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자취를 따라…

8대 성지 돌아보며 가슴 찡한 기도

매사 걸림 없는 향기로운 삶 발원 

부처님 8대 성지를 둘러본 교수불자연합회 회원들.

올 겨울 오랫동안 그려오던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가 주관한 성지순례 길에 인연이 닿아 동참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3일부터 16일까지 경향 각지에서 오신 28명의 남녀도반 교수들이 함께하였다. 우리들은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까지 전법의 향기가 우러나는 불교 8대 성지를 돌며 신심을 키웠다.

‘바르나시’에서는 사르나트(녹야원)와 박물관 순례, 그리고 갠지스 강 유역의 힌두문화 체험이 있었다. 사르나트 유적지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시고 5명의 비구에게 처음으로 법을 설하셨던, 초전법문의 자리다. 우리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탑돌이를 하고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잠시 정진한 후, 고고 박물관으로 이동하여 귀중한 초기불상과 아쇼카 석주를 비롯하여 마우리아, 쿠샨 및 굽타시대의 조각품을 감상했다. 사암에 새겨진 석조물들은 그렇게 아름답고 정교할 수가 없었다.

부처님 성도성지인 ‘부다가야’에서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자리에 세워진 마하보디 사원과 부다가야 대탑을 설레는 마음으로 참배하였다. 일행 중 독지가의 보시로 사원에 안치된 불상에 가사를 갈아입히고 삼배한 후, 한참이나 탑돌이를 하고 정진기도를 했다. 모두가 마음 흐뭇하고 가슴 찡한 모습이었다.

‘라즈기르(왕사성)’에서는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기 전에 수행하고 그 후에도 포교활동의 중심으로 삼으신 영취산을 순례했다. ‘쿠시나가르’에서는 열반한 부처님의 다비를 행하였던 람바르 스투파를 참배하고, 열반 후 천년 뒤에 스리랑카 신도들이 모셨다는 거대한 와불(臥佛)에 우리는 가사를 새로 입히고 기도하였다. ‘쉬라바스티’에서는 불교 역사상 두 번째 사원이 기원정사 터를 찾아 여러 과일을 정성껏 차려 공양했다. 부처님께서 가장 오래도록 법을 설한 이곳에서 들은 정천구 교수의 금강경에 관한 간결한 법문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잘못에 빠진 앙굴리마라를 교화한 앙굴리마라의 스투파, 부처님이 어머님에게 설법하고 승천하신 천불화현 터, 부처님의 가르침에 믿음으로 보답했던 수닷타의 집터 등을 순례하였다.

갠지스 강에서의 감회도 남달랐다.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강이다. 힌두교도들의 삶은 태어나 여기서 세례를 받고 시작하여 임종 후 화장되어 이곳에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고 한다. 우리는 배를 내어 가까이 화장현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강을 건너 이른바 항하사 모래밭을 거닐기도 하면서, 그리고 저녁마다 행한다는 야간의식, 그 흥겹고 화려한 강변축제(?)를 곁눈질 하면서 정말이지 생사와 열반이 함께 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이번 성지순례는 현지의 열악한 사정으로 무던한 기다림과 적지 않은 인내가 필요한 힘겨운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수고를 충분히 상쇄할 만큼 무언가 ‘본질적인’ 보상을 얻은 시간이었다. 특히 올해로 일흔 살이 막된 나에겐 지금껏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내심 흐뭇하게 여기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경지까지는 몰라도, 매사 순리에 따라 걸림 없이 살면서 이웃에게 향기를 전할 수 있는 나날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도에서의 추억을 두고두고 새기면서 애써 볼 일이다.

[불교신문2996호/2014년3월26일자]

 

박승위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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