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경 강의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 부키

불교를 비롯해 동양사상과 역사에 두루 해박하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중국의 석학 남회근 선생이 해설한 <능가경 강의>가 나왔다.

<능가경>은 불교를 통틀어 사상이나 이론 뿐 아니라 수행방법 면에서도 중요한 보물 같은 경전이다. 우리 마음을 논리적으로 밝힌 불교 심리학인 유식학을 공부하려는 학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심(內心)의 깨달음을 표방한 선종의 경우에도 깊이 공부해야 한다.

중국에 처음으로 선의 가르침을 전한 달마대사는 이 경전을 전하며 마음에 새기도록 했다. 눈밭에서 팔을 잘라 법을 구하던 이조(二祖) 혜가에게 달마대사가 전한 것이 바로 <능가경>이다. 달마대사는 말했다. “중국의 모든 경전을 다 보아도 능가경 4권만이 심인(心印)으로 삼을 만하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능가경소>, <입능가경소> 등 <능가경>에 대한 5권의 저술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불교교리나 이치를 이해하려는 불자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경전이다.

불교 통틀어 보물 같은 경전

마음으로부터 업 생겨나니

업력의 자성은 본래 ‘공(空)’

‘선종의 뿌리’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닐 정도로 그 중요성은 크지만, 사실 <능가경>은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생소한 경전이다. 이 책의 대본인 한역본 <능가아발다라보경> 서문을 쓴 소동파의 글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능가경이 불법을 깊고 넓게 현시했던 바로 그 힘 때문에 오히려 세상에서 멀어졌음을 탄식했다.

남회근 선생은 대중들이 <능가경>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쓰는데 많은 공력을 들였다. 책에는 사십 대였던 저자가 번역 와중에 느꼈던 고뇌가 깊이 배어있다. 경을 해석하면서 풀리지 않는 곳이 나오면 분주한 시장 통에서도 선정에 들었다고 한다. 뜬눈으로 날을 새우고 거울을 보니 귀밑머리가 하얗게 새어 있어 그 백발을 ‘능가두발’이라 했다는 일화도 남아있다.

<능가경>은 자기 마음을 닦아 깨달음으로 이르는 실천을 강조한다. 세간의 여러 모습들은 그 근원을 따지면 모두 마음으로부터 변화되어 나온 것이다. 지혜의 핵심을 먼저 듣고(聞) 그 핵심을 깊이 사색한 후에(思) 실천과 노력으로 지혜에 다가가는 것(修)을 하되 핵심을 가려내는 안목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그 핵심을 가려내는 안목이 이 책에 들어있다.

“마음으로부터 업이 생겨나니 업력의 자성은 본래 공이다. 만약 자기 마음이 끌어당겨 취하는 주체와 그 대상을 벗어난다면 마치 대양의 파도와 같이 근본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스스로 청정하고 적멸한 대해의 물로 되돌아간다.”

<능가경>은 대혜대사가 부처님에게 질문한 100여개의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그 속에는 인생과 우주, 물리, 인문에 관한 것들이 들어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어온 것들이어서 불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생에 의문이 많은 진지한 학생이 교사에게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물고 늘어지며 질문하는 철학 수업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남회근 선생은 학문적 성과와 수행을 겸비한 현대의 보기 드문 인물로 꼽힌다. 1918년 중국 절강성에서 태어나 서당 교육을 받으며 사서오경과 제자백가를 섭렵했다. 이후 중국 불교 성지 아미산에서 외부 세상과 담을 쌓고 폐관수행하면서 대장경을 독파했다.

티베트로 가서 밀교 여러 종파를 공부하고 대만, 홍콩, 미국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40여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교육에 힘쓰다 2012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불교신문 2983호/2014년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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