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 많은 희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여년간 안산에서 포교활동을 한 서울 여의도포교원장 현진스님이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원고를 보내왔다. 현진스님은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에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되겠냐"면서 "어른들의 무책임한 잘못으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편집자>

 

여의도포교원장 현진스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착잡한 마음은 분심으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침몰된 사람들. 새싹 같은 아이들이 구조되어 숨 쉬는 것을 보아야 국민들의 숨통도 홀가분할 건데….  힘겹게 이순간의 숨을 헐떡이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답답한 가슴이 가시지를 않는다. 온 종일 똑 같은 뉴스는 반복되고, TV 속은 확인되지 않는 숫자 얘기로 분통을 낳게 한다. 하루하루가 지쳐가는 지금. 기적의 생존을 바라는 것이 사치인 냥 너무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터놓고 말하면 이 나라가 과연 문명국인가? 묻고 싶다. 한 국가의 문명 이기를 총동원 했음에도 4일 동안이나 탑승자 숫자에 오락가락이고 실종자는 확인되지 않고,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 세월호에 올인되어 보고 있음에도 사고의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우왕좌왕이다.

유관기관들의 엇갈린 정보와 행보는 그렇다 하여도,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짚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씻지 못할 부도덕한 배신행위라는 것이다. “조용히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 라고 하고서는 난파선의 사람들을 구출해야 할 선장과 선박직들은 유유히 도망치고서 미안하다고 변명하는 야비함과 신속한 구출의 방법보다 매미의 울음소리를 반복하는 관료들의 쇼맨십같은 이야기도, 실종 가족들의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수백 명의 불특정 다수가 승선하는 대형선박에 사고를 대비한 첨단안전장비를 점검도 하지 않은 어른들의 무지, 무책임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결국은 수백 명의 학생들과 사람들을 슬픈 진혼의 비극적 주인공으로 만들고 말았다.

동영상을 보면 “무서워, 물이 몰려오고 있어, 죽을 것 같아, 위로 올라가고 싶어도 미끄러워” 하면서도 어른들을 대피시키고 여자들에게 먼저 구명조끼를 양보하는 어린 학생들의 처연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의 거룩한 모습에 감동하며 한참이나 울었다. 어둠의 물속에 갇혀 공포에 떨고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찢기고 찢어진다. 얼마나 무서울까?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것이 죄인가? 말 잘 들으면 죽고 말 안 들으면 사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가르침인가? 그것을 부정하려 하여도 현실이 되어버린 세월호에 우리 어른들은 무슨 말을 할 건가? 세계 10대 교역국이요, 8대 경제대국이면 무엇하리. 집단 아노미와 멘붕에 빠져버린 우리사회, 초대형 재난 앞에 무기력한 불통으로 기대와 희망마저 침몰해버린 어른들의 비열한 행위 앞에 경제대국의 뭐 그리도 자랑스러운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는 바람이 불어야 나무의 가치를 안다고 한다. 한 국가의 수준과 능력은 재난의 어려움이 생길 때 안다고 한다. 분명 지금의 우리의 수준은 낙제점이요 3류 국가임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같이 침몰의 나라로 침몰되는 것을 보는 것 같아 막막함을 가눌 길 없다. 참으로 대한민국의 어른들이 부끄럽다.

나는 청소년들의 법회를 보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이끌어갈지 고민이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행태만을 꼬집어 말한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기로 했다. 세월호 속에는 그런 부끄럽고 야비한 어른들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제자를 지키기 위한 선생님들의 숭고한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국대 출신의 남윤철 교사와 최혜정 교사를 비롯한 선생님들이, 위험 속에서도 제자들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사랑과 “너희들이 먼저 탈출하면 나도 따라 갈거야” 하는 21살의 여린 박지영 승무원, 일부 승객들의 영웅적인 헌신, 구조된 것이 부끄러워 스스로 생명을 내려놓은 교감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이들은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요, 스승님들이다. 나는 이들을 누구보다 내 가슴깊이 새길 것이다. 그들은 자기 몸을 태워 남을 구하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다. 그들에게 하얀 연꽃 송이송이에 담아 나의 마음을 바친다.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눈물의 진혼곡을 세월호 영혼에 바치면서 왕생 극락의 촛불을 밝힌다.

“바다 빛은 푸르고 푸르건만 / 그대 영혼들이여 / 흰구름의 물그림자에 실려 있구나 / 한줌의 삶이었나? / 이제 불타는 곳 보지 말고 저 - 달을 보소서 / 슬픈 바람 불어 바다도 울고 있구나 / 님의 영혼들이여 / 무지개 타고 밤하늘 별이 되어 총총히 빛나소서”

여의도포교원장 무위 현진 헌향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