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3곳 개원하고 전역하는 박규탁 준위

지난 3월16일 호국비룡사에서 열린 ‘환송 및 음악법회’에서 만난 박규탁 준위는 “전역 후에도 군법당을 찾아다니며 더 많은 법우님들과 부처님 법을 나누며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33년 군복무 중 호국광명사

백호정사 호국비룡사 등 창건

 

직업보도교육 이수 위해 떠나도

군포교 인연 계속 잇겠다 ‘서원’

 

부처님오신날 법사 모시려

사찰 수 십 곳 갔다 퇴짜 맞고

개종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

달려와 준 아용스님 너무나 ‘감사’

펑펑 울었던 기억 지금도 생생

 

매일 아침저녁 예불 108배 참선

신묘장구대다라니 광명진언 등 기도

부대 무사고…법우들 무탈 ‘기원’

 

부인과 함께 자원봉사하며

노후생활 하는 게 꿈…

“도량 건립은 부처님께서 새로이 탄생하신다는 의미와 같다. 그 공덕은 이루다 헤아릴 길이 없느니라.” 불교 수행과 신행활동의 근간인 도량 건립의 공덕에 대해 <아함경>은 이같이 찬탄했다. 33년간 군복무하며 군법당 3곳을 세우고 군법사 대신 지도법사를 맡아 불자장병들을 이끈 군불자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인물은 5포병여단 예하 비룡부대 박규탁 준위. 지난 3월16일 비룡부대 호국비룡사에서 열린 박 준위 환송 및 음악법회에서 그를 만났다. 박 준위는 “부처님의 가피 덕분에 33년 군생활 동안 제가 원을 세운 건 모두 다 할 수 있었으며 무탈하고 명예롭게 전역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전역 후에도 군법사님이 상주하지 않는 열악한 법당을 찾아다니며 더 많은 법우님들과 부처님 법을 나누며 살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3월16일 오후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비룡부대 호국비룡사엔 흥겨운 음악소리가 넘쳐났다. 이날 법회는 서울 행복사 주지 능인스님과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해성스님이 33년 군생활을 회향하는 박규탁 준위의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고 전역을 축하하는 뜻 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전역을 맞아 환송법회를 열어줄 만큼 인연이 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능인스님과 해성스님이 박 준위를 실제로 만난 일은 이날 법회 자리까지 포함해 2, 3번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SNS를 통해 활발한 군포교 활동과 전역 소식을 전해들은 두 스님은 박 준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이날 환송 및 음악법회를 열게 됐다. 능인스님과 해성스님은 군장병을 위한 음성공양은 물론 떡볶이와 차, 떡 등 다양한 공양물을 마련해 박 준위를 격려하고 군장병들을 위로했다. 또한 불자 군장병은 물론 부대 대대장 등 함께 근무한 간부들도 제각각 종교는 다르지만 이날 법회에 참석해 전역을 앞둔 박 준위의 건승을 기원했다.

“SNS를 통해 인연을 쌓았던 두 스님께서 전역 기념 음악법회를 열어 주신다기에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해 몇 차례 거절했었지요. 호국비룡사 법당과 제 후임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부대 내 불교 위상을 높이기 위해 법회를 열게 됐지만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웃음)”

박 준위는 33년간 군생활을 되돌아보면 법당 만들고 법회를 본 게 전부라고 회고할 만큼 군포교에 매진했다. 박 준위는 근무하는 군부대마다 군법사가 상주하지 않는데다가 혹시 군법당이 있더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상황이 너무나도 열악했기 때문에 군포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첫 근무지인 25사단 71연대 217포병대대에도 군법사는 물론 군법당도 없었다. 대구공고 재학시절, 법성불교학생회 등 2곳의 불교학생회 창립을 주도해 초대회장을 역임했던 박 준위는 부사관 임관 3년차인 지난 1983년 군법당 창건 원력을 세웠다. 그해 부대 내 창고를 개조해 호국광명사로 창건한 뒤 군장병들과 법회를 이끌어왔다.

이어 1985년 11월 준위로 임관한 박 준위는 28사단 262포병대대로 자리를 옮겨서도 당시 대대장 등 여러 군불자와 힘을 모아 호국대안사를 세웠다. 이어 1998년 사천 205특공여단으로 전출간 박 준위는 슬레이트 지붕에다가 누수까지 이어지는 등 열악한 환경의 백호정사를 여법한 법당으로 중창하겠다고 서원했다. 1999년 11월 고산스님을 초청해 기공식을 가졌지만 백호정사 중창불사 도중에 갑작스레 대구 5군지사로 전출가게 됐다. 대구와 사천을 오가며 힘겹게 불사를 이어간 박 준위의 노력 덕분에 100평 넘는 여법한 법당이 새롭게 문을 열게 됐다.

