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상대를 위한 종교인가?

오계〈五戒〉는 철저하게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방해하지 말라는 계…

 

실종되었던 ‘지계’ 참회하고

오계지키기 운동으로 자정하면

험난한 ‘세월의 파고’마저도

포용하는 ‘불교함’으로 거듭날 것

 

세월(歲月)이 어떻게 흘러왔기에 불교가 이렇게도 맥없게 되었을까?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의지할 곳이 불교가 되었어야 마땅할 텐데 그렇지 못한 점, 참사와 인연된 모든 사람들에게 속죄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 없다.

불교는 남의 목숨을 죽이지 말라, 남의 물건을 도둑질 하지 말라, 이성간에 사음(邪淫)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라는 다섯 가지 계(戒)를 지킬 것을 서약하게 하는 종교이다. 신도들로 하여금 이 오계(五戒)를 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지 적극적으로 교화하였다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사고 후에도 사고에 대처하는 모습들에서 불교적인 이해와 자비, 지혜와 방편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고 참회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사회의 흐름에 맞추어 잘 해 왔지만 지나치게 안일한 방법으로 신도들을 교육시켜 온 것이 아니었나 하고 반성하게 된다.

이번 사고가 노출시켜놓은 것은 사회 전반적인 밑바닥에서 오계를 지키지 않아서 생긴, 보이지 않는 모순 덩어리가 어망처럼 얽혀 있는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이에 대한 책임도 청정함을 가장 존귀한 가치로 삼는 불교계에서 마땅히 져야하고, 앞으로 이러한 모순을 청소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편안할 때 국가의 미래가 밝아 질 것이다. 불교는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천만이 넘는 불교 신자들을 상대로 ‘오계 지키기 운동’으로 자기 정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남의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것은 생명존중 사상이요, 남의 물건을 도둑질 하지 말라는 것은 남의 재물(財物)을 존중하라는 사상이다. 사음을 하지 말라는 것은 남의 정(情)을 존중하라는 사상이고, 거짓말 하지 말라는 것은 말로써 남의 가슴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말조심하라는 사상이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관리 능력을 잃으면 모든 일이 실수로 돌아가 남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니 철저하게 자기 관리 능력을 기르라는 사상이다.

사부대중의 공업으로써 세월호 참사에 대한 참회와 보다 안전한 나라 만들기를 발원하는 자리가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저녁 조계사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에 참석한 학인 스님들 모습.

불교의 오계는 철저하게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가 본인의 뜻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방해하지 말라는 계이다. 그러면 불교는 상대를 위한 종교인가. 시야를 좀 더 넓혀 보면,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을 조용히 살펴보면, 내 몸과 마음 중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상대하는 모든 대상에서 온 것이지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조금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하니 오계를 지키는 것은 상대가 편안히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고, 상대가 편안히 살고 있는 덕분에 바로 내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도움을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칙을 연기법(緣起法)이라 하는데, 이 연기법에 의해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는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사상이 나오고, 태어남과 죽음이 없다는 불생불멸(不生不滅) 사상이 나오며, 또 이로부터 ‘나는 없다’는 무아(無我)사상도 나온다. 하지만 신도님들이 오계를 경시(輕視)하거나 무시한다면 불교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상은 하나의 교리에 불과해 알맹이 없는 호두 껍데기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러하니 불교는 세월의 파도 속에서 실종(失踪)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불교 신자들의 오계 지키기 운동으로 자기 정화운동을 참되게 실행해 오계를 지키지 못했던 일에 스스로 참회할 때 오계를 지키는 청정한 승단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오계를 두렵게 알고 지키는 승단은 세월의 파고가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파고를 즐길 줄 아는 불교함(艦)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세월의 파도를 즐기는 ‘불교함’이 있는 한 대한민국함도 세월의 파도를 즐기며 모든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불교신문3012호/2014년5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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