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무형문화 ‘불복장’ 사상 첫 공개 (下)
- 문화유산 가치 국가적 인정받으려면

전통 불복장 의식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소중한 불교 무형유산을 올바르게 전승하고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수자들의 고령화와 전승자 감소에 따라 불복장 의식은 전승 단절의 위기에 처해 있는 등 풀어야할 숙제도 적지 않다.

대한불교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 보존회 총무 경암스님이 복장의식의 핵심인 후령통(오곡, 오향, 오약, 오보리수엽 등 복장을 넣는 통)을 조성하는 장면. 종단사상 처음으로 열린 지난 9일 시연회에는 국내외에서 300여명이 참석해 전통의식 보존에 대한 많은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복장 의식을 전승하고 있는 스님들은 현재 마땅한 전수자가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불복장 의식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의식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전수자 양성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대한불교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 보존회’에 참여하고 있는 4명의 스님 가운데 2명은 아직까지 전수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스님은 “번거로운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젊은 스님들 가운데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전수자는 없고 소수의 전승자들이 이대로 입적한다면 머지않아 사진으로만 의식 장면을 봐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점안의식만 하고 불복장 의식이 간소화되고 있는 최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보존회는 첫 시연회를 계기로 앞으로 전승 교육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대한불교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 보존회 총무 경암스님은 “시연회 소식을 듣고 전국의 스님들은 물론이고 전날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 한국불교의식을 연구하는 외국인까지 각계각층에서 참여했다”며 “대중들에게 알렸으니 분명히 배우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의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日 지속성 없어

통일된 의식기준 마련

훌륭한 전수자 양성

‘여법한 절차 거쳐

신심을 불어넣는 의식’

인식 변화도 필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승자 스님들마다 차이가 있는 의식 과정이나 복장에 들어가는 물목 등에 대해 일관되고 통일된 기준안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점안의식은 근대 불교의식을 집대성해 편찬한 책인 <석문의범> 발간 이후 통일됐지만 불복장 의식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각 전승자마다 저본으로 하는 의식집이 각기 달라 일차적으로는 면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보존회 회장 무관스님은 묵담스님에게 전해 내려오는 유점사본 <조상경>을, 회원 도성스님은 만암스님 필사본을 전수받았지만 분실해 복사본을 기본으로 한 <조상경> 및 기타경전을, 회원 성오스님은 유점사본 <조상경>을 중심으로, 경암스님은 해인사박물관 소장 <조상경> 필사본과 지관스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의식집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스님들마다 설행하는 의식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 후세에 정확히 의식을 전달하려는 시대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뿐 아니라 불복장을 구성하는 13가지 물목 가운데 오보리수엽과 오길상초 등은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품목이 있어 스님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의식 도구를 제대로 제작해 후대에 전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의식은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복장물목이 소박해지고 절차가 약소해지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승자 스님들은 불복장 의식을 원형 그대로 보존 전승하기 위해서는 불교계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불교용품 사이트에 접속하면 복장 유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사이트를 통해 복장물을 납입하거나 혹은 의식 과정 자체를 생략한다면 성상으로서 예배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의 의미와 취지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연회를 계기로 사찰에서 복장을 개봉하고 또 재 납입 할 때도 같은 의식절차가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 보존회 자문위원인 정은우 동아대 교수는 “고려시대 불상에 불복장을 넣는 의식을 행한 이래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단절 없이 이어져 내려온 유일한 불교의식”이라며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이 의식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형화 작업 등을 거치면 무형문화재 뿐 아니라 세계문화유산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 불복장 성립과 이웃나라 ‘사례’

日, 오장육부 모형화하기도…

불복장(佛腹藏)의식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정확하진 않지만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500여년이 지나 불상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처님은 자신을 숭배하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리(舍利)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무불상 시대를 거쳐 32상80종호의 형상을 갖춘 불상을 제작했고 불상이 신앙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조형물에 신성함을 부여하는 복장의식이 형성되고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다라 불상과 중국 초기 불상의 정계(頂, 정수리에 상투처럼 우뚝 솟아오른 부분)에 파인 홈이 사리를 안치하기 위한 장치라는 전문가 의견과, 탈레반 정권에 의해 파괴된 바미얀 석불에서 사리와 직물, 5~6세기 문자로 작성된 <연기경(緣起經)> 등이 발견된 사례를 고려했을 때 불상에 신성성을 부여하는 복장 개념은 불상 조성 초기부터 행한 의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불상 조성하기 시작한

삼국시대부터 존재 추정

복장 사례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기는 ‘고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불복장의식이 이뤄진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불상을 조성하기 시작한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장 사례가 본격적으로 확인되는 시기는 고려시대이다.

현재는 기록만 전해지고 있지만 이규보(1168~1241)가 편찬한 <동국이상국집>의 ‘낙산관음복수보문병송>에 당시 불상에 복장이 들어간 시대적 상황과 물목이 소개돼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오랑캐에 의해 훼손된 낙산사 관음보살상에 심원경, 오향, 오약, 색실, 비단주머니 등을 납입했다고 나와 있다.

이를 통해 고려 중엽에 복장의 물목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록의 물목은 고려후기 불상에서 출토된 실제 복장물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

고려후기 불상 가운데 복장물이 발견된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1274년 이전 조성), 문경 대승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1301년), 일본 간논지(觀音寺) 소장 금동보살좌상(1330년),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1346년),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1346년)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세이료지(淸凉寺) 석가여래입상에서 나온 복장물. 사람의 오장육부를 모형화한 물목. .

조선시대 복장물은 고려시대를 전승하면서도 형태와 물목에 시대적인 차이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충전물로 경전과 복식 및 천, 거울 및 개인 장식구 등이 납입됐으며, 핵심이 되는 합은 뚜껑에 긴 관이 생겨나고 몸체는 원통형으로 변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 모형을 재연해 복장물로 납입한 사례가 있다. 985년 북송에서 제작해 일본으로 옮겨온 일본 세이료지(淸凉寺) 석가여래입상에서는 오장육부를 모형화한 물목들이 들어있었다.

이 물목은 사람 장기 형태와 색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생명력을 상징하는 심장이나 간, 쓸개, 폐 등 사리를 비롯해 옥, 향, 잎사귀 등 오보, 오향, 오엽을 연상하게 하는 물목들이 들어있었다. 또 일본의 남송 관음보살좌상에서도 오장육부 모형을 납입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전통은 당대(唐代)부터 행해졌다고 한다.

북송과 비슷한 시기인 요(遼, 10~12세기 중국 북방에서 거란이 세운 나라)에서도 복장물이 발견됐다. 1056년 건립된 중국 산시성(山西省) 불궁사(佛宮寺) 목조오층탑에는 각 층마다 불상이 봉안돼 있다. 여러 불상 가운데 4층에 봉안된 소조석가여래좌상에는 수정과 후령을 포함해 각종 경전과 불화 등 160여점의 복장물이 출토됐다.

내부에 비밀리에 안치되는 복장의 특성상 외국의 불복장 의식에 관한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중국은 송과 요의 사례로 비춰봤을 때 10세기에 복장 납입이 보편화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불교신문3027호/2014년7월19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