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잘 받으며

삶의 질 좋게 유지하는 것

종양내과 의사들의 사명

 

거주지 옮기지 않더라도

이완·명상·참선 등으로

심신 다독 프로그램 가능

불안과 공포, 갈등과 자책부터 벗어나야

 

“항암치료 하면 뭐해요. 공기 좋은 데서 잘 먹고 운동할래요.” 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략 “항암치료 하면 뭐하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 들으면 다 말리고 그리 독한 치료는 몹쓸 것”이라면서 “정상 몸도 다 망가지게 한다고 두 손 두 팔 들고 다 말리는데 몸의 면역도 다 망가진다더라” 등 표현만 약간 다르고 대부분 위의 내용으로 요약이 된다.

필자의 반응은 일단 침묵, 즉 들어주는 것이다. 첫 번째로 환자의 말을 듣는 것, 즉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불안에 휩싸이고 여러 가지 치료 방법 중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일정시간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일단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에 대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 치료 방법들은 환자의 각 상황별로 단독 혹은 병합 치료를 한다. 항암제는 기본 원리가 종양세포가 빨리 자라는 특성을 겨냥하여 투여되므로 일부 정상세포도 선의의 희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탈모, 혈액수치 감소, 구역 등이 나타나는데 실제 환자 예를 들면, 전이성 폐암으로 항암제 투여 2~3개월 후 컴퓨터 전산 촬영과 기타 평가를 하였더니 암의 크기는 반 이상 줄었는데 환자는 치료로 인한 부작용으로 항암치료 도중 수차례 입ㆍ퇴원을 반복하고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다 지쳤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이 치료가 바라던 그 치료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최근 평균수명의 연장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사는 삶으로 진행성 암환자와 가족들의 소원은 ‘사는 때까지 고통 없이’이다. 그러므로 완치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치료로 인한 독성과 고통을 감내할 가치가 있지만, 완치의 가능성이 낮은 경우 치료 때문에 독성과 고통이 크다면 환자와 가족들의 바람에 반대되는 일이다.

항암치료도 잘 받으면서 삶의 질도 좋게 유지하는 것, 그것이 필자를 포함한 모든 종양내과 의사들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그래서 환자의 최선의 선택을 돕기 위해 정보를 제공할 사항들은 첫째 항암치료는 고통스럽지 않게 해 드리고자 하는 목적이라는 것, 둘째 암이라는 병 자체로 고통이 동반되므로 항암치료를 안한다고 결정했을 때의 불안과 공포는 견딜 수 있냐는 것, 즉 본인의 선택에 대해 갈등과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굳이 짐 싸들고 공기 좋고 물 좋은데 거주지를 옮기지 않더라도 항암치료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완이나 명상 참선 등 주위 환기 같은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본인만의 심신 다독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불투명한 인생에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어렵고도 멋진 일이지 않을까.

[불교신문2994호/2014년3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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