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불교계, 매일 저녁 300배씩 올려

지난 16일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애도의 물결로 넘쳐났다.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임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비통함과 원망에 휩싸였다. 특히 꽃도 피우지 못한 어린 학생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기성세대의 참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안산지역 불교계가 조문을 통한 애도에 이어 어린 단원고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며 참회의 300배(拜)를 올렸다.

오늘(4월24일) 오후7시 안산 화랑유원지에 모인 30여 명의 스님과 불자들은 목탁소리에 맞춰 1배, 1배를 올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들의 좌복 앞에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리본과 노란연등 그림이 놓여져 있었다. 또한 ‘세월호 탑승자들의 생환을 기원합니다’ ‘세월도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미안합니다’ ‘참회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오는 29일부터 운영될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한 크레인 작업소리와 인근 도로에서 들려오는 차량 소리도 이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100배를 넘어서면서 이마는 물론 온 몸이 젖어갔다. 눈에는 참회의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약50분의 시간이 흐르자 300배를 마쳤다. 땀과 눈물로 가득한 얼굴을 닦은 스님과 불자들은 곧바로 가부좌를 튼 뒤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안산 부곡종합사회복지관장 도선스님은 “우리의 소중한 기도의 기운이 나 자신은 물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실종자, 생존자, 더 나아가 안산시민, 국민 모두에게 전해져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면서 “특히 학생들이 다시 공부하고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여러분의 긍정의 기운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지길 기원하며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약5분간의 명상을 마친 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김영옥 포교사는 “엄청난 참사에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어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하루속히 아픔을 치유하고 행복한 안산시, 우리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합장인사했다. 염기암 포교사도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해 슬펐지만 더 이상 슬픔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생각하며 1배, 1배를 올렸다”면서 “기도를 통한 맑은 기운이 아이들에게 전해져 다음 생에는 맑은 모습으로 부처님 품에서 태어나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보문선원 총무 정진스님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안타까움과 원망, 연민 등이 있겠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탓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우리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슬픔과 미움을 덜어내고 그 빈자리에 희망과 자비심으로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자리를 회향한 이들은 매일 오후7시 화랑유원지에 모여 300배씩 올리자고 뜻을 모았다. 또한 더 많은 도반들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해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 부곡종합사회복지관장 도선스님은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애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불교인으로서 불교적 방편인 참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참회를 통해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야만 화합할 수 있는 만큼 지역 불자는 물론 일반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과 교사 65명의 위패와 영정사진이 안치돼 있다. 안산지역 불교계가 참회의 절을 올린 화랑유원지에는 오는 29일부터 정식 합동분향소가 설치,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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