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넘어 인간적 접촉 유지하도록 노력

질병 실패라

생각하지 않도록

그것과

친숙해지는 법 배워야

 

암환자를 둔 가족들은 괴롭다.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 측은지심 때문에 괴롭고 본인이 무엇을 해야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괴롭고,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치료에 대한 고민을 하고 환우회 같은 곳도 방문해 보고 번뇌로 가득찬 일상이 되어 버린다.

이때 암환자에게 ‘어떤 것이 실제로 도움을 주나?’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grade & grit)>(켄윌버 저)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자신의 부인이 유방암을 진단 받고 긴 투병 과정 동안의 항암치료, 수행, 명상 등의 대장정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의 부인인 트레아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암을 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단순하게 암환자로서의 내 경험을 말하는 것이 가장 쉬웠지만, 나는 그들이 내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듣는 일이었다. 그들의 말을 들어야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그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암처럼 집요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듣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나도 그들과 같은 경험을 겪어 봤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그렇게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의 선택을 진심으로 지지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친구가 내 삶의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당시, 내게 혼란을 줄 수도 있는 말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누군가 ‘왜 당신은 암을 선택했지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종종 그들이 정당하고 건강한 반면, 나는 아픈 사람이라고 구분 짓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상황의 복잡함을 민감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라면 ‘암을 어떻게 이용하기로 했나요?’와 같은 보다 도움이 되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런 질문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끔 만들며, 또 어떤 잘못에 의한 징벌로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성장을 위한 잠재적인 기회가 풍부한 상황으로 병을 볼 수 있게끔 한다.

나는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내 자신의 공포를 넘어 그들과 닿을 수 있도록, 인간적인 접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나는 질병이 실패라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것과 친숙해지는 방법을 끊임없이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비심을 요구하는 매우 실제적인 아픔과 고통이 내 주변에 널려 있고, 그 속에 심리적 영적 치유의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완벽한 답이다.

[불교신문2996호/2014년3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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