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을 ‘염불명상 독송집’으로 강설한 준수스님

크고 높은 담장에 대궐처럼 ‘큰 집’이 마냥 좋았던 열여섯 소년은 절이 좋아 절에서 살았다. 스님들 뒤꽁무니 졸졸 따라다니면서 스님들 하는 기도며 의식이며 흉내내다보면 맛난 떡과 과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비좁고 갑갑한 집에 있느니, 소년에게 절은 ‘극락’이었다.

벌써 40여년 전 일이다. ‘염불’하는 태고종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던 서울 흥천사에서 어린 준수스님은 회초리로 박자를 맞추고 때로는 그 회초리로 따끔한 꾸중을 들으면서 박운월, 황월하스님을 모시고 염불을 배우고 범패를 익혔다.

광주 관음선원 주지 준수스님은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독송과 해설로써 염불명상을 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편집하여 출간했다.

지난 6월27일 염불명상도량 광주 관음선원에서 만난 준수스님은 어린시절 태고종의 거장 운월스님으로부터 매맞으며 배웠던 염불을 살짝 보여줬다. 두 눈을 그윽하게 내려감고 다소 긴 호흡으로 꺼질듯 살리고 머무르는 듯 흘러가는 스님의 염불은 ‘나무(南無)’라는 단 두 글자조차 ‘나~~~~~으~~~~우~~~므~~~무’로 갈무리해서 청자의 마음을 단칼에 사로잡는 내공이 압권이다. 염불의 힘이다.

흥천사에서 했던 염불공부가 익어갈무렵, 당시 절에 사는 팔순의 노스님들에게 한문게송의 뜻을 물어도 돌아오는 답변이 시원치 않았다. 무조건 걸망을 지고 영축산 통도사강원으로 갔다. 경전을 탐독하면서 한문공부에 주력했다.

1978년 청하스님을 은사로 정식 출가하고 당시 통도사 강원 강주였던 지안스님 강하에서 사미과를 수료했다. 준수스님이 다시 걸망을 푼 곳은 봉선사 홍법강원. 월운스님으로부터 내전을 수학하다 1992년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 봉선사 능엄학림 개설에 앞장섰으며 1998년 졸업과 동시에 전강을 받았다.

이후 은해사 승가대학원에서 여러 도반들과 더불어 무비스님이 강의한 <화엄경>을 들으면서 학업을 성취했다. 그 사이 송광사 서울지부 법련사 불일청년회 지도법사를 지냈고 미국 LA고려사 법사도 역임했다.

1970년대 서울 흥천사서

박운월 황월하스님 모시고

염불 배우고 범패 익혀…

통도사 강원서 수학

봉선사 능엄학림 개설에 앞장

월운스님 전강제자로 졸업

준수스님이 10여년 전부터 용인과 성남 등지를 거쳐 지금의 경기 광주 관음선원까지 오면서 줄곧 신도들과 함께해온 수행은 ‘염불명상’이다. 인터넷 블로그에 준수스님이 올린 염불명상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불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참선은 마음으로 마음을 찾고, 경전공부는 글자로 마음을 찾으며, 요가나 선체조 등은 몸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길이라면, 명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이에 염불수행을 소리와 함께 명상을 하면 좋겠다 하여 염불명상이라고 이름하였습니다.”

준수스님은 “특히 정토신앙에 있어서 소리는 매우 중요한 수행방법이며 그 법문이 명상과 잘 어울리는 진리의 말씀이라 마음을 모으고 소리에 집중하며 뜻을 관하다보면 차츰 염불삼매의 공덕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리’와 함께하는 ‘염불명상’

마음 모으고 소리에 집중

뜻 관하면 ‘염불삼매’ 공덕

독송과 해설로 보는 금강경

한 권 보면 서너번 독경 효과

준수스님에 따르면 염불명상은 4단계로 이뤄진다. 말과 침묵, 움직임과 고요를 인식하는 ‘어묵동정(語動靜)’, 문장을 독송하면서 동시에 뜻을 관하는 ‘송문관의(誦文觀義)’, 소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가는 ‘고저장단(高低長短)’, 곡의 완급을 조절하는 ‘곡조완급(曲調緩急)’ 등이다.

준수스님의 이번 책은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염불명상 독송집으로 편집한 보기드문 불서다. 흔한 해설서도 아니요, 일반 독송용 금강경도 아니다. 한 페이지씩 한 가지 의미를 핵심으로 붙여 우선 제목만 훑어도 금강경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또 32분 앞에는 각 분의 핵심사상을 쉽게 풀어 한 문장씩 요약해서 넣었다. 이같은 독특한 구성은 책을 한번 독송하면 금강경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서너번 이상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긴 세월 금강경을 독송하고 강설해온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결과다.

일반적인 금강경 해설서는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독송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독송용 금강경은 그야말로 아무 해설이 없으니 그 뜻을 파악하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준수스님의 ‘염불명상 금강경’은 독송과 해설 두 마리 토끼를 간편하게 잡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구조를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염불은 苦 소멸되는 수행법

“행복하고자 한다면

도 닦아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염불명상 하는 것입니다”

스님은 왜 염불에 착안하는가. 준수스님은 “염불은 고(苦)가 소멸된다”라고 단언했다.

“세상과 바탕이 되어서 염불을 하면 법신(法身)의 세계에 들어 긍정에너지를 누리게 되어 있습니다. 염불은 부처님을 향해서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직 자신을 향해서, 자기 내면을 향해서 해야 합니다. 자신을 향해 거듭거듭 염불함으로써 내면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뭔가를 자각할 때, 그 때 비로소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야 이놈 너 이제 됐다’고….”

준수스님은 고령화 사회에 최적의 불교수행이 염불이 될 수 있고, 염불명상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과 불법의 진리를 교감시킬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불법은 꼭 그래야만 하는 정해진 가르침이 아니다’, ‘금강경은 글이 아니다, 그 글이 담고 있는 더 큰 우주적 메아리다’…라는 시선으로 밤낮없이 포교와 정진에 매진한다.

광주 특전사교육단에서 정기법회를 열어 군장병들에게 쉽고 흥미로운 법문을 설해주고, 신도들이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한시(漢詩)교실을 열어 경전을 공부한다. 대한불교소년소녀합창단과 불일청년회 등 한국불교역사와 함께 걸어온 포교신행단체와 남다른 인연으로 작은 도량 관음선원에는 수십년 스님과 인연맺은 재가불자들의 발길이 잦다.

준수스님 강설 / 도반

“부처님 가르침은 신의 뜻이라 맡기고 빌거나 우연이라 방치하는 어리석은 삶이 아니다. 마음을 챙기고 자신을 통찰하며 향상의 길로 나아가려는 정진이 있어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며 몸으로 행동하는 모든 행위가 미래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바른 인식으로 사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금강경을 통해 부처님이 말하고자 하는 참진리를 준수스님의 언어로, 가슴에 와닿는 소리로 다시 보여준다.

“배고프면 밥 먹어야 하고, 목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하며, 피곤하면 잠을 자야 하듯이 행복하고자 한다면 도를 닦아야 합니다. 그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염불명상입니다.” 준수스님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한마디 하고 눈감을 수 있으면 그것이 최상의 삶”이라고 했다.

[불교신문3023호/2014년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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