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선-갈등선(葛藤禪)

중국의 정신문화와 밀접

문자간 갈등·모순 응축돼

언어문자를 통해 미오와 증득의 심천을 형량하는 특징으로 송대 선법을 주도했던 문자선은 직하에 선경(禪境)을 표달하지 못하고 전전(轉展)히 설명을 해서 극도로 언어 속 의취(意趣)를 피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법을 요로선법(繞路說禪,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하며, 요로설은 ‘문자를 휘감는다’는 뜻으로, 마치 칡넝쿨이 끊임없이 서로 얽혀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문자선을 갈등선(葛藤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래 선법 생명력은 문자에 국한하지 않고 임기응변이 강한 색채로서 풍부한 생동감이 매 순간을 직시하는 직관적 수행 풍조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문자선이 등장하면서 문장의 화려한 수식어로 선리를 표현하다 보니 문자가 문자를 옭아매는 현상을 초래 하게 되었다.

문자선은 하나의 특수한 선법 개념으로 독특한 표현 방법인 고정적 표현방식 체제로서 게송 시가(偈頌 詩歌) 형식 등을 빌려 선리(禪理)를 표출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 문학작품과는 다른 장르이다. 이러한 특출한 선법을 구사하기 위해 선사들은 문자에서 많은 기교를 부려 도리어 문자에서 선의(禪意)를 추구했다.

문자선 결정체는 불리문자(不離文字, 문자를 여의지 않는 것)와 불립문자를 통합적으로 실현한 것이다. 불립문자 근본 종지를 언어 형식을 빌려 표달하는 방법으로 요로설선의 특성을 취했다. 앞서 밝혔듯이 대별(代別) 염고(拈古) 송고(頌古) 평창(評唱)등의 표현 양식을 취해 선법을 전한다.

비록 선사들은 선법의 진정한 이치는 언어도단 불가언설(不可言說)인 줄 알고 있었지만, 세속에 정형화된 문자가 아닌 문자를 선택해 선리(禪理)를 표달해야하는 시대를 맞아, 현묘한 언어 문장의 화려함과 기교로 선리를 체현하려하면서 문자 속 갈등이 증폭돼 갈등선(葛藤禪, 문자선)이라는 동체이명을 탄생시켰다.

갈등선은 문자간 갈등 모순이 응축된 언어이다. 당시 사대부 지식관료와 선사들 사이에 문자를 통한 선법(선문답) 표달이 유행을 하면서 점점 더 빼어난 문장과 색다른 문자를 사용해서 선리를 표현하게 되고, 마치 칡넝쿨이 서로 얽혀서 좀처럼 빠져 나올 수 없는 것과 같이, 급기야 문자 속 갈등이 폭발하게 되었다. 대해종고가 <벽암록>을 태웠다는 기록도 갈등선에 함축된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신론>의 의언진여(依言如)를 중관학에서 문자반야로 주장했던 것처럼, 사실 문자선은 중국인들이 문자를 삶 중에서 중요 기능으로 여기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들은 역사를 말할 때 항상 4000년 문자기록 역사를 아주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전 왕조를 정복하면 중국인들은 반드시 전대 왕조에 대한 기록을 게을리하지 않아 기록을 통한 폐망 원인을 롤 모델로 해 경책을 삼았다.

문자에 대한 중요성은 중국인들 정신적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들에게 문자기록이란 간접경험을 축적해 하나의 지혜로 활용하기도 했다. 역사의 한 고사를 통해서 현실에 대한 교훈을 삼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마천 <사기>를 보면 그들의 문자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문자선 형성의 주 원인 중에는, 이전에 조정과 특정인만 인쇄할 수 있었던 것이 서민들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서 생겨난 일종의 사조가 있다. 선종의 수많은 어록과 전등록 등은 모두 이때에 찬술된 것이 대부분이다.

당말 오대이후 목판조각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장경 판각에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으며 해인사 <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은 관판 촉판·官版 蜀版-契丹藏을 근거로 조성)도 당시 판각된 장경을 모델로 하고 있다(송대에 판각된 장경은 관과 개인이 판각한 것을 포함해 총 5종류). 당시 다량의 책을 편집할 수 있었던 것도 인쇄술 발달과 무관하지 않으며 문자선 흥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비록 문자선에서 역기능으로 갈등선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남겼지만, 문자선은 고금을 이어주는 특수한 가교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선종사에서 문자선 단계를 여의고는 선종의 긴 역사를 말할 수 없다.

· [불교신문 2992호/2014년3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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