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분위기 속 뉴스에 집중…실종자 가족 돕는 손길 분주

참담하고 안타까운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발생 이틀째인 4월17일 오후10시 실종자 가족 500여 명이 모여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은 침통함과 간절함이 공존했다.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에 집중해보지만 사망자 추가 발견 소식만 들려왔다. 이내 뉴스를 시청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봤지만 싸늘한 시선만이 되돌아왔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밤은 깊어가고 있지만 진도군의 밤은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 부스도 분주했다. 실내체육관 밖에는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의 부스를 비롯해 한국자유총연맹, 평택 SM클럽 자원봉사단, 대한조선사회봉사단, 골프존문화재단 등 10여 곳의 봉사부스가 설치됐다.

모두가 저마다 준비해 온 물품을 실종자 가족과 봉사자, 방문객들을 위해 지원했다. 식사를 준비한 곳부터, 컵라면과 주먹밥, 초코파이, 바나나 등 간식거리를 준비한 곳, 모포와 침구류, 세면도구까지 지원 물품도 각양각색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상담부스도 눈에 띄었다.

힘든 것도 잊은 채 모두가 생존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마음뿐이었다. 간간히 내리는 비와 바람에도 개의치 않았다. “지역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으니 불교계가 앞장서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불교인들의 마음”이라는 박순 진도불교거사림 회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불자들을 중심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 부스를 찾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진도 향적사와 쌍계사 신도들로 구성된 봉사대는 부스를 방문한 이들에게 정성껏 커피와 녹차, 간식거리 등을 건넸다. 작은 정성이었지만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원 물품은 큰 힘이 됐다. 긴급구호봉사대와 함께 한 동국대 불교대학원 총동문회 현해스님은 “봉사를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서 오게 됐다. 현장에 와서 보니 좀 더 일찍 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종단에서도 상황 파악을 위해 총무원 사회국장 덕운스님이 현장을 찾았다. 덕운스님은 “당사자가 아니면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지극한 마음을 기도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종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도 “구조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장기적으로 부스를 운영하며 지역 교구 본사와 말사 스님들이 끊이지 않고 이곳을 찾아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뉴스에서는 추가로 발견된 사망자들 소식과 무인로봇을 통한 선체 수색, 사고원인에 대한 소식들이 흘러나왔다. 기다리던 기적같은 생환 소식은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함과 자원봉사자들의 분주함, 안타까움으로 진도군의 밤은 잠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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