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 한국불교사상 최초 화엄경 강설집 발간

대강백 무비스님 인터뷰…2024년까지 80권

부산 금정총림 범어사 화엄전. 한국불교 대강백 무비스님이 주석하는 도량이다. 화엄전 뜨락에는 온갖 봄꽃이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무비스님은 실내용 운동화를 신고 입식의자에 앉아 객을 반겼다. 세수 72세. 한평생 역경불사에 매진해온 무비스님의 접견실에는 일타스님의 반야심경이 새겨진 병풍에, 사방은 경전과 불서로 둘러싸여 있었다.

한국불교 최초로 <화엄경> 80권본을 번역이 아닌 강설로써 출판의 원력을 세운 무비스님이 ‘세주묘엄품’ 전5권을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 ‘화엄경 강설’은 올 4월부터 매년 8-10권씩 모두 10년에 걸쳐 완성될 예정이다. 한국불교사상 <화엄경> 전체 강설은 최초다. <화엄경> 강설이나 강의 등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책은 ‘보현행원품’이나 ‘입법계품’ 등만 부분 번역, 해설된 것이다. <화엄경>이 산스크리트에서 한역된 이후 중국에서조차 서너차례 시도된 예밖에 없다. 그나마 10세기 이후에는 기록이 전무하다.

‘왜 <화엄경>인가’라는 첫 물음에 무비스님은 “좋아서”라며 빙긋 웃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지난 8일 교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화엄경 강설 10년 결사’…수많은 경전 중 왜 <화엄경>인가.
“그동안의 공부가 더 축적이 되었고 이번 화엄경 강설집은 다르다. <화엄경> 공부도 1년 한 것 2년 한 것 늘 다르다. 이 시대 그리고 오늘 공부된 것까지 다 털어내어 <화엄경>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화엄경> ‘세주묘엄품’으로 첫 테입을 끊었다.
“<화엄경>은 전체가 ‘7처9회39품’이다. 일곱 장소에서 아홉 번 법회를 했고 장별로 나누면 39장이 된다. 그중에 제1장이 ‘세주묘엄품’이다. ‘세주묘엄품’은 ‘세상의 주인들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엄했다’는 그런 내용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주인이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석가모니부처님도 아니다. 모든 사람 모든 생명 삼라만상 전체를 낱낱이 다 주인으로 보고 그 낱낱이 다 동참함으로 해서 이 세상이 아름답게 장엄되어 있다는 게 세주묘엄품의 안목이다. 과거에는 <화엄경>을 공부하고 책을 냈어도 이런 설명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단순 번역이었으니까.”

-스님께서는 매월 첫째주 월요일 문수경전연구회가 주관하는 화엄산림대법회에서 <화엄경>을 강의하신다. 벌써 3년째다. 전국 각지에서 200여명이 몰려든다.
“문수선원에서 하는 화엄경 강설은 50권째 나오는데, 몇몇 사람들과 나누는 월간지다. 강의한 것을 기록하는 수준이다. 이번 화엄경 강설 10년 결사는 일일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다. 경문은 하나로 두고 그때그때 내 안목에 따라 길게 설명할 때도 있고 짧게 설명할 때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리하고 간추려서 그야말로 공부하는 자세로 아주 필요한 내용만 글로 쓰는 것이다.”

-<화엄경>은 어떤 경전인가.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6년 고행 끝에 마지막 부다가야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서 선정에 들었다가 정각을 이루었다. 싯다르타가 드디어 여래(如來) 응공(應供) 불(佛) 세존(世尊)이 되시어 그 자리에 앉은채로 21일간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80권이나 되는 방대한 내용으로 남김없이 설파하셨으니, 이것이 곧 <화엄경>이며 불교의 첫 출발이다. 그러므로 <화엄경>은 불교의 수많은 경전 가운데 최초로 설해진 경전이며, 자신이 깨달은 진리의 내용을 추호의 방편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이신 가르침이며 인류가 남긴 최고의 걸작이다. 그러다보니 부처님의 깨달음의 궁극적 내용을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불교의 숱한 사상 이론 중 최고조에 있는 경전이다. 제일 수준도 높고 놀랄만한 내용들이 너무나 많고 한마디로 나는 나는 그래서 <화엄경>에 심취하게 됐다.”

