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목판 일제조사 <下> - 유교책판 사례로 본 관리대책

유교책판이 최근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지정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장판각에 보관중인 유교책판은 모두 6만4000여장. 영남 지역 300여 문중에서 맡긴 것이다. 국학진흥원은 지난 2001년부터 도난이나 훼손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목판 10만장 모으기 운동’을 벌여왔다.

국학진흥원의 사례처럼 문중이나 개인이 보관하던 목판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방식의 장점은 안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5년에는 목판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통풍과 항온, 항습기능까지 갖춘 전용 보관시설인 장판각도 준공했다. 불이 나면 가스를 뿜어 산소를 없애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끌 수 있는 장치와 도난방지 시스템도 갖췄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장판각 시설.

한국국학진흥원 목판연구소 김종건 전문연구원은 “집중 관리하면 관리체계가 원활하다. 현대적 연구를 위한 작업도 용이하고 도난 위험도 낮다”며 “여러 곳에 분산돼 있으면 그만큼 관리에 따른 경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익”이라고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도 “목판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펼치는 등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단계적 과정을 밟고 있는 점은 선행사례로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교책판과 같이 사찰 경판을 한 곳에 모아 보관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경판은 간행 당시 성격과 시대별로 나타난 신앙에 대한 경향까지 총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본래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 특성상 한 곳에 모아 집중관리 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도난 훼손 방지 위해 목판 10만장 모으기 운동

통풍 항온 시스템 등 다기능 전용시설 준공

경판 체계적 보존 위해 어떤 시스템이 적합할까?

서지학자인 신승운 성균관대 교수는 “경판에는 사찰의 흥망성쇠와 지역의 특수성까지 담겨 있는 등 그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에 생성된 그 자리에 있는 게 맞다”며 “말사의 경우 성보박물관을 갖춘 본사로 옮겨 관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보존은 선택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 당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박물관 관계자도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불상사가 나면 한꺼번에 유실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전국 110개 사찰의 조선시대 목판 2만7000여 점을 일제조사한다. 사업계획을 통해 현재의 보존 환경실태를 파악해 체계적 보존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사찰의 목판 수장상태는 습기 및 충해 등에 그대로 노출돼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전국에 판전을 갖춘 사찰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전문가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사찰 소장 목판의 종합적인 보존관리 대책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불교신문2991호/2014년3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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