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법으로 읽는 불교

목경찬 / 불광출판사

불교계 스테디셀러 가운데 하나인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의 저자 목경찬<사진> 불광연구원 전임강사가 연기법을 토대로 불교기본 교리를 정리해 눈길을 끈다. 연기법을 바탕으로 십이연기,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 및 업과 윤회의 뜻을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난 3월25일 조계사 인근에서 목경찬 씨를 만나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 책은 자신이 불교를 공부하는 동안 느꼈던 의문을 가지고 쓴 글”이라며 “부처님 근본 가르침인 연기법을 토대로 교리용어를 풀어쓴 것으로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편일률적으로 연기법을 사물관계로만 보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제가 본 연기법은 사물과 사물의 관계가 아니라 내 마음이 어떤 관계 속에서 세상을 보는 것인가”였다고 밝혔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공부가 마음수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기법 토대로 교리 정리

삼법인 오온 업과 윤회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해

사물과 사물의 관계 아닌

마음이 어떤 관계 속에서

세상 보는지가 연기법 핵심

연기법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구절이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진다.” 그는 이 구절이 세상 만물의 관계성을 설명하기보다 생로(生老)에 따른 십이연기의 상호간 연계성을 설명한 것이라고 봤다.

“경전에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구절 뒤에는 반드시 십이연기의 상관관계가 나왔다”며 “이 구절의 가르침이 나타내는 중심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법의 핵심은 관계성을 말한 게 아니다”라며 “연기법은 바깥세계의 관계성에 중심을 두는 가르침이 아니라 마음의 작용에 대한 관계성을 중심에 둔 가르침”이라고 피력했다. <요본생사경> <도간경> 등 경전에 따르면 마음 밖 대상과 대상의 관계, 사물과 사물의 관계는 ‘외연기’이며, 마음작용 간의 관계는 ‘내연기’로 구분된다.

외연기로는 씨앗과 싹, 줄기 등의 관계를, 내연기로는 십이연기를 설명할 수 있다. “외연기는 복잡한 내연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비유를 들어 설명한 것이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사물과 사물의 관계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핵심이 아니라는 말”이라며 “연기법은 세상 만물 간의 관계성을 설명하기보다는 미혹과 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분별하는 마음을 끊으라는 가르침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수사견이다. 물은 사람에겐 물이지만, 물고기에겐 집이나 길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마음의 관계성으로 연기법을 이해한다면 ‘다름’의 가르침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일례로 일수사견(一水四見)을 떠올려보자.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뤄졌기 때문에 물이라 할 게 없다. 외연기적 시각이다. 물의 화학기호가 H₂O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다른 시각으로 보자. 사람에겐 물이지만, 물고기의 입장에서 보면 물은 집이나 길일 수 있고, 하늘 중생에게는 보석으로 아귀에게는 피고름으로 보인다.

마음의 관계에서 보면 같은 물이라도 다르게 생각된다. 개 짖는 소리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멍멍’ 미국에선 ‘바우와우’라고 표현한다. 서로 다르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며 “마음의 관계성으로 연기법을 이해한다면 ‘나는 이렇게 보지만, 다른 이는 다르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다름’의 가르침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다름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다름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천천히 사고해야 한다. 느리게 생각하려면 호흡을 천천히 해야 하는데 느리게 호흡하려면 수행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하는 수행과 관계가 있다”고 연결시켰다. 이런 관계 속에서 보면, 우리가 교리를 공부하는 것은 다름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고 이는 수행과 실천을 통해 이뤄진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불교신문2999호/2014년4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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