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부로 파견되어 처음 맞이하는 미얀마의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꾸만 한국의 어린이날과 비교가 되어 안타까웠습니다. 이 곳 미얀마에도 어린이날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저 이름만 존재할 뿐입니다. 미얀마의 아이들은 어린이 날, 2월13일을 알고는 있을까요?

올해 어린이날 행사는 지구촌공생회에서 지원한 양곤과 바고 지역의 5개 학교, 싼먀디따 화석죽초등학교, 따인떼야 화엄초등학교, 아난다미따 광명초등학교, 마닛야마 화엄초등학교, 마야요 학교 학생들을 초대해 진행했습니다.

이 중 어린이날 행사는 싼먀디따 화석죽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만나 서로 어색해하며 수줍게 인사를 나눕니다. 단순한 게임만으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어린이날 행사는 시작되었습니다.

미얀마의 아이들에게는 그림 그리기가 낯설다고 합니다. 학교 교과 과정에도 미술과 음악이 없어 배워본 적이 없고 체육 활동도 그저 축구와 달리기가 전부인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날만이라도 이 아이들에게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표현하고 싶은 색깔을 맘껏 칠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아이들, 혹시라도 크레파스가 부러질까 조심조심 그려나가는 아이들, 이 모든 아이들이 저에게는 마냥 새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림 그리기 주제는 장래 희망이었습니다. 미얀마 아이들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시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했습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답게 절과 스님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대통령, 과학자, 외교관, 연예인 등과 같은 꿈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상상인데도 말이죠. 상상을 할 수 있을 만큼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책마저도 흔하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한 것 같습니다. 공주가 되고 싶은지 예쁜 공주를 그린 여자 아이가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없어서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요? 미얀마의 아이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순수합니다. 아무리 아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곳에 와서 아이들의 모습과 미소를 보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행복감을 경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미얀마의 모든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어린이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불교신문3001호/2014년4월1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