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품 강의

광덕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내 이제 목숨 바쳐 서원하오니/ 삼보자존이시여 증명하소서/ 보현행원을 수행하오리/ 보현행원으로 불국 이루리/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불광법회를 창립한 광덕스님(1927~1999)이 작시한 교성곡 ‘보현행원송’의 후렴구다.

이 노랫말에는 일평생 보현행원을 실천했던 스님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만나는 불자마다 보현행원을 강조했던 스님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보현행원품 강의>가 출간 25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이 나왔다.

도심포교의 선구자이자 경전한글화와 불교대중화에 앞장섰던 광덕스님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이 책은 1989년 첫 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34쇄 총 5만3000권이 발간된 명저다. 책에서 스님은 ‘삶의 현장이 곧 수행’이란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한다.

34쇄 총 5만3000권 발간

불교계 대표 스테디셀러

출간 25주년 개정판 발간

‘대방광불 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이란 긴 이름을 가진 ‘보현행원품’은 보현보살이 10가지 서원을 설한 경전이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설법을 듣고 보리심을 내어 53선지식을 차례로 찾아가서 도를 묻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이가 보현보살이다.

보현보살은 여래의 무량공덕을 성취하려면 열 가지 넓고 큰 행원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보현행원품’이다. 해탈을 염원한 선재동자의 긴 구도행을 끝낸 ‘보현행원품’에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때문에 ‘보현행원품은’ 방대한 <화엄경>의 결론이자 ‘입법계품’의 정수라고도 불린다.

보현보살이 설한 ‘보현행원품’에서 말하는 넓고 큰 행원 열 가지는 ①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 ②부처님을 찬탄하는 것 ③널리 공양(供養)하는 것 ④업장(業障)을 참회하는 것 ⑤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하는 것 ⑥설법하여 주기를 청하는 것 ⑦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 ⑧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는 것 ⑨항상 중생을 수순(隨順)하는 것 ⑩지은 바 모든 공덕을 회향하는 것이다.

불법은 이론, 관념 아닌

현실구체적인 행에 있어

입버릇처럼 보현행원을 강조했던 광덕스님은 보현행원을 통해 기복불교를 넘어 부처님 가르침을 사회에 실천하는 불자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보현행원을 실천하면 ‘나’가 아닌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음을 확신하며 자신의 성과를 인류와 사회에 봉사하고 회향하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이기주의를 늘 경계했다. “나 혼자 잘살기 위한 것은 행원일 수 없고 참 수행일 수 없다”며 “콩 한 톨이라도 나누어 먹고 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행복을 서로 도는 것이 참된 인간의 길”이라며 나누는 삶을 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현행원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만나는 이들마다 보현행원을 설했다. 마땅한 책이 없던 시절, 종이에 적어가지고 다니며 법문했다고 하니 스님의 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님은 “불법을 지식으로 알려 하거나 이론으로 알려하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불법을 행동으로 실천해 불법의 무상공덕을 자신의 생활과 환경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보현행원을 배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현행원은 은둔의 장소

삶 떠난 수행처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

1000년 전부터 널리 읽혔던 보현행원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일상적으로 널리 읽힐 수 있는 경전으로 재발견한 장본인이 바로 광덕스님이다. 본래 ‘보현행원품’은 신라 때부터 별쇄본 형태로 발간될 정도로 널리 읽히는 경전이었다.

고려 균여스님은 ‘보현행원품’을 노래로 풀어 ‘보현십원가’라는 향가를 짓기도 했다. 조선시대 때도 언해본이 빈번하게 나올 정도로 유행했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광덕스님이 1968년 해인사에서 한글본 <보현행원품>을 발간하고, 강의를 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글본 발간 당시 성철스님은 서문에서 “심현오묘한 이 진리를 요약한 보현보살의 행원품은 불교의 골수요, 대도의 표준”이라며 “난해한 한문 속에 갇혀 있는 것을 광덕스님의 원력으로 국역이 완성돼 모든 사람 앞에 널리 개방됐다”며 칭송했다.

<보현행원품> 한글본 발간에 이어 광덕스님은 1976년 11월부터 1978년 10월까지 2년간 월간 <불광>에서 ‘보현행원품 강의’를 연재했다. 그 과정에서 1978년 ‘보현행자의 서원’도 발표했다. 강의연재글이 단행본으로 편집돼 나온 것은 1989년이 돼서다.

<보현행원품 강의> 발간은 재가불자들에게도 ‘보현행원품’이 대중화되는 계기가 됐다. <보현행원품 강의>는 복을 비는 기존의 신앙행태와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기존의 수행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주변의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것으로도 해탈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다.

스님은 “보현행원은 은둔의 장소, 삶을 떠난 수행처가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하는 수행”이며 “우리들의 삶 자체를 수행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보현행원”이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스님의 저술은 ‘보현행원품’ 관련 다양한 저술들이 나오는 데 밑거름이 됐다. 지금까지 ‘보현행원품’ 관련 책들이 25종 가까이 발간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스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2년 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을 발표, 음악을 매개로 해 사람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스님이 직접 쓴 ‘보현행원의 서원’과 ‘보현행원송’은 이 책의 부록에도 수록돼 있다.

늘 실천을 강조했던 광덕스님은 “불법은 이론이나 관념에 있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행에 있다”고 했다.

또 “행원은 닦아서 장차 여래공덕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고 행하는 순간순간 완전한 성취이며, 현실 위에 여래 청정 공덕이 창조된다”고 말해 우리 삶의 현장이 보살의 원대한 꿈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했다.

[불교신문3021호/2014년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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