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화통 캠프’ 보관스님이 전하는 마음치유 처방전

“울화통 터져 못살겠네.” 스트레스와 분노를 어찌하지 못한 누군가가 내지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쌓아두면 병이 된다는 울화지만, 제 때 풀지 못해 간직한 이들은 곳곳에 있다. 화가 난 그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묵은 장을 만들 듯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뒀고, 누군가는 폭우처럼 쏟아버렸다. 화를 내건 참건 뒷맛이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다. 마음속에 시도 때도 없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현대인의 여전한 화두를 타파하기 위해 보관스님이 나섰다.

울화통캠프는 ‘마음에 깊이 쌓은 우울과 화, 불안을 통쾌하고 시원하게 날려버리자’는 뜻이다. 지난 2012년 2월 처음 시작해 제5교구본사 법주사 템플스테이의 고유명사가 됐다. 보관스님은 햇수로 3년째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21일 이틀째 내린 눈으로 천지가 하얗게 변한 법주사 템플스테이관에서 보관스님을 만났다.

스님이 울화통캠프를 운영하게 된 것은 화를 다스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처음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정서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색깔을 가볍게 하니 학교나 회사 등 단체문의가 늘어났다. 템플스테이 연간 참가인원 7500명 중 80% 가량이 울화통캠프 참가자로,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쳐 갔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울화통캠프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목표는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은 떨쳐내고 행복한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지만, 비율이 높은 10대와 30~40대 직장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사소한 일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감수성 충만한 10대 청소년들이나 타종교인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불교색은 최대한 배제했다. 새벽예불, 108배, 발우공양은 생략했다. 대신 참가자들이 해보고 싶다고 요청할 때만 진행했다.

이 책에서 스님이 울화통캠프를 운영했던 경험과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54가지로 정리했다. 그간 스님은 문제에 꽉 막혀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누군가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했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도 있었다. 스님이 던진 질문을 답을 하며 스스로 해결점을 찾기도 했고 수행을 처방으로 내려준 적도 있다.

법주사 ‘울화통 캠프’ 각광…해마다 수천 명 찾아와

마음속 고통 들여다보고 문제해답 찾아서 돌아가

화, 좋거나 나쁜 것 아냐…실수는 분노가 하는 것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 감정에서 자유로워져야

스님은 “제가 수행을 많이 한 큰스님은 아니지만 개개인마다 갖고 있는 성향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며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편안해져 돌아간다”고 말했다. 천인천색인데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에는 100% 몰입해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잖아요. 평정심을 찾기 위해 명상을 많이 해요.” 출가한 뒤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 관련 자격을 취득한 데 이어 미국에서 코칭수업까지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각각의 사연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나랑 똑같다’는 구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님은 참가자들의 고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감정조절에 대한 어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의 방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들은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춰 살다보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이다.

보관스님은 “화가 났을 때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알아차리는 순간 화의 절반은 누그러진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를 계속 원망하면 화는 더 증폭된다. 스님은 “화가 나는 것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라며 “실수는 분노가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그 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를 안아주면 화는 가라앉는다. 그러다보면 화나는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화가 주인공이었다가 다시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감정을 다스린 뒤 살펴보면 내가 잘못한 것도 알아차리게 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떠오르게 된다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0대 청소년들은 울화통캠프의 단골들이다. 실제 스님을 만난 날에는 입시에 성공하지 못한 고3 학생이 머무르며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인근 학교와 경찰서와 연계하며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게 다녀갔다. 올 때는 스님한테 죽비로 맞는 거 아니냐며 잔뜩 긴장했다가 갈 때는 편해져서 절에 살겠다고 하는 게 애들이다.

외계인도 중2가 무서워 지구를 침공하지 못한다는 중2병. 스님도 겪어봤다. “말을 왜 안 듣냐”고 물으면 “왜 들어야 하냐”고 반문하는 아이들이다. 어른마냥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은 스님에게도 난공불락이다. 해답은 없을까.

스님은 “울화통캠프에 아이들이 올게 아니라 부모가 와야 한다”고 말한다. 백짓장 같은 아이들을 소심하게 만드는 것도, 비뚤어지게 만드는 것도 모두가 어른들이다. 스님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찾으라”고 말한다. “살다보면 공부가 전부는 아닌 것을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진 세계는 무시하고 일단 공부만 하라고 하거든요. 사실 공부가 좋아서 잘하는 애들은 1~2%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래서 2%에 속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스님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알아야 자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점 하나가 단점 10가지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게 인생”이라며 “단점에 집착할지 장점에 몰두할 지는 자신이 결정하기 나름”이라며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1박2일은 짧은 시간이지만 울화통캠프를 찾은 사람들이 힘을 얻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스님은 보람을 느낀다. “여행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듯 사람들이 일상을 떠나 사찰에 머물며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냄으로써 활력을 얻는다”며 “책에서 소개한 54개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공감하고 치유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관스님 지음/ 나무의 철학

■ 보관스님은 …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스님은 숭산스님을 만나 참선을 시작했다. 미국 유학 중 대봉스님과 인연으로 한국불교를 공부했다. 묘행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2002년 통도사에서 보성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 2007년 직지사에서 성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스님에게 있어 템플스테이는 속세와 산중을 읽는 가교다. 템플스테이라는 매개를 통해 불교를 알게 되고 스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스님은 포교일선에서 현대인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982호/2014년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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