-<화엄경>에서 소개할 만한 구절을 소개한다면.
“<화엄경> 첫구절이다. ‘비로소 정각을 이루시니 그 땅은 견고하여 금강소성이더라.’ 부다가야 보리수 아래 나도 가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다이아몬드는 없고 오물 투성인데다 모래 자갈 뿐인 척박한 땅이던데, 부처님은 거짓말을 했을까. 왜 이런 표현을 했을까 의문이 생겼다. 내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깨달은 사람의 정신세계란 그 무엇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 가령 35세 될 때까지 내면으로만 살던 사람이 비로소 눈을 뜨고 이 세상을 환히 바라봤을 때 그 충격과 감동이 오죽할까. 그 마음이 부처님 마음 아닐까.”

-두두물물 아름답다는 의미는 이 세상 추한 것은 없다는 것인가. 추한 것은 추하지 않는가.
“사물을 사람을 보는데 있어 전부 자기관점에서 판단하는 법이다. ‘아름답다’, ‘추하다’라고 자기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 입장에서 완전히 마음이 열려 있기에 완전히 그 입장이 돼서 볼 줄 아는 것이다. 밥은 밥 입장에서 똥은 똥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똥은 철저히 지독한 냄새가 나야 아름다운 똥이고 자기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쌀만 취하니까 벼 껍질 겨는 버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겨 입장에서 보면 겨가 있어서 쌀이 존재하지, 겨 없으면 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가치를 부처님 안목으로 다 살리는 것이다. 쌀도 장엄이요 겨도 장엄이요 일체가 이세상의 주인이다. 벼의 뿌리 입장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없으면 니들이 열매가 어찌 맺히겠는가. 또 벼의 잎은 태양을 받아서 쌀의 중요한 성분을 만들어내는데, 잎의 입장에서 보면 뿌리의 역할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사람에게로 펼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엄경>은 그런 내용이다. 확연히 깨닫고 철저한 믿음을 갖고 살면 이 세상에 인정안할 것이 없다. <화엄경>의 안목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하면 평화롭게 행복한 세상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엄경>을 읽기를 학수고대하는 이유다.”

-일반인들도 <화엄경>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표현하지만 그 표현에 아주 큰 한계가 있다. 사회인들이 잘 쓰고 생각하는 사고와 그런 언어로 완전히 환골탈태해서 표현했으면 좋겠는데 글을 쓰면서 늘 답답함을 느낀다. 경전은 끊임없이 번역되어야 한다. 고전적이고 구태의연하지만 그나마 하는게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 <화엄경>을 조금 이해하려는 노력. 시중 소설처럼 금방 읽고 표현하려고 하지 말고 한 페이지 읽고 한 구절만 이해하면 되지 않는가. 나는 경전 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해안되면 넘겨라. 시험치는 것도 아니니 차분히 공부하다보면 조금씩 이해량이 넓어질 것이다. 잘못읽은 것도 해결될 수 있다. 나도 내 안목대로 하니까 오류가 왜 없겠는가.”

-<화엄경>공부의 비결 중 하나로 ‘자신 스스로 깨달았다’고 가정하고 읽으라는 대목이 있다.
“공부를 하다보면 넘치는 마음이 생기더라. 건방이 든다고 할까. 내가 스스로 깨달은게 아닌가 착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화엄경>은 깨달은 사람 이야기니까. 거기에 도취하다보니 맛과 기쁨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내가 확철대오한 사람도 아닌데, 내가 경전 분위기에 휩싸여 착각을 했지만 <화엄경>을 읽는데는 약간 착각하는게 좋더라. 내가 못깨달았다고 하는게 뭔가. 불교용어로 ‘해오’ ‘초견성’이라고 한다. 내가 거기에 편승해서 같이 간다고 생각하는게 낫겠다. 최소한 화엄삼매에 잠깐 들어갔다 나와도 좋겠다.”

-스님은 한국불교에 어떤 인물로 남고 싶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가르침인 <화엄경>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최정상에 있는 가르침이다. 이 위대한 <화엄경>을 세상에 알려주는 안내자로 남고 싶다.

-‘사람이 부처님이다’라는 인불(人佛)사상을 주창한 근거는.
“<법화경> <화엄경> 선어록에 깃든 사상은 모두 인불사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만유개불사상이 곧 <화엄경>이 말하는 가르침이다. 인불사상은 그보다 개념은 작지만 유사하다.”

