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2달 남짓 남았지만 이미 선거는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마다 현수막이 넘쳐나고 있으며 명함을 돌리는 예비후보자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또한 현직 지자체 장과 의원들도 관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같은 선거를 앞두고서는 속세에서 벗어난 사찰도 분주해진다. 초하루법회 등 각종 법회는 물론 사찰 행사마다 많은 불자들이 참가하다보니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이 자연스레 눈독을 돌리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가 부처님오신날 한 달 후에 열리는 만큼 사찰을 찾는 후보자와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발길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동이 도를 넘길 때가 많다는 데 있다. 행사장 내부에서 명함을 돌리게 해 달라, 축사를 하게 해 달라, 자신을 지지하는 법문을 해 달라 등 부탁도 제각각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그나마 후보가 적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과 지역 및 비례 광역의회 의원, 기초단체장과 지역 및 비례 기초의회 의원, 교육감 등 7명을 선출하다보니 후보자가 헷갈릴 만큼 후보자 수가 많다.

최근 만난 스님들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선거를 안 하면 안 되냐’고까지 말하는 스님도 있다. 선거법이 엄해진데다 한 사찰 신도라고 해도 정치성향이 제각각인 만큼 자칫 잘못했다가는 불협화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전국 사찰이 겪는 일인 만큼 공통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사찰에는 축사를 하게 해 주는데 인근 B사찰은 내빈 소개조차 안 해준다거나, 같은 사찰을 잇따라 방문한 C후보는 인사말을 하게 허락해 주고 D후보는 내빈 소개조차 해주지 않는다면 원망과 함께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도 오늘 수 있다.

물론 평소 언행과 인품, 전통문화 인식, 철학 등은 무시한 채 단지 불교신자라는 사실 만으로 그 후보를 지지하자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공통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매뉴얼을 보급함으로써 불교계가 공명선거분위기를 형성해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행복한 사회가 되는데 일조하길 기대해본다.

[불교신문3001호/2014년4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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