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의 증도가 강의

무비스님 강설 / 조계종출판사

선(禪)을 공부하는 이들이 지녀야할 평생의 지침서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대강백 무비스님이 펴낸 <무비스님의 증도가 강의>가 바로 그것이다.

<증도가(證道歌)>는 육조혜능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영가스님이 깨달음의 심경에서 그 요지를 읊은 선시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도를 증득한 노래이다. 영가스님은 당시 유행하던 천태종에 있었으나 깨친 후 선종으로 넘어왔다.

영가스님이 증도가를 지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영가스님이 조계산에서 하룻밤 자고 이튿날 하직을 고하자 육조 스님이 몸소 대중을 거느리고 전송했다고 한다. 그때 영가스님이 열 걸음쯤 걷다가 석장을 세 번 내려치고 이렇게 말했다. “조계대사를 한 번 뵙고는 나고 죽음과 상관없음을 분명히 알았노라.” 깨달음을 한 데 모아 지은 <증도가>는 선종을 대표하는 글이 됐다.

대강백 무비스님의 삶과 사상

온전히 녹아있는 최고의 강설

‘사람이 부처’, ‘인간불교시대’ 주창

스님만의 언어로 ‘증도가’ 풀어내

이번 책은 ‘사람이 부처’라는 무비스님의 관점에서 스님만의 언어로 증도가를 풀어냈다. 스님은 수행을 통해 불교의 정수를 체험하고 사상을 정립하면서 ‘인간불교시대’를 주창하고 있다.

원시불교, 소승불교, 비밀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이 시대적 요청에 의해 재해석되어 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시대를 인간불교시대로 정의한 것이다. 무비스님은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능력 그대로가 부처의 능력이라고 설파한다.

때문에 스님의 이번 증도가 강의는 단순한 역해 수준과 비교할 수 없다. 스님의 사상과 삶이 온전히 녹아있는 최고의 강설이다.

무비스님은 “어린 시절 이 글을 배우고 얼마나 좋았던지 매일 새벽 증도가로 도량석을 돌던 기억이 새롭다”며 “성현의 말씀은 오래 되새길수록 참맛이 우러난다. 증도가 하나로 평생의 공부거리를 삼는다 해도 결코 그를 식견이 좁은 사람이라 탓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도가 배우고 얼마나 좋았던지

새벽마다 증도가로 도량석 돌아…

증도가로 평생 공부거리 삼아도

결코 식견 좁은 사람이라 탓 못해”

특히 선공부 뿐 아니라 삶에 필요한 가르침만 쏙쏙 뽑아 이야기 하듯 설명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낸 점은 단연 눈에 띈다. 한자어 다음엔 꼭 우리말 해설이 붙어있다. 불교서적이지만 증도가 원문을 제외하고는 한문이 많지 않다.

책은 400쪽 분량으로 다소 두껍지만 읽다보면 진리라는 것이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서 같이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심지어 불자가 아니더라도 읽고 나면 자신감이 붙고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살면서 우리는 비방하고 헐뜯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

무비스님은 불교를 공부했다면 자신에 대한 비방과 음해, 시기, 질투를 소화해 원망과 원한의 티를 한 점도 남기지 않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보통 욕을 들으면 ‘왜 저런 말이 나오게 됐을까’를 잠시 생각할 틈도 없이 성질을 내기 마련이다.

“영가스님은 비방하는 소리를 들어도 감로수를 마시는 것과 같아 그런 험담이 해탈경계로 녹아들어 간다고 했다. 비방하는 소리를 잘 소화한다면 그 욕설은 정말 좋은 수행거리가 되고 인격을 완성하는데 더없이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백일기도 천일기도를 하는 것보다 비방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것이 더 큰 공덕이다.”

“불자로서 불교 공부했다면

자신에 대한 비방ㆍ음해

시기와 질투 잘 소화해서

원망ㆍ원한의 티 한점도

남기지 않는 능력 갖춰야”

수행을 하다보면 일어나는 생각들을 한 곳에 고정시켜 마음의 생멸변화를 멈춰야만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비스님은 마음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 그 구조와 속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수행만 한다고 노력하면 없던 병까지 생길 수 있다고 충고했다. 태양 아래 그림자는 저절로 생기기 마련하고 흘러가는 강물을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비유했다.

스님은 “세상을 바꿀 게 아니라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며 “영가스님은 부단히 일어나던 생각을 없애고서 깨달은 분이 아니다. 생각 속에서 무념(無念)을 보고, 생멸 속에서 불생불멸을 보는 것이지 생각을 지워 무념을 얻고 생멸을 멈춰 불생불멸을 얻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인생사에서도 안목(眼目)이 중요하다”며 “무엇을 보느냐, 어떻게 세상을 보느냐, 어떤 견해를 갖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불교신문3023호/2014년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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