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구본일 BTN불교TV 사장

불교계 미디어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BTN 불교TV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전국의 케이블TV가 일제히 설립된 1994년 불교TV도 그 역사의 한 장을 채웠다. 당시 불자들은 한국불교에도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자들의 신행만을 방영하는 텔레비전 채널이 생겼다는 기쁨에 가득했다.

20년을 오로지 불교를 위한 방송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해온 불교TV는 미래 20년에 대한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지난 10일 구본일 불교TV 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구본일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과 뚝심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불교TV를 회생시키고 희망찬 미래를 위한 전진을 계속 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TV는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표창을 수상했다. 종교방송을 대표해 수상했다는 점에서 불교TV에 대한 사회적인 위상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에 대한 소감부터 들어봤다.

“이 상은 20여년의 역사 속에서 BTN이 꾸준히 걸어온 영상포교와 한국불교 세계화에 대한 신념과 노력에 대한 성과이자 전국의 대덕 스님들과 2000만 불자들이 BTN을 그동안 한없이 아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방송 불교를 대표하는 방송으로 스님, 불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이같은 감격에는 그동안 불교TV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아픔이 녹아 있다. 여타 케이블 채널처럼 불교TV도 문을 닫을 위치에 처했다. 그때 구본일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경영혁신을 통한 각고의 노력으로 불교TV는 현재 불교 미디어를 대표하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부도 위기에 처한 회사

경영 혁신으로 구해내

부채정리 노력 한편으로

풀HD 방송 송출…

미국 전지역 방영 등

공격적인 경영 전개해

100억대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종교방송 최초로 풀HD 방송 송출을 실시하고 불교문화유산 영상콘텐츠의 보존 활용을 위해 아카이빙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미국 전 지역에 실시간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하지만 구 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이 한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회장 성우스님의 원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며, 전 그저 이를 직원들에게 전달했을 뿐입니다. 회장 스님의 원력으로 한마음 한 뜻으로 일한 결과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주머니에 송곳을 감춘다고 숨길 수 없듯이 사장의 공적은 감춰지지 않는다. 지난 2007년 사장으로 부임한 후 그는 새는 물부터 틀어막았다. 자금이 빠져나갈 구멍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회사 내 모든 사안을 문서로 꾸며 결재했다.

스스로 “10년 전 결재 사인한 것도 기억 난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해왔다. 취재인력의 사소한 출장비까지 살필 정도였다. “다음에 누가 이 자리에 오든지 금세 업무 파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담긴 행보다. 그래서 회사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짜다’는 말을 들었다. 구 사장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상조 및 유통회사 설립

“스님 신도 돕는 일부터…

큰 이익 없지만 하다보면

나중에 복으로 돌아올 것”

‘짜다’는 인식은 회사의 상업성 추구와 연결 지어진다. 종교방송으로서의 공공성보다 상업성이 더욱 강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할 말이 많았다. “맞다”고 먼저 수긍했다.

“공공성과 상업성이 같이 겸비돼야 합니다. 공공성만 추구하다보면 자기도취에 빠질 수 있습니다. BTN은 문을 닫기 일보 직전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100명이나 되던 직원이 20명으로 줄고 지하실로 사옥을 이전해야 했습니다. 회사가 문 닫으면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업성이 필요합니다. 공공성은 질 높은 콘텐츠의 생산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를 만들려면 양질의 작가와 PD가 있어야 하며, 그들을 고용하려면 월급을 많이 줘야 합니다. 좋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을 써야 하므로 공공성을 위해서는 상업성도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케이블TV는 풍부한 재원을 형성하고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아래, 구 사장은 적극적인 재원 마련에 나섰다. 불교TV 산하에 상조회사인 불국토와 사찰식품 유통회사인 산사애 설립이 그것이다. 구 사장은 “자회사 설립은 경영 안정화를 위한 발걸음이자 불교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자들이 노년에 타종교로 개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안심하고 불자로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세운 것이 상조회사다. 유통회사는 사찰에서 만든 음식들이 웰빙식으로 각광 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제대로 된 판로를 열어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스님과 신도들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큰 이익은 없지만 하다보면 복으로 돌아올 것이라 여깁니다.”

사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수많은 스트레스와의 싸움이다. 잘 되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직접 털어놓지 않았지만 구 사장도 회사를 꾸려나가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화도 많이 냈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불교 세계화’에 방점

불교역사 영상 제작·보존

영어 번역채널 개설 추진

그는 “수행하는 마음 없이 TV 사장 못 한다”고 말했다. 회장 성우스님과의 인연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게 된 구 사장은 첫 만남 당시 스님이 “하루 15분만 앉아 있으면 마음의 보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씀대로 마음공부를 해온 것이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견디게 한 동력이 됐다고 털어놨다.

폐업 직전까지 간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반석에 올린 구 사장이 그리고 있는 불교TV의 미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불자는 무엇을 바라는가”라는 질문부터 내놓았다. 이 해답을 구하는 길이 바로 불교TV가 나갈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다.

타 불교매체들보다 불교TV이기에 잘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세계화라고 구 사장은 강조했다. 현대 한국불교 역사를 영상으로 보존하는 일은 불교TV만이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다양한 영상자료물을 제작하고 보존해 후세 불자들에게 전해주는 불사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BTN 월드’라는 법인을 설립한 이유도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발걸음이다. 한국불교의 수행과 문화, 예술 등을 영어로 번역해 내보내는 채널을 개설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불교는 아시아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시아의 불교가 서로 손을 잡고 앞으로 도래할 아시아 시대를 맞이하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불교문화를 잘 포장해 또 다른 ‘한류’로서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불교TV가 앞으로 걸어갈 길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종단과 신문, 방송 등 타 매체들도 함께 발을 맞춰 걷는다면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머지않아 이뤄질 것입니다.”

■ 구본일 사장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진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입학한 후, 뜻한 바가 있어 1972년 일본 와세다대 문학부 미술사학과로 자리를 옮겨 1976년 동 대학을 졸업했다. 명상태교 연구 및 강의 활동에 전념하던 구 사장은 지난 2000년 ‘명상으로 하는 태교와 육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불교TV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2004년 불교TV 전무이사로 발탁됐고 2007년 9일 사장으로 임명돼 현재까지 불교TV 살림을 맡고 있다.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강사, 사단법인 명상태교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법명은 백련화(白蓮花)다.

[불교신문3005호/2014년4월26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