2011년 4월 마지막 근무지인 비룡대대로 전출온 뒤 호국비룡사를 참배한 박 준위는 또 다시 중창불사를 서원했다. 옛 교회공간에 자리 잡은 법당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부처님 용안에도 곰팡이가 폈을 뿐만 아니라 법회에 참가한 군장병의 엉덩이와 발은 습기로 인해 매번 축축하게 젖었기 때문이다. 2012년 중창불사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마련이다.

본지 2833호 ‘물새는 건물 보수해 법당으로’ 기사를 통해 어려운 불사상황이 전해지면서 박호석 법사와 불자가수 송춘희 씨 등 여러 불자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은 박 준위가 책임져야만 했다. 박 준위의 진심이 통했는지 전국 사찰을 돌며 모연한 불사금을 통해 같은 해 11월 여법한 군법당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다.

“부처님의 가피와 인복(人福) 덕분에 제가 33년간 군생활하면서 세운 원력은 모두 이뤘습니다. 다른 원력도 아닌 군법당 창건과 중창불사 원력인 만큼 힘들 때마다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려 주셨고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격려를 보내주셨기에 그 어렵다던 불사도 거뜬히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포교를 펼치는 동안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턱없이 부족한 불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사찰을 돌다보니 사기와 횡령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또한 5군지사 호국원광사 불교회장 겸 총무 시절에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때 법사 스님을 구하지 못하는 등 불교활동에 어려움이 커 개종할까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군법사가 지금은 상주하지만 당시에는 상주하지 않던 5군지사 호국원광사에는 봉축법요식 때 법사 스님을 모시기로 서원했지요. 하지만 부처님오신날 당일 법사 스님을 모시기 위해 사찰 수 십 군데를 찾아 갔지만 다 퇴짜를 맞았어요. 스님들을 원망하며 너무 힘들어서 개종까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당시 능인중학교 교법사인 아용스님께서 학교 법당에서 법회를 보신 후 곧바로 호국원광사를 찾아오셔서 법회를 봐 주셨습니다. 너무나 고마워 펑펑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박 준위의 활발한 군포교활동은 개인적인 수행활동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박 준위는 매일 아침저녁마다 예불을 올리며 108배와 참선, 신묘장구대다라니, 광명진언 등 기도를 올리며 부대 무사고 기원과 법우들의 무탈한 군생활을 발원하고 있다. 또한 100일째 되는 날마다 1080배를 올리며,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3000배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 준위는 4월부터 사회적응과정인 직업보도교육을 1년간 이수하게 된다. 하지만 군포교에 대한 열정은 현역 때 못지않게 여전히 불타올랐다. 준·부사관불자회 감사와 2군 지회장을 역임한 박 준위는 전역 이후에도 준부사관불자회가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또한 후원회를 결성해 군법사가 상주하지 않는 전방부대 군법당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꾸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제가 세웠던 원력은 그동안 다 이뤘던 것처럼 이 원력 또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열심히 군포교를 위해 뛰어다니면서 아내와 함께 자원봉사를 통한 자리이타행을 실천하며 행복한 노후를 사는 게 제 꿈입니다.”

 

■ 박규탁 준위는…

박규탁 준위(54, 법명 법천)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공고와 대구산업정보대학 생활체육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을 며칠 앞둔 1981년 2월 육군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25사단 71연대에서 근무하다 1985년 11월 준위로 임관했다. 이후 28사단과 205특공여단, 5군지사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4월부터 5군단 예하 비룡부대에서 근무했다.

특히 33년간의 군복무기간 동안 3곳의 군법당을 창건하는데 앞장섰으며 1곳의 군법당 창건에도 일조했다. 25사단 71연대 217포병대대에 호국광명사를 창건한데 이어 205특공여단 백호정사, 5군단 예하 비룡부대 호국비룡사를 잇따라 창건했다. 또한 28사단 262포병대대 호국대안사도 대대장 등 여러 불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고교시절에는 법성불교학생회 등 2곳의 불교학생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준·부사관불자회 감사와 2군지회장 등도 역임했다. 전역 1년을 앞두고 지난 1일부터 1년간 사회적응과정인 직업보도교육에 들어갔지만 군포교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불교신문2998호/2014년4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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