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준법정신과

책임이 철저하게 무시된 결과

진정으로 유가족 위로하는 일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착…

 

대통령이 변해야 공무원도 변해

언론은 사회폐단 감시ㆍ고발…

종교는 사회구성원 인격함양

덕성 키우는 역할에 매진해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각계각층 인사들의 사고원인 분석과 질타와 대안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필자는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사전은 민주주의를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한다”고 설명한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자주의식과 사회지도층의 불편부당한 사유 및 판단능력, 준법정신, 공익을 위한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문화가 사회저변에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제도와 참여기회를 통해 국민의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시민정신에 입각하여 사회 각 분야가 향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편으로 국민의 인성 함양을 유도해야 한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며 민주화 과정까지 겪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갈 기본적인 의지와 자세가 돼 있는지 이번 참사를 통해서 볼 때 부정적이다. 세월호 참사는 준법정신과 책임(의무)에 대한 이행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목전의 금전만을 최고의 가치로 좇아온 결과다. 구명구난에 임하는 관료의 무능과 무책임, 국가재난관리체계의 총체적 부실 또한 낱낱이 드러났다. 생명유지수단으로써 안전은 본능이며, 구명은 인간의 제일 덕목인데 이마저도 무시됐다.

해상운송수단 운영시스템에 완벽을 기하고 국가체계의 감시 및 감사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최대 규모의 여객선이 침몰되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고, 해당 분야 공무원과 선박 종사자들에 대한 직업윤리 교육이 평소 잘 이루어졌다면 희생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불과 석 달 전에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해당 해운업체의 편법과 안전위험에 대한 고발민원이 있었으나 무시되었다고 한다. 정작 침몰한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귀한 목숨을 잃은 300여명의 희생자들을 기리며 유족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일이라고 여긴다. 고통과 자책감, 무기력을 딛고 이제 우리가 힘을 기울여 인양 복원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와 국민의식이다.

이번 참사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자책하기만 한다면 직접 책임을 져야 할 자들에게 정신적 면죄부를 주게 된다. 반면,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관계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탈법과 비양심에 눈 감는 것이 된다. 국민은 지금 탈법과 비양심의 독화살을 맞았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언제 어디서 또 날아올지 모르는 사회 곳곳의 ‘독화살’ 제조처를 뿌리 뽑는 일에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의 한계성을 극복하게 하는 여러 장치 중의 하나가 언론이고 종교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는 건전한 고등종교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다시 살펴야 한다. 신성과 지성의 가르침을 통해 무소유와 조건 없이 베푸는 삶, 너와 내가 한 생명이라는 인식과 생명존중사상 그리고 준법과 질서의식을 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 언론은 쓰고 말하기 전에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보도인지부터 먼저 살피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에서 실종자와 희생자 유족들은 누구보다 대통령에게 의지하며 또 위로 받고 싶어 했다. 이 급박한 국가재난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전체 국민은 물론 해외에서도 대통령 리더십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사고 한 달이 흐른 지금 ‘하야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지면을 빌려서 대통령은 국가운영철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꼭 돌아보길 부탁한다. 대통령 자신이 변해야 그 주변이 변하고, 그 주변이 변해야 민주국가로 나아가는 희망이 보이고 신뢰가 쌓인다.

우리 모두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그들을 아꼈던 사람들에게 빚을 졌다.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는 대형사고가 더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지상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 노력의 시작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세월호 참사는 이야기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들어야 한다. 한 달이 지났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제 상처를 다독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종교계를 비롯해 시민사회 각계가 나서주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012호/2014년5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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