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소납이 주지로 있는 정방사 주불이었던 목조관세음보살상과 나한 독성탱화가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관세음보살상은 조선 숙종 15년에 조성된 문화유산으로, 온화한 미소와 조선중기 조각을 대표하는 문화재였다. 지정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도난당한 이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던 중 서울의 한 경매 물품으로 나온 것을 총무원 문화부, 불교중앙박물관 직원들이 확인해 문화재청,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 수사해 찾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십 수 년 사이 세계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궁중음식,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찰,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전통 건축물은 한국을 찾는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으며,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있다.

눈여겨 볼 부분은 가수 싸이의 음악을 비롯해 각종 드라마의 열풍이다. 만약 음악이나 드라마의 근저에 문화적 자산이 담겨 있지 않다면 대부분 일회성 흥행으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외국에서 호응하고 찾는 이유는 대중문화에 깊이 내재된 전통문화의 힘이다.

문화유산은 이처럼 유ㆍ무형으로 구분된다. 무형의 문화자산은 유형의 문화를 만들어 내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특징을 지닌데 반해, 유형의 문화자산은 한번 소실되면 영영 되찾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유형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매년 몇 건의 사고로 인해 수백 년 이어져 온 문화유산을 소실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그중 문화재 절도와 불법 매매는 다수의 자산을 훔쳐 개인이나 외국에 팔아넘기는 나쁜 행위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전해준 문화재를 잘 보존해 후손에게 넘겨 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 일연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에는 많은 문화가 담겨 있다. 삼국시대 유행했던 향가를 통해 우리는 당시 선조들의 생활과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또 현재 소실된 황룡사 대탑의 존재와 신라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현존하지는 않지만 많은 문화유산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삼국유사>에 저술된 현장을 찾을 때면 누구나 갖는 안타까움이 ‘이 문화유산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다.

인터넷에서 제천 정방사를 검색하면 목조관세음보살상이 도난되기 전까지 몇몇 여행객이 쓴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방사 법당에 주불로 모셔진 관세음보살님을 접한 글들은 2004년 이후 끊어져 있다. 문화자산을 잃음으로써 겪는 역사와 문화의 단절이다.

이제 다시 법당에 관세음보살님이 좌정하게 된다. 금수산 정방사를 참배하는 불자와 등산객 들은 400년의 세월을 간직한 관세음보살님을 접하면서 저마다의 감회에 젖을 것이다. 사찰에는 당연히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안전한 방법은 국민들이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도난품이 더 이상 매매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신고해야 한다.

정방사 관세음보살님은 사찰 신도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고, 후손들의 것이다. 또한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에게는 우리의 자랑이며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우리의 문화 자산이다.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국민들이 이를 확고히 인식할 때 우리의 문화유산이 보존될 수 있다.

[불교신문3018호/2014년6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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