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계종학인염불시연대회 현장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날 대상을 수상한 운문사승가대학 보견스님과 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에 각각 300만원의 상금이을 수여했다.

통합종단 출범 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조계종학인염불시연대회에서 운문사승가대학 보견스님과 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이 각각 대상을 차지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이 염불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오늘(7월17일) 조계사 특설무대에서 개최한 학인염불시연대회에서 사미니 승가대학이 대상을 거머쥐었다.

행사장인 조계사는 전국 승가대학에서 몰려온 학인 스님들과 재가자 외에도 스님들의 염불소리로 가득 찼다. 학인 스님들은 지난 2월말 염불시연대회가 공지된 이후 4개월여 간 열심히 연습을 쉬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날, 스님들의 열정과 무더위가 더해져 행사장의 열기는 대단하다. 학인 스님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난 반면, 심사위원 스님들의 얼굴엔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진지한 자세로, 온 마음을 다해 염불을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창작염불을 선보이는 스님들의 모습은 아직 덜 여문 풋풋한 소리를 덮기에 충분하다.

이날 심사에는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12명이 함께 했다. 신재호 기자

학인염불시연대회는 교육원이 학인 스님들의 염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염불수행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마련됐다. 대회 개최 소식이 전국 승가대학에 전해지자마자, 학교별로 관심이 모아졌다. 개인부는 15개 교육기관에서 사미 42명, 사미니 66명 등 108명의 학인 스님이 참가했고, 10개 교육기관에서 12개 팀이 참가했다. 사미 5팀 72명, 사미니 7팀 121명이다. 이 가운데 봉녕사승가대학은 3팀, 청암사승가대학은 2팀이 출전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봉녕사와 청암사승가대학에서 염불을 지도하고 있는 조계종 염불지도교수 금강스님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학인 스님들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바탕에는 한글염불에 초점을 맞춰 사찰에서 지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며 “두 세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하면서 목소리 쓰는 법이나 법구다루는 법은 물론 염불을 일상에서 대중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상을 수상한 청암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의 '불러요 다라니' 모습. 신재호 기자

오전9시20분부터 한시간반가량 진행된 개인전 및 단체전 예심에서는 스님들이 각양각색의 염불을 선보였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심사 끝에 개인 참가자 108명 가운데 사미 6명, 사미니 6명이, 단체 참가 12개 팀 가운데에는 사미 2팀, 사미니 4팀 등 6팀만이 본심에 진출했다. 사미 심사를 담당했던 화암스님은 “법구사용이나 음정이 완벽하진 않지만 목소리도 좋고 열의가 대단했다”며 “염불에 대한 학인 스님들은 물론 재가자들의 관심도 높아져 염불을 콧노래처럼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심 심사위원 도경스님은 “참가한 스님 하나 같이 뛰어난 것은 물론 진지한 모습으로 임해 감동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2시부터 이어진 본심은 명불허전이었다. 사미 승가대학에서 전통을 중시했다면 사미니 승가대학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작염불을 내놨다. 미국 흑인음악의 대표 장르 중 하나인 랩 형태로 염불을 하는 스님이 있는가 하면 진언과 발원문을 혼합시킨 염불 등은 관람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본심에 오르진 못했지만 아미타부처님을 만나 극락세계로 간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편의 뮤지컬공연 같은 ‘임종염불컬’을 준비해온 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 공연은 별도로 시연되기도 했다.

평소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학인 스님들의 염불하는 모습을 지켜본 불자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박경수 조계사 직장직능전법단장(56, 인명화)은 “스님들의 한글염불을 통해 신심이 더 깊어졌다”고 한다. 또 “기회가 된다면 종단에서 재가불자들을 위한 염불대회를 열면 재가자 포교와 전법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통도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신중작법을 하고 있다. 신재호 기자

4시간에 걸쳐 진행된 본심에서 영예의 대상은 창작염불을 선보인 운문사승가대학 3학년 보견스님과 청암사승가대학의 ‘불러요 다라니’가 선정돼 각각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보견스님은 광명진언과 이산혜연선사발원문을 경쾌한 법고소리에 맞춰 염불한 것이다. 청암사승가대학 1, 2학년 스님들은 어린이 포교용으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어린이의 시선에 맞춰 진언의 뜻을 한글로 풀어주고 가벼운 율동을 더해 경쾌한 몸짓을 선보였다.

