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살상 줄이려면 인과설 부각시켜야

살처분 접하며 팃사 아라한 오버랩 

생명 귀중함 염두 육식문화 최소화

코살라국 사위성에 보석을 광택 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이른 아침, 이 사람은 식사 준비를 위해 고기를 자르고 있는데, 코살라국의 신하가 왕의 심부름을 왔다. 신하는 루비(보석) 하나를 건네면서 즉시 광택을 내어 달라는 왕의 지시를 전달했다. 남자는 고기 묻은 손으로 보석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 집의 거위가 루비를 고기 덩이로 착각하고, 삼켜버렸다. 

마침 이때 팃사 아라한이 그 집으로 탁발을 왔는데, 거위가 루비를 집어 삼키는 순간을 목격했다. 남자는 손을 씻고 돌아와 루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 아라한에게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남자는 아라한이 훔쳐갔을 거라고 단정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루비가 왕의 것인데, 분실되었다고 하면, 나는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오. 아무래도 저 아라한이 훔쳐간 것 같으니, 스님을 고문해서라도 자백 받아야겠소.” 

그러자 아내가 깜짝 놀라며 남편을 말렸다. “팃사스님은 지난 12년 동안 우리 집으로 탁발 오면, 우리에게 매일 좋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스님에게 은덕을 많이 입었는데, 설령 우리가 국왕의 극형을 받더라도 어찌 저 분에게 죄를 덮어씌운단 말입니까?” 

마음이 급한 남편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님을 밧줄로 꽁꽁 묶고 작대기로 마구 두들겨 팼다. 이때 거위가 이들 옆으로 다가왔는데, 화가 나있던 남자가 거위를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거위는 즉사하고 말았다. 그때 스님이 ‘거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 아내가 거위가 죽었다고 하자, 스님은 ‘거위가 루비를 삼킨 것이오’라고 그때서야 실토했다. 그 말에 남편이 칼로 거위 배를 갈라 보니, 과연 뱃속에 루비가 있었다. 스님께서 말했다. 

“이 일은 그대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오. 이번 일은 당신과 내가 과거 생에 지은 행위의 결과일 뿐이오. 우리는 생사윤회 속에서 이런 빚 갚음을 수도 없이 주고받았던 것이오. 나는 조금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소.” 

아라한은 매 맞은 후유증으로 며칠 후, 열반에 들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팃사 아라한에 대해 묻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위는 죽어서 그 집의 아들로 태어났고, 남자는 죽어서 지옥에 태어났다. 아내는 죽어서 천상에 태어났고, 팃사는 이미 아라한 성자로서 열반을 실현했느니라.” 

요즘 조류 인플레엔자(AI)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것을 접하면서 팃사 아라한이 함께 오버랩되었다. 수만마리 오리는 흰색 복장에 마스크 쓴 아저씨가 같은 종족인줄 알고 졸졸 따르다 그대로 흙에 묻히고, 인공수정으로 돼지를 만들었다가 얼마 뒤에 위험인자로 낙인찍어 땅에 묻어버린다. 영문도 모른 채 삶을 달리한 가축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생명을 살상해서라도 인간의 삶을 윤택케 하려함은 인간의 오만이요, 만용을 그대로 드러냄이다. 불교계에서도 시대에 맞춰 신문지상 기사나 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어느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뭔지 모를 허전한 느낌이다. 가축들의 살처분에 불교적 대안이 미비하다는 점에 대해, 불교적 대안으로 소납에게 내놓으라고 한다면 인과설을 말하고 싶다. 

팃사 아라한이 매를 맞으면서도 실토하지 않은 것은 생명을 존중히 한 점도 있지만 인과의 행위로 다시 (윤회하는) 업을 짓지 않으려는 지혜가 담겨 있다고 본다. 빠알리 소부경전에는 인과 법문이 주를 이룰 정도이다. 한국 불교가 깨달음을 강조하다보니, 인과설이 묻혀지는 경향이 있다. 

가축 살상에 있어 업과 관련한 인과설을 부각시킨다면 어떨까? 물론 종교적인 성향이 있지만, 이는 단순히 일회성의 진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다보면 가축을 살상할지라도 생명의 귀중함을 염두에 둘 것이오, 더 나아가 육식문화가 최소화되지 않을까.

[불교신문 2992호/2014년3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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