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별세

동서양의 정신치료 융합과 현대문명의 병을 치유할 방법을 명쾌히 제시하는데 일생을 바친 정신의학계의 선구자인 이동식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사진>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일제시대 대구의전을 졸업하고 이어 미국에서 신경정신과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46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창립하는 등 한국 신경정신과 분야의 1세대다.

특히 자신의 연구 분야를 서양 정신분석에 머물지 않고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당대 최고 스님들을 쫓아다니며 불교를 깊이 있게 공부했다. 경봉ㆍ탄허ㆍ운허ㆍ숭산ㆍ월운스님 등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실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신치료에 도입했다.

“불교는 마음 정화하는 최고 가르침”

1950년대부터 동양의 수도(修道)가 서양의 정신분석을 능가할 수 있는 정신치료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임상에 적용하면서 도(道)를 통한 정신 치료라는 독보적인 분야를 개척했다.

선수행을 불면증과 강박관념 등 현대인의 정신질환 치료에 응용하는 등 선수행과 정신치료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1979년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립해 후진을 양성하고 ‘도(道) 정신치료’와 학회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펼쳤다.

한국정신치료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인은 “불교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최고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고인은 “19세기 서양정신치료학이 발견됐다고 하지만 이미 불교는 2500년 전 무의식과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치료방법까지 제시해 놓았다”며 “부처님은 마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의사였다”고 밝혔다. 평소 “불교는 환자의 근기에 맞춰 인연 따라 제도를 한다. 이것이 정신치료의 기본원칙과 일치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2008년에는 서양 정신치료의 한계를 분명히 밝히고 동양의 ‘수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 <도정신치료 입문>이라는 책을 내놨다. 한국정신치료학회 제자들과 함께 8년여 준비 끝에 출판한 책이다.

고인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창립회원으로 회장과 이사장, 국제정신치료연합체(IFP) 명예회원, 미국정신의학협회 코리스폰딩 펠로우, 환태평양정신의학회(PRCP) 창립회원, 3차 태평양정신의학회와 16차 국제정신치료학회(ICOP) 대회장, 아시아태평양정신치료학회(APAP) 명예회장 등을 역임했다.

■ 한국정신치료학회는…

동양의 도와 서양의 정신치료를 융합하는 것을 목표로 상담 및 심리치료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학술단체다. 현재 155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3~4회의 정기 학술 연찬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그동안 효과적인 명상과 정신치료, 한국에서 서양정신의학의 도입과 도정신치료, 선수행과 정신치료의 실제 등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연구원 공부모임 프로그램으로는 서장, 도정신치료 총정리반, 중진반, 동양고전 강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불교신문3003호/2014년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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