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호 특집] 특별기고 / 현대의학으로 본 3000배

지방에서 갓 교수가 되어 처음 입원치료를 맡았던 환자가 있었다. 무릎 관절염이 심한 환자였다. 스물여섯 살이었던 그 환자의 할머니는 진료실을 나가다 말고 다시 돌아와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아이가 제일 착한 손준데 어릴 적부터 공장에서 고생을 많이 해 가지고 무르팍이 저 지경이 되었소. 제발 잘 치료해주시오.”

그 환자는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섬유공장에 취직을 하였고 한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는 곳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왼쪽 무릎이 붓고 아픈 관절염에 걸리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무료하게 입원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게 내가 권한 것은 뭔가 즐겁고 누군가를 위한 기원을 담은 소일거리를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3주 남짓 입원한 후 꽤 증상이 좋아져 퇴원하던 그가 네게 주고 간 것은 빨간 색종이로 접은 3000마리의 학이 남긴 유리병이었다. 그가 준 선물은 창공을 뜨겁게 날고 싶으나 유리병에 갇혀 있는 종이학들의 답답함처럼 오랜 세월 나를 누르기도 했다.

또 담아준 기도와 염원처럼 마음을 편하게 하기도 했다. 그 후 근무지 변동으로 반복된 이사 속에서 어느 날 3000마리의 학은 어디론가 날아 가버렸지만 ‘3000’이라는 숫자는 내게 여전히 무거움과 따뜻함을 주고 있다.

서울과 일산의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몰두와 전환, 그리고 극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108배나 1000배를 권하곤 한다. 또한 아주 절박한 경우에는 3000배를 소개하기도 한다. 108배를 하는 것에 대한 좋은 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진실이든 가벼운 가식을 덧붙였던 자신을 작게 하고 낮춰 상대와 균등하게 하거나 상대를 더 높고 크게 하는 일이다. 빈손을 들어 적의가 없음을 보인 다음 분리된 감성과 이성의 양쪽 뇌의 신호를, 혹은 기(氣)와 혈(血)의 흐름을 한 데 모으는 합장과 이어지는 일련의 투지(投地) 동작은 자신을 완전히 놓는 하심(下心)의 모습이다.

그리하여 일체의 존재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이뤄 대자비심을 발할 수 있고, 마음의 번뇌가 없어짐과 동시에 맑아진 정신으로 참 지혜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합장과 투지의 절을 108회 행하는 것은 중생의 근본 번뇌인 108번뇌를 소멸시키고자 함이다. 숫자가 뭐가 중요한가 할 수도 있지만 이치와 그의 납득 그리고 그에 따른 바른 실천은 오롯이 한 결로 닿아 있다.

108번뇌는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육근(六根)이 색깔(色), 소리(聲), 향기(香), 맛(味), 감촉(觸), 법(法)의 육진(六塵)을 상대할 때 발생하는 서른여섯 가지 번뇌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36에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곱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108배를 온전함을 지향하는 숫자인 10을 곱하여 행하면 1080배가 되는 것이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겁(賢劫)의 1000 부처님께 1배씩 절을 올리면 1000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의 3대겁에 출현하는 3000 부처님께 1배씩의 모두 절을 올리면 3000배가 된다.

그렇다면 108배를 하는 사람의 마음과 이러한 방법을 3000번이나 연장하는 마음에는 어떤 다름이 있을까? 우선 절박성의 정도 차이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참 지혜에 다가간 정도나 근기(根機)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절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현대인은 돈과 관계에 대해 집착과 갈애(渴愛)를 보인다. 세균이 주는 병, 그리고 외상성 질환은 항생제, 정맥주사, 수혈 그리고 수술 기법의 발달로 많이 극복되었으나 집착과 갈애의 마음병, 그리고 그 마음병이 만드는 궤양, 자가면역질환, 종양은 여전히 사람을 괴롭힌다. 집착과 갈애의 절벽 끝에서 사람은 스스로 생을 종결짓거나 종교에 의탁하려 한다.