청암사승가대학 고우스님은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이 부처님을 만났다는 설정을 하고 부처님의 말씀은 기존의 염불조로, 현대인의 기도는 랩의 형태로 전하는 새로운 형식의 염불로 최우수상을 차지했고, 복청게를 한 송광사승가대학 혜공스님, 대령착어를 한 운문사승가대학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각각 15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이밖에도 본심에 오른 개인과 단체팀에 우수상과 원력상, 특별상이 돌아갔다.

학인 스님들의 응원대결도 뜨거웠다. 신재호 기자

염불시연대회 고문으로 오전 예심부터 본심까지 학인 스님들의 공연을 지켜본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염불은 불교문화의 꽃으로 염불꽃이 화려하게 피면 우리 삶이 충실해지고 많은 사람들은 환희와 감동을 얻게 되며 불교에 귀의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옛것과 새것을 조화시킨 학인 스님들의 염불을 보고 법고창신의 정신을 잘 이어가길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설정스님은 종단 어산 스님을 중심으로 고전음악과 현대음악가, 국문학자들로 구성된 염불발전위원회가 구성되길 발원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염불은 출재가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해야 한다”며 “대회에 참석한 사부대중 모두 일상에서 염불을 생활화해 몸과 마음이 부처님을 닮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암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은 임종염불을 뮤지컬 형태로 표현했다. 신재호 기자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스님

심사위원으로서 종단 최초로 열린 학인염불시연대회를 지켜본 의례위원장 인묵스님은 예상치 못한 학인 스님들의 뜨거운 열기와 진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의식은 테크닉보다는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아직 성글어 익지 않아 풋풋함이 그대로지만 진지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학인 스님들이 다양한 창작염불을 통해 염불수행에 대한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칭찬했다. 랩이나 율동을 더한 새로운 염불이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좋은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 징, 부는악기 등 각종 법구가 나왔는데 회가 거듭되면 현대악기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전했다.
인묵스님은 “전통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의 시각에 맞춘 창작염불도 필요하다”며 “오늘 학인 스님들을 보고 전통과 창작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면 한국불교의 염불도 희망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염불대회를 보기 위해 많은 재가자들이 운집한 것을 보며 “포교원과 포교사단이 주최가 돼 재가불자염불대회를 개최한다면 좋을 것 같다”며 “이번 대회 못지않은 열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 및 단체 대상 수상자

대상을 수상한 청암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청암사승가대학 ‘불러요 다라니팀’
어린이 포교용 창작염불로 대상을 수상한 청암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 2학년 스님 10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독송되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어린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쉬운 다라니, 즐거운 다라니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다. 운율은 4분의4박자로 맞췄다. 한글염불이 기본이고, 진언도 한글로 소개했다. 어린이들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간단한 율동까지 더했다. 아이들이 금방 따라할 수 있을 정도다. 율동과 소품을 담당했던 1학년 혜람스님은 “아이들이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법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율동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2학년 다일스님은 “승가대학에서 생활할 때는 뛰지도 못하는 데 율동을 익히자니 어색하고 어렵기도 했다”며 “하루에 3~4시간씩 함께 연습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청암사승가대학은 수상상금 300만원 가운데 일부를 직지사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김천시 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에 후원할 예정이다.

 

대상을 수상한 운문사승가대학 보견스님.

운문사승가대학 보견스님
이산혜연선사발원문 사이사이에 광명진언을 넣은 창작염불로 대상을 받은 보견스님은 첫 대회에 대상이 누굴까 궁금했지만 자신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도반 스님이 광명진언을 흥얼거리는 데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며 많은 도움을 준 3학년 스님과 강사 스님, 법고를 쳐 준 2학년 원겸스님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스님은 이번 염불의 특징을 ‘중독성’이라고 했다. 익숙한 운곡에 광명진언인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 바롤타야 훔’를 붙여 수차례 반복되는데, 처음 듣는 사람도 금방 따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 염불보다 빠른 박자와 경쾌한 북소리가 더해져 시연 내내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을 정도다.
대상을 수상한 기쁨에 상기된 얼굴의 스님은 “수상을 계기로 이제 학교로 돌아가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운문사승가대학 단체팀. 신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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