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선사문화진흥회, 첫 학술대회 개최

혜암스님 생애와 사상을 기리는 첫 학술대회가 16일 열렸다.

“공부하다 죽어라”는 추상 같은 가르침으로 잘 알려진 전 조계종정 혜암스님(1920~2001)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회장 성법스님)는 오늘(4월16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동국대 중강당은 혜암스님을 그리워하는 스님과 재가불자들로 입추의 여지도 없었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과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은 동영상으로 법어와 격려를 전했고, 원로의원 대원스님과 중앙종회의장 향적스님이 축사했다.

이날 강진 백련사 주지 여연스님이 ‘혜암선사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으며, 동국대 교수 종호스님이 ‘혜암선사의 선사상과 수행방법’에 대해,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혜암선사의 수행 리더십 형성과 하화중생’에 대해 발표했다. 이와 함께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 신규탁 연세대 교수, 이학종 미디어붓다 대표가 토론에 나섰다.

기조발제를 맡은 여연스님은 혜암스님 곁에서 보고 느꼈던 스님의 수행상과 종단개혁, 대중교화의 면모를 소개했다. 여연스님은 혜암스님의 수행은 크게 4가지로 설명했다. 45년 동안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과 오후불식(午後不食) 장좌불와 용맹정진 참선수행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밥을 많이 먹지 마라 △공부하다 죽으라 △안으로 공부하고 남을 도와주라 △주지 등 소임을 맡지 마라 △일의일발로 청빈하게 살라는 다섯 가지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남겼다.

실제로 혜암스님은 철저한 수행자였다. 오대산 사고암 토굴에서 스님은 ‘공부하다 죽으리라’ 하는 결심 하나로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도 방에 불을 때지 않고 잣나무 생잎만 먹으며 수행했다고 한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많은 스님과 재가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여연스님이 밝힌 여러 가지 일화는 치열한 수행해 온 혜암스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여연스님은 “해인사 강당에 살 때 차비라도 받으려는 마음에 태백산 동암까지 혜암스님을 찾아갔다”며 “밥도 못 먹고 하루가 걸려 동암에 도착했더니 저녁도 안 주시고 바로 용맹정진을 시켰다”고 회상했다. 또 스님과 함께 법흥사로 가는 길에 중국집에 들렀던 얘기를 전하며 “자장면이라도 먹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스님이 주방에 가서 국수발을 씻어오라고 시켜서 씻은 국수를 함께 나눠먹었다”고 전했다.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함께 정진할 당시 이야기는 후학들을 이끌며 수행하는 혜암스님의 면모가 잘 전해진다. 여연스님은 “처음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후불식을 하자고 하고 한 달이 되니 일종식을 하자고 했다”며 “일종식을 하면서 너무 배가 고파 스님 몰래 숨어서 밥을 먹다가 들켰는데 그 때부터는 하루 먹을 분량의 양식만 정확하게 재서 창고에서 꺼내주고 문을 잠갔다”며 엄한 모습을 기억했다. 이어 “두 달 뒤에는 용맹정진을 시작했다. 1주일간 단식용맹정진을 했는데, 한 수좌가 다른 암자에 가서 밥을 훔쳐 먹고 장이 뒤틀렸다. 그 때 스님은 병원에 가는 대신 굶는 게 좋다며 다시 1주일간 단식 용맹정진을 했다”며 수행에 있어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던 스님의 모습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혜암스님은 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의 수장’으로 종단의 자주화 민주화 사회화를 이끌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혜암스님 생전의 모습이 방송됐다.

여연스님은 특히 스님의 대중교화 사상을 높이 평가했다. 1981년 원당암에 선불당이라는 재가불자 선원을 개원해 함께 수행하며 지도한 것을 언급하며 “수행을 통한 사부대중 공동체 건설을 직접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평소대로 장좌불와와 철야정진을 하며 신도들과 함께 오전3시와 오후7시 죽비로 예불을 올렸고 오후에는 도량청소와 울력을 함께 했다”며 “대종사는 신도들과 함께 참선하는 것만큼 확실한 대중교화가 없다는 것을 직접 실천했다”고 말했다.

“가야산 정진불, 가야산 대쪽으로 불렸던 불퇴전의 수행력과 청빈한 계율을 바탕으로 한 대중교화의 길은 어느 누구도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것”이라며 “스님은 원융무애의 경지를 직접 실천했던 우리시대 인천의 사표였다”고 피력했다.

한편 혜암선사문화진흥회는 스님의 높고 깊은 뜻을 이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장 성법스님(혜암대종사문도회장)은 “포교 교육 승가복지 사회복지 장학사업, 문화사업 효사상 실천과 다문화지원사업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혜암선사의 숭고한 정신과 얼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회장 원각스님(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도 “은사 스님의 삶과 사상이 재조명되고 계승발전되어 후학들이나 신도들 삶에 큰 도움이 되고 많은 경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법스님이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어 성법스님은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법조스님에게 장학금을 전달했고, 다문화가정지원단체를 선정해 지원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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