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과 함께 산책하는 ‘마음의 정원’

승가대학에서 오랫동안 스님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조계종 고시위원장으로 승가고시를 책임지고 있는 지안스님이 산속과 도시를 오가며 보고 느낀 단상을 책에 담았다. 스님은 에세이집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

스님이 ‘생각 속에서 산책’을 즐기며 ‘마음의 원근법’으로 관찰한 세상의 모습은 녹록하지 않다. 잘못된 것을 보고도 잘못된 줄 모르고, 휴머니즘이나 윤리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 시대’인데다가 마음이 차갑게 식은 ‘냉장고 인간’들이 사는 사회가 됐다.

“유물론적 인생관에 사로잡힌 물신숭배와 도덕윤리에 대한 불감증은 비인간화를 재촉”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아예 무관심하거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버려두는 실정”이라 그 사이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놓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생각을 냉동시켜 마음이 얼어붙은” 것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강백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이 신간을 통해 현대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사진제공=불광출판사

“인심이 메마른 사회”의 결과는 참혹하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지하철 사고나 터미널과 요양원 화재 등 최근 잇따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사고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슬픔에 무뎌지고 문제에 둔감해진 현대인들에게 스님은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마치 부처님께서 죽은 아들을 살려달라고 찾아온 여인에게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서 겨자씨를 가져오라”고 해 죽음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한 것처럼 말이다.하나 같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중요하게 여길 줄 알지, 생명을 존중할 줄 몰랐던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문제가 있어도 못 본채 넘어가는 게 일상이 되면서,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슬픔은 곧 잊혀지고, 문제는 다시 반복된다.

세월호 참사, 요양원 화재…

이기심에 인심 메마른 사회

슬픔 곧 잊고 문제 다시 반복

나무 기르듯 좋은 心因 가꿔야

“현대인은 문명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에 반비례해 자기 삶에는 정성을 덜 쏟는 것 같다.” “공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설사 얻는다 해도 공짜로 얻은 건 금방 사라지고 만다. 자기의 피와 땀이 배어 있지 않은 것은 허투루 대하는 게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어려움이 다가올 때는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없다.” 글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양심에서 신호가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스님은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첫 단계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면의 변화 없이 행동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스님은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마다 ‘복밭’을 일구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내 복을 짓는 ‘경전(敬田)’과 은혜를 베풀거나 갚으며 복을 짓는 ‘은전(恩田)’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고 연민의 정을 보내는 ‘비전(悲田)’을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복짓는 경전

은혜 베풀거나 갚는 은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연민 보내는 비전…

세가지 복밭 잘 일구면 

살만한 세상 돼

마음을 바꾸자 결심한다고 해서 그 성과가 하루아침에 드러나지 않는다. 마음밭을 일구는 일은 나무를 심으며 정원을 가꾸는 것과 다름없다.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밭을 개간하듯 행복의 씨앗이 싹틀 수 있게 마음도 가꿔야 한다.

씨앗이 잘 자라게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는 것처럼 마음도 돌봐줘야 한다. 조급한 마음 없이 한 10년쯤 그저 기다릴 생각으로 자신을 믿고 천천히 가꾸는 것이다.

스님은 “성공에는 예외 없는 법칙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인과응보”라며 “좋은 일이 생기려면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생각 속에 지혜의 빛과 덕의 향기가 배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 심인(心因)이 행복의 씨앗이 된다”며 “좋은 심인을 만들어 잘 가꾸면 반드시 행복의 꽃이 핀다”는 것이다.

지안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장애를 만나게 되고, 좋은 심인을 뿌리고 가꾸겠다는 결심도 흔들린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좋은 심인을 가꾸려는 의지가 약해지고, 그렇게 사람들은 공들이는 일에 인색”해지게 마련이다.

스님은 “마음에 어떤 생각을 담느냐는 개인의 자유지만 명심할 것은 옳지 못한 생각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결국엔 독을 담는 그릇이 되고 만다”며 좋은 심인을 심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을 사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결국 삶에도 공을 들이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진리는 행복을 얻는 데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또 스님은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공덕의 숲을 가꾸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덕의 숲이란 선근을 심으면서 복을 짓는 것”이다. “손짓 하나 몸짓 하나 그리고 말 한마디를 조심해 복을 지어야 한다”며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으려면 매 순간 복을 지어 순간순간을 새롭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015호/2014년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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