스스로를 절벽 아래로 던져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108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단박에 크게 마음을 고쳐먹고 3000배를 시작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번뇌를 관통하는 참회로부터 새 출발을 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참된 지혜의 삶에 나날이 다가간 사람들이라면 108배가 이미 일상화되었을 것이고, 마치 봄걷이와 가을걷이 하듯 지혜의 결실을 3000배로 확인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절하는 것, 특별히 3000배의 의학적 유효성을 밝히는 것이 이글을 쓰는 이유다. 108배의 효과와 3000배의 효과는 아침 조깅과 단축마라톤 정도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장점과 주의할 점은 이들 운동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이 기본적인 체력, 심폐 기능, 관절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와 혈’ 한데 모으는 합장은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의 모습

근력ㆍ유산소 운동 속성 있어

척추 바르게 해 허리통증 호전

집중력 강화로 학습효율 높여

전통적으로 절하는 자세는 체중의 상당부분을 하체에서 지탱하는 가벼운 근력 운동적 성질과 부드러운 동작의 반복을 통한 유산소 운동의 속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기르고 척추를 바르게 해 각종 근골격계, 특히 어깨와 허리의 통증을 호전시킨다.

또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당과 지방의 대사를 조절해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활성화해 행복감을 증진시켜 우울증을 낫게 할 수 있다. 아울러 집중력이 좋아져 업무와 학습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나는 절하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해 마음을 강건하게 하고, 결국에는 지혜의 불성을 깨닫고 담는 좋은 그릇으로 우리 몸을 만드는 근본적인 수행이라 믿는다. 때문에 자신의 건강, 특히 관절의 기능 상태에 맞춰 일반적인 절하기 방법이나 상체에 더 힘을 싣는 방법을 골라 실천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

다만 현대인의 생활 자세나 컴퓨터, 스마트폰 보는 시간, 인구의 고령화 추세에 의한 무릎관절 질환의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상체에 힘을 실어 체중을 고르게 분산하는 방법이 한결 받아들이기 쉬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언급은 일반적인 절의 효능과 방법일 따름이고 몸과 마음의 극한을 넘어야 하는 3000배의 경우에는 몸에 대한 그 무엇보다 마음과 영혼에 대해 불성(佛性)의 울림을 열어주는 일이라 믿는다.

이제 축복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긴 삶을 이어가야 하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건강과 행복의 길을 찾고, 또한 근원적으로 스스로의 그릇됨을 만들어가려는 이라면 기꺼이 스스로를 낮춰 투지하는 절하는 삶을 살아야하겠다.


■ 절 수행으로 행복을 찾은 사람들

“심신 건강 동시에 찾는 최고의 수행법”

108배, 3000배 등 절 수행은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다. 이는 직접 몸을 움직여 심신의 건강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수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108배의 운동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8배를 10분간 실시하면 90여kcal 정도의 열량이 소비되며, 1시간 동안 절을 하면 축구나 테니스를 할 때의 운동량과 비슷한 250∼300kcal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또 당뇨병, 고혈압 등에도 큰 효과가 있음이 실험으로 입증됐다.

때문에 절 수행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집중력 향상의 효과를 거둔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뇌성마비를 앓았던 화가 한경혜 씨가 절을 통해서 장애를 극복한 사연이 대표적이다.

7살 때부터 현재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0배를 했다는 한 씨는 “절을 통해 제각각 비틀리던 장애의 몸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집중력이 좋아져 학업을 성취할 수 있었다”면서 “몸에 좌지우지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싸움인 절 수행만큼 탁월한 방법이 없다“고 극찬했다.

1000배 올리며 장애 극복하고

3000배로 절제하는 습관 길러

9년에 걸쳐 100만 배를 회향한 서울 화계사 신도 주근호 씨의 일화도 유명하다. 주 씨는 “성철스님이 입적하신 후 책을 보다가 3000배란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직장에서 퇴근 후 무작정 절을 시작했다”면서 “가족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내의 병세도 호전됐고, 나 역시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방송인 브로닌 멀렌 씨의 3000배 도전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브로닌 씨는 비록 3000배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다이어트를 위해 집에서 108배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브로닌 씨는 “당시 3000배 도전 이후 좋아하던 육류도 끊고 술도 줄이는 등 절제하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방송이 없는 날이면 집에서 틈틈이 108배를 하고 있는데,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능엄경>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공연으로 주목 받았던 윤민석 마묵무용단 대표도 창작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3000배 정진을 꼽았다. 윤 대표는 “공연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3000배 만한 것이 없다”면서 “단원들과 함께 정진하고 나면 이후 공연에서 집중력도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수행법으로 절 수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0만 배 정진을 회향해 화제가 됐던 서울 화계사 신도 주근호 씨.

[불교신문3000호/2014년4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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