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문자선-대별‘선문답’

직관적 수행관과 아주 동떨어져

언어유희로 실제뜻 혼란 심어줘

‘대별’ 형식을 취한 선풍이 유행하자 대부분 선사들은 할 수 없이 문자유희(딛鑽古怪, 간교하고 괴벽스러운 언어문자)를 사용해 물음에 대답하고, 각종 기이한 형태의 대별을 표현하므로, 대별은 더욱 더 깊은 언어유희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대별은 일종의 유행처럼, 모든 선사들이 보편적으로 무엇인가 남보다 새롭고 신기하고 독특한 어구를 통해서 자기 도력을 드러내 보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물음을 통해서 동일하지 않은 각종 답어(答語)가 출현하게 되었고, 본래 심층적 뜻을 함유하면서 매우 합리성을 지니고 있던 가언기어(佳言機語, 적당한 말과 근기에 적합한 언어)가 도리어 변하고 변해서 무료한 희언(言, 언어유희)이 돼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대별이 남긴 문자선의 결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는 원오극근의 <고애만록(枯崖漫錄)>중에 많은 예문으로 수록됐다. 예로 보자. 승(僧)이 묻고 답한 기록이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답, “즉심즉불(心佛)이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답, “평상심이 도이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답, “조주의 도는 도대체 무엇인가(조주의 도는 밑바닥이다).” 이어 “듣는 자가 모두 웃었다.” 또한 대목. “무엇이 부처입니까?” 답, “남두(南六星, 28개 별자리 중의 하나로 모두 여섯 개의 별이 국자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 칠 북두팔(南七北斗八)입니다.” 다시 묻기를, “무엇이 도입니까?” 답, “맹열한 불속에 참깨를 볶는다.(猛火煎麻油)”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답, “거북이 털의 길이는 매우 길다.(龜毛長數丈)” 이어 “전하는 자가 다 웃었다(傳者皆喜)”라고 수록돼 있다.

위의 예문을 통해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도대체 대답이 대답이 아니며 그야말로 동문서답으로, 그냥 말을 하기 위해서 말을 하는 언어유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눈 밝은 납자가 깊이 들여다 보면, 이것은 진리의 심층적 깊이를 표현한 것도 도의 심오하고 오묘한 경계를 드러내는 것도 아닌 오직 언어유희로 더욱 혼동스럽게 한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로써 선법에서 주장하는 직관적 수행관과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전기 선종에서 그토록 부정했던 언어문자가 송대로 접어들면서 화려한 미사여구로 선법을 포장하면서 경박한 언어 혹은 궤변성 언어 등으로 무분별하게 선법을 표현하는 것이 마치 높은 도력을 구비한 것처럼 되자, 선법 이해에 혼란을 가중시켰음은 물론이거니와 문자선을 더욱 더 혼탁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정통 선사들은 반기를 들었고 실제로 상층 사대부들도 이러한 풍조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악가(嶽珂, 남송시대 문학가)가 지은 <정사·해선게(史·解禪偈)>에 보면, “지금의 선자는 은어로서 서로 미하기를 좋아하며 대언으로서 수승함을 삼아서 미망한 학자들로 하여금 더욱 미망에 빠지게 만든다”(今之言禪者, 好隱語以相迷, 大言以相勝, 使學者然益入於迷妄)라고 하고 있다. 아무튼 은어(隱語) 대어(大言)는 대별이 추구했던 묘언현어(妙語玄言)의 주해로서 송대 선종사에서 시종일관 매우 성행하였다.

이러한 정확한 근거도 출처도 없는 기이하고 아리송한 어구들은 진정한 선법의 이치를 모르는 무지몽매한 일반인들에게 오히려 심오하고 신묘한 선경(禪境)의 경계(境界)로 오해하게 하였으며, 그 잔영은 현재도 중국인들이 무엇인가 아리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칠 때 첫마디 내뱉는 말이 바로 선문답이나 법거량으로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취하곤 한다. 물론 한국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대별이 송대선법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남겼지만, 앞서 밝혔듯이 문자언어를 통해 다양하게 선법을 표현했던 이면에는 송대 인쇄기술 발달과도 깊은 연관성 있다. 아울러 불교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송대 대장경 판각 유행과도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불교신문3002호/2014년4월16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