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민 팀장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워크숍’서 주장

근현대 불교문화재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대문화재 등록 기준이 모호해 현행 규정만으로는 근대 불교문화유산들이 올바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등록문화재 제도를 시행한 지 14년이 됐지만, 근대 불교문화재는 극히 일부만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주장은 인용민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정책연구실 팀장이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와 대각사상연구원이 지난 6월26일 동국대 충무로 영상센터에서 연 ‘백용성 대종사 총서 발간 및 전산화 사업 워크숍’에서 나왔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2년 서울 한국전력공사 사옥 지정을 시작으로 580여건이 등록돼 보존 되고 있다. 전체 등록문화재 가운데 종교 관련 문화재는 59건으로 이 가운데 개신교가 30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천주교가 24건, 기타(유교, 토속신앙 등) 종교가 17건이다. 불교 관련 등록문화재는 9건으로 이웃 종교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용민 팀장은 특히 근대문화재 지정 심의 과정에서 불교문화재에 대한 명확한 가치 판단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불교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근대문화재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신문물, 신경향 등 근대적 시대성과 역사성이 반영된 조형물을 뜻한다. 즉 ‘근대성’이라는 가치가 반영돼 있는지가 등록문화재 지정에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등록문화재 가운데

불교 유물 지정 건수 최하

심의 때 명확한 기준 없어

특수성 반영한 기준 필요

우리 스스로 인식 제고도

이에 대해 인 팀장은 “‘근대성’이라는 기준 만으로 불교유물에 적용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일반적인 예술품은 시대적 배경이나 기법 등이 작품 속에 나타나지만, 불교유물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근대성이 반영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이웃종교는 근대성이라는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 팀장은 “ 외부에서 들어온 종교이면서 유럽의 건축양식을 받아들였다거나 시대적인 상징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제도 시행 이후 많은 건축물들이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적으로 근대 불교문화재의 가치 판단 기준안을 마련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며 “불교유물이 갖고 있는 종교적 특수성이 고려되면서 조성 당시 신앙심이 투명된 성보(聖寶)로서 그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불교계 전체가 새로운 문화재 지정과 복원을 어떻게 끌고 갈 지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 보광스님은 불교계 전반의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현재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광스님은 “불교계는 몇 백 년 이상 된 국보나 보물만을 중시하면서 등록문화재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인식이 깔려있다”며 “이웃종교는 50년 이상만 돼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등록문화재 지정 열의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현대적 불사를 추진하면서 원형이 훼손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신축불사에 있어 법적인 장애요소 때문에 등록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등록문화재가 수 백 년 뒤엔 국보나 보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워크숍 발표자로 나선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대각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백용성 대종사 총서 발간 및 전산화 사업 과정에서 잡지나 신문, 사상서, 전적류 등으로부터 발굴한 새로운 자료 277건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남양주 봉선사 연꽃유치원 원장 지환스님은 운허스님이 1959년부터 1979년 5월30일까지 21년간 쓴 탁상일기를 분석했다. 스님은 “해방 이후 한국불교 기틀이 마련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등록문화재는 50년 이상 된 근대문화유산을 목록화해 중요한 것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제도이다. 50년이 되지 못했더라도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록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불교신문3023호/2014년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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