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반출돼 돌아오지 못한 통일신라시대의 석조여래입상이 한 장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김동철 석공예 명장이 ‘2014 불교박람회’에서 재현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입가의 미소와 너그러운 부처님의 얼굴을 대하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실제크기는 약 32cm이지만 총 길이를 52cm로 확대 제작했다. 김 명장은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귀중한 성보를 재현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다”며 “우리 성보가 일본 박물관에 있어 안타깝지만 진품이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7년 동안 돌과 함께 살아온 김 명장의 손에서 제작된 세 점의 동자상도 눈에 띄었다. 머리카락을 위쪽으로 올려 쌍으로 상투를 틀고 웃는 듯 마는듯한 미소에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우리 정서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 생옻칠 개금과 현대적 기법인 카슈 개금과의 차이점 설명이 한창이다. 도금장 오세종 씨에 따르면 현대식 기법대로 하게 되면 훼손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존을 위해 전통방식을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작업이 더디다는 점을 들어 전통방식을 멀리하는 세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살아있는 한국전통문화의 꽃’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역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박람회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오 씨는 “부처님을 빛내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법장스님께서 ‘서인’이라는 법명을 주셨는데 오늘이 바로 그 자리”라며 “40여년 가까이 갈고 닦은 기술을 알리는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 김현자 씨는 세계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찰해도, 부산 범어사 백의관음도, 수월관음도 등 총 3점의 작품을 걸었다. 특히 세로 2m30cm, 가로 1m75cm의 대작 통일찰해도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청동으로 불상만을 조성하며 우리나라 전통을 잇는 동성불교사의 정태수 명인은 앞으로도 초심의 자세로 청동불상만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전국의 1300여개 사찰의 청동불상을 조성하며 고유 전통기술을 잇고 있다.

이들 장인들이 소속된 단체인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전시장은 이번 박람회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는 22개 분야의 장인들이 선대로부터 이어온 무형의 전통기술을 통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일하는 장인들의 단체. 문화재 수리와 보존의 가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으며 목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70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1호 보유자인 번와장 이근복 씨를 비롯해 목조각장 한봉석, 청동불상 정태수, 단청장 김현자 씨 등 10여개 분야의 이 시대 최고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 대대로 익혀온 솜씨와 작품을 선보였다.

이근복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은 “스님들도 많이 오시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잔치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문화재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제대로 된 전통기법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업으로 삼고 있는 공무원, 설계사, 자문위원, 장인 등이 서로 각자의 기술을 듣고 배우고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전통공예는 발붙일 공간이 없는데 한 곳에 전시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관람객들도 장인의 숨결이 담긴 작품들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전시현(경기 시흥, 53)씨는 “문자 홍보 메시지를 보고 처음 와 봤는데 규모면에서 한 번 놀라고 작품면에서 또 한번 감탄했다”며 “불교공부도 하고 장인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