-복잡하고 비정한 현대사회에 <화엄경>의 의미는 무엇인가.
“<화엄경>이 사회와 개인의 인생문제 적용되는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수히 많다. <화엄경>을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으로서 머리가 비좁도록 떠오른다. (화엄경이)개인의 문제 사회문제를 해결할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사회문제도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다. 사람과의 관계가 사회문제다. 순전히 사람문제다. 사람문제를 <화엄경>에서 어떻게 해결하는가. 이게 곧 인불사상인데, 모든 사람들을 진정한 가치, 세속말로 존엄성 위대성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지, <화엄경>을 통해서 곧 불교이론을 통해서 보면 사람의 가치는 그런 세속적인 위대성 존엄성 가치 고귀함과 같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는다. 너무 부족하다. 깊은 사유를 통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한 인간의 존엄성을 깨달으면 좋지만 마음깊이라도 그것을 담을 수 있다면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큰힘이 되어서 서로 존중하고 아끼고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겠나. 사람을 받들어 섬기면 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존중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 기분 좋을 수도 있다. 가족끼리 그러면 그 가정은 참 평화로운 가정이 될 것이다. 국가와 국가간에 이해하고 가치를 알아서 받들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경하고 찬탄하고 그런 사회가 된다면 노사문제 종교간 갈등 이념간 갈등 보수ㆍ진보간 갈등도 무슨 소용이 있나. 사람을 위하자는 것 아닌가. 모든 문제는 인불사상으로 보면 다 해결된다. 너무나 훌륭한 ‘열쇠’라서 이해가 안되는 것인지 어려운 것인지 몰라도, 결국 인불사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불교에 실망하는 불자들도 적지 않다.
“불자들이 승속을 막론하고 불교를 그냥 수박 겉핥기로 보고 진정한 불교맛을 모른다. 이름만 불자고 간판만 불자지 너나없이 진여한 불자가 못 되어서 불자들이 하는 일들이 바람직하지 못하고 온갖 부조리가 난무하고 그래서 사회의 지탄을 받고 그렇게 된다. 진정으로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맛을 느끼면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시대 불교 모델은 대만의 증엄스님이라고 본다. 자재공덕회를 이끄는 80살 비구니 스님이다. 그 스님은 불교정신으로 완전히 무장된 분이더라. 철저히 보살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더라. 대만에서 자연재해 나서 지진 폭풍으로 한 마을이 떠내려가면 찾아가서 교회도 두 개나 세워줬다. 스님이 교회를 세워주다니…. 불교 기독교 분별없이 보살의 화두는 중생이다. 불보살의 화두는 중생이지 그 외에 다른게 없다. 그러니까 거기에 기독교 불교가 보이겠는가. 고통받는 중생만 보일 뿐이다. 교회를 짓고 학교를 짓고 집도 짓고…. 놀라운 일 아닌가. 진정한 불교인은 그런 분이다. 우리가 꿈꾸는 불교인 불교활동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불교는 지극히 소승적이다. 말인즉슨 ‘대승 대승’ 하지만. 자세히는 몰라도 대만불교가 최고인 것 같다. 우리들은 스님들의 성행을 관리감독 못하고 비판만 한다. 대만에는 한국 스님이 가도 전 국민들로부터 관리를 받는다. 식당에 들어가면 여기는 스님들이 오시는 식당이 아니라며 스님이 갈 수 있는 식당으로 안내해준다. 이런데 어찌 스님이 비리가 있고 비행이 생길 수 있겠는가.“

-‘화엄경 강설’ 시작한 계기가 있는가.
“불교 명구백선 4권짜리 나온게 있다. 그 이후 ‘화엄경 명시집’을 내고 싶어요. 그것을 준비하다 구절구절 욕심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것이다.”

-건강은 어떠신지.
“건강이 안좋다. 조계종 교육원장 했던 2003년 허리가 아파서 수술하면서 신경을 건드려 하반신 50% 정도가 마비됐다. 발 균형을 못잡아 이렇게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있다. 그 덕택에 <화엄경> 공부를 골똘히 하게 된 것이다. 결핍이 자산이다. 하루에 다섯 번 자고 다섯 번 일어나서 공부한다. 수시로 피곤하다. 쉬었다 싶으면 화엄경 공부하고픈 마음에 몸살이 난다. 하하하.”

-이번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을 만나는 독자들에게 한말씀.
“수박 겉핥기 하지 말고 속까지 핥고 영양분도 섭취하길 바란다. 그 많은 팔만대장경 가운데 이게 최고다. 나는 가차없이 표현한다. <화엄경>을 안읽고 어찌 불교를 믿는다고 하는가. 그 좋은 보물을 갖고 있으면 그것을 탐색해보자. 나혼자 알기 아까워서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이것도 일종의 포교다. (기자)여러분들이 부처님 법을 이 인연으로 널리 편다는 사명감 갖길 바란다. 거기서 감동한 사람 있을 것이다. 인연이 맞아떨어지면 탐독하고 사람도 개조하고 한사람이 사회에 조그만 샘물이 되어 사회에 의미있는 물줄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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