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 ‘전설’ 한성준 이은 3대 벽사
88올림픽·2002월드컵 등 대형공연 주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정재만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지난 12일 오후11시30분 불의의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정 교수는 전북 익산에서 제자 강습회를 마치고 부산으로 이동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지난해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후학 양성에 매진했던 고인이 당한 사고라서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인은 한국 전통춤의 전설이자 한성준(1874~1941)선생과 초대 중요무형문화재이자 한성준의 손녀인 한영숙(1920~89)선생의 뒤를 이어 승무를 계승했다. 승무 계승자에게 따르는 존칭이 벽사(碧沙)인데 정재만 교수는 3대 벽사다.

1대 벽사 한성준 선생은 산재해 있는 조선의 민속춤을 체계화하고 예술로 승화시켰고, 2대 벽사 한영숙 선생이 그것을 이어 전통춤을 갈고 닦아 반석위에 올려놨다. 3대 벽사인 정재만 교수는 시대에 맞게 우리 춤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과제를 스스로 설정했다.

지난 2000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정 교수는 염불, 타령, 굿거리, 법고에 다시 굿거리로 이어지는 승무의 5과장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만큼의 법력을 쌓았다.

고인은 “처음에 엎드려 시작하는 염불장단의 춤은 세상에 막 나온 어린아이를 나타내고, 타령장단에서는 활동적인 청년의 모습을, 굿거리 장단은 황혼기에 접어든 인생을 나타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벽사춤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후학들을 지도한 정 교수는 “춤꾼에게는 삶이 곧 춤”임을 가르쳤다.

1948년 경기도 화성군 정남면에서 태어난 정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송범무용연구소에 들어가면서 한국 춤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곳에서 고인을 발견한 한영숙 선생은 그를 제자로 데려가 승무를 가르쳤다. 이후 그는 세종대와 숙명여대에서 30년이 넘게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정년퇴임했으며, 숙명여대는 ‘벽사 한영숙·정재만홀’을 건립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창작무를 발표한 벽사는 국내외의 각종 무용페스티벌, 국제문화 교류행사, 민속예술제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대형공연을 주도했다. 86아시안게임ㆍ88올림픽의 안무를 총괄했고 2002년 월드컵 전야제 안무총괄, 부산아시안게임 무용총감독,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무용총감독 등을 맡았다.

이같은 공로로 200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2007년 옥관문화훈장, 2010년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각각 수상했다.

고인은 불교예술로 활동했지만 가톨릭 신자로 알려졌다. 정 교수의 발인은 지난 15일 엄수됐으며, 장지는 천주교 수서동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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