는다. 차는 경기도를 지나 충북 지역으로 향했다. 선학원 사찰 대부분이 네비게이션에 사찰명을 치면 잘 검색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번호를 찍어야 나오는 절이 대부분이다. 등록명칭이 ‘OO사’ 대신 ‘OO선원’으로 돼 있는 까닭일까.

G 사찰에서는 문전박대. 곤란한 질문 하지 말고 그냥 가달라는 스님의 말에 참배만 올리고 나왔다. 도심에 위치한 F 사찰에 들어서자 지장재일 기도를 마치고 노보살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저희들 눈에는 (이사 스님들의) 권력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이사 스님들도 이사직 내려놓으면 그냥 조계종 스님이고 사찰 주지 스님 아닌가요? 어차피 한 뿌리인데 조금씩 양보해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주지 스님에게 “혹시 탈종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벌쩍 뛴다. “난 조계종에 출가했고, 절이 방치돼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 은사 스님의 말씀을 따라 10년전 이 절에 왔다. 일붕선교종 보면 모르나. 분종은 결국 불교의 위상과 힘만 약화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분담금 관련해서는 “선학원에 내면 알아서 조계종과 나눠 사용하는 것 아니냐. 관심없어 모른다”고 말했다.

14일 들른 사찰은 8곳. 스님과 대화에서 누구도 “법인 이사회의 결의를 적극 지지한다”는 말은 없었다. 또한 종단과 선학원이 원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모르는” 스님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불교신문을 통해 전해들은 소식이 대부분이라는 스님이 다수였다.

다음날인 15일, 충남 대전지역 사찰을 임의로 찾아갔다. 인연이 있는 스님의 절은 피했다. 안면이 있어 혹시나 생각과 다른 말을 할까하는 우려에서다. 대전의 H 사찰 주지 스님은 “대전에 대략 30여 곳의 선학원 사찰이 있다. 지난해 분원장 회의를 할 때 (법인법과 관련한) 선학원 이사들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반대했다”고 재차 확인하고 “대구지역 사찰은 선학원 이사회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안다. 그 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으로 안다. 무엇보다 대전은 명확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I 사찰, J 사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산을 그냥 두면 죽고나서 속가에 넘어가거나 다툼이 생겨요. 그러니 스님들 입장에서는 시주들의 소중한 재산이기에 종단이나 선학원에 등록을 하는거지. 1980년대 종단 분규 때는 조계종에 등록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어요. 한쪽에서는 도심포교당 운동이 일어나 도심 사찰을 창건하는데, 정작 종단은 분규로 인해 등록을 못 받았죠. 결국 그 시기에 선학원에 등록한 사찰이 꽤 될겁니다. 그런 스님들의 마음은 하나에요. 불교재산은 공공재산이니, 공공기관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기관이 당시 스님들의 눈에는 선학원이나 조계종이나 같은 거였어요. 요즘 강원교육도 문제 많아요. 확실한 종단관과 승려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이 문제가 더 불거질 때 큰 혼란이 올겁니다.” 한 비구니 스님의 단호한 전언이다.

 

“포교 원력이 재산등록 문제로 발목”

용담사 분원장 스님

용인 용담선원이 경내에서 운영하는 선재어린이집. 용담선원은 선학원, 조계종 이중등록 문제로 인해 불사가 중단돼 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용담선원에서 주지 스님을 뵙고 취재 목적을 말하자 “사찰명을 기록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중 스님 몇분이 함께 자리에 배석했다. 사찰이 위치한 곳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다.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선재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들 소리가 절 마당에 가득하다.

“은사 스님께서 1988년에 이 산골에 300여평 땅을 마련하고, 30평을 선학원에 등록했어요. 조계종에서는 사찰 건물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받아주지도 않아요. 그리고 대중들이 열심히 살았어요. 십수년 전만해도 집에서 장례를 모셨잖아요. 그 때는 새벽 한시에 부고 연락을 받고 잠을 자다 만 채로 뛰어 가고, 산꼭대기 집에 축원을 하러 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땅을 사서 지금 같이 일궜어요. 그리고 2000년에 조계종에 나머지 재산을 등록했지. 조계종 승려니까 당연한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제대로 된 법당을 지으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거라. 선학원과 조계종에 이중등록이 됐다는 이유로 허가서류를 받을 수 없더라구요. 결국 기존 건물 리모델링해서 그냥 법당으로 쓰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되요? 포교를 하겠다는데, 뭔지도 모를 싸움으로 불사를 막고 있으니. 저 어린이집도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요? 기사 쓸 돈이 없어 스님들이 아침 저녁으로 봉고차 끌고 인근 아파트 단지 돌면서 원생들을 태워 와요. 선학원이 무엇을 해주나요, 종단이 뭘 해주나요. 그냥 출가한 스님이니까 채소 키우고, 기도 올리면서 한명이라도 포교하겠다고 하는거지.”

스님은 “행정적 뒷받침이 안되서 결국 사찰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종단과 선학원의 다툼에 관심도 없고, 불편함을 받고 싶지도 않다. 선학원이 등록재산을 포기하든지, 종단이 등록재산을 반납해 줘 불사를 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한번은 불사금 모은 통장을 확인했더니, 돈이 모두 없어진 거예요. 선학원 명의로 된 사찰 통장이었는데, 무슨 일인가 확인했더니 선학원이 법적인 문제로 압류가 걸리면서 상대측에서 통장 돈을 모두 빼간거야. 나중에 선학원에서 그 돈을 돌려줬지만, 그 때 알았어요. 아무 생각없이 재산등록 할게 아니구나.”

스님은 종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전했다. “종단 등록 이후 분담금을 꼬박꼬박 냈다. 그런데 불사를 못하게 돼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고, 몇 번을 종단 담당과장에게 말하고 한해 분담금을 안냈다. 그랬더니 그에 대한 답은 전혀 없이, 분담금 독촉장만 날라오더라. 이런 행정을 보면서 어떤 스님들이 종단의 입장을 이해하고 싶어하겠냐.”

종단법을 지키기 싫다는 선학원 임원들의 욕심이 일선에서 포교에 열중하는 선학원 분원장들을 어렵게 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상세히 목격할 수 있었다.

[불교신문3028호/2014년7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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