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 시찰 현장

초가지붕 아래 흙바닥에서 공부하던 네팔 룸비니 오지마을 어린이들에게 새 학교가 생겼다. 2014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이 지역 아이들에게 새 학교 새 교실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선물이 됐다.

룸비니는 부처님이 탄생한 성스러운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지만 인프라는 물론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마을이다. 대부분 주민들은 하루 1끼만 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 현지에서 보기 드문 튼튼한 학교가 들어서자 조용한 마을은 금세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구촌공생회는 지난해 12월31일 카필바스투주 바스콜 티티히리야 마을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리 칼리마이 선원사 초등학교 준공식을 거행했다.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스님)가 부처님 나라 네팔 룸비니에 6번째 교육시설을 건립했다. 지구촌공생회는 지난해 12월31일 카필바스투주 바스콜 티티히리야 마을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리 칼리마이 선원사 초등학교 준공식을 거행했다.

특히 전국을 돌며 무료로 짜장면 공양봉사를 펼쳐온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을 학교 건립기금으로 보태 의미를 더했다. 운천스님은 지구촌공생회가 지난해 건립한 스리 파슈파티 영화초등학교에도 2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2009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현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짜장면 봉사를 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스님은 이후 매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짜장 공양을 실천하고 있다. 짜장 한 그릇에 부처님 마음을 전하고자 노인복지관, 장애인 시설, 군부대 등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지금까지 260회에 걸쳐 무려 12만4400인분을 선사했다. 봉사에 필요한 비용은 지리산 야생돼지감자로 만든 국우차를 팔아 충당한다. 사랑을 실은 스님의 짜장 봉사 원력은 이제 지구촌 전체로 번지고 있다.

운천스님은 무엇보다 월주스님의 아름다운 나눔 정신을 본받고 수행정진에 전념하고자 후원에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온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나와 같고 하나라는 세계일화(世界一花)와 동체대비 구현에 동참하자는 월주스님의 뜻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 운천스님은 “지난해 네팔 룸비니의 열악한 환경을 피부로 접하고 후원을 결심했다”며 “학생들이 이제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안심”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구촌공생회의 노하우를 철저히 배워 더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나섰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5월 태풍으로 무너진 임시시설.

월주스님은 2012년 제16회 만해평화대상 상금 5000만원 전액을 케냐 올마피테트 만해 초등학교 건립기금으로 기부했다. 앞서 2010년에 받은 제1회 민세상 수상상금 2000만원도 케냐 인키니 농장의 안정적인 수확을 위한 저수지 구축비로 내놨다.

또 지난해 11월 대원상 수상금 2000만원도 캄보디아 오지마을 초등학교 건립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스님의 솔선수범 정신이 후학들에게 영향을 끼쳐 여러개의 학교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구촌공생회가 학교를 지어주는 일은 사탕 던져주기 식의 지원과는 분명이 다르다. 이날 이사장 월주스님은 기념사를 통해 “그동안 부지확보와 폭풍으로 기존 학교시설이 파괴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반을 다지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함께했기에 지구촌공생회가 지원을 하게 된 것”이라며 “학교와 마을 주민들이 앞장설 때 지구촌공생회 지원도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월주스님은 “지구촌공생회는 지난 10여년동안 잘못을 고치는 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는 개과불린(改過不吝)의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주민들의 자립심을 일깨우는데 매진해 왔다”며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부처님의 가피와 광영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스리 칼리마이 선원사 초등학교는 2012년 12월 학교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진 이후 1년 만에 준공했다. 총 2개동으로 이뤄진 새 학교는 5개의 교실과 교무실 등이 들어섰고, 운동장도 갖췄다.

학생들은 그동안 초가지붕 흙바닥에서 학업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폭풍으로 이 임시 시설마저 파괴되면서 노천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주민과 학생들의 열망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노천 수업을 하면서도 교육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 건립을 위한 학부모들의 남다른 노력도 있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마을서 1시간 떨어진 거리의 스리 파슈파티 영화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운영과 발전을 위한 노하우를 배워오기도 했다.

6번째 작품인 이 초등학교는 선원사 뿐 아니라 부산 혜일암 주지 우신스님, 주식회사 삼경테크, 신군 송진구 씨 등 지구촌공생회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설립됐다.

준공식에는 사무총장 원광스님을 비롯해 네팔 국회의원, 지역 교육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수렌드라 라즈라기 카필바스투주 교육청장은 “네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구촌공생회가 앞장서줘 감사하다”며 “그동안 단체가 건립한 시설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스님들의 노력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고마워했다. 학교를 1~2개 짓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협력을 토대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점도 보기 드물다며 높이 평가했다.

신축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 마다 “쿠시라교(기뻐요)” “람브로(좋아요)”를 연발했다. 푸자 꾸리(9)양은 “움막 같은 곳에서 공부하다 교실이 생겨서 기쁘다”며 “앞으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축 교사 마련하기까지 초가지붕 흙바닥서 수업 진행

지난해 5월 태풍 만나 임시시설 파괴… 노천서 공부

남원 선원사 부산 혜일암 삼경테크 등 후원으로

스리 칼리마이 초교 준공…룸비니에 6번째 교육시설

파슈파티 영화 초등학교도 유치원 도서관 생겨…주민 ‘환호’

같은날 오후 카필바스투주 수타울리 마을에서 스리 파슈파티 영화초등학교에서 도서관 및 유치원 명판식을 가졌다. 2012년 12월 문을 연 이 학교에는 현재 2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도서관 개관으로 학생들은 1300여권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됐다.

월주스님은 기념사에서 “유치원 운영으로 더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청소년들은 책을 읽으며 지식과 지혜를 넓히고 유용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람 아우다르 바라이 학교운영위원장은 “네팔에 수많은 NGO가 들어와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지구촌공생회와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지구촌공생회 도움으로 시설이 만들어졌으니 학부모와 주민, 교사들이 합심해 학교를 꾸려나가자”고 강조했다.

라메스 판디 카필바스트주 교육부 담당자는 “우리 지역에 가장 먼저 진출한 NGO가 바로 지구촌공생회다”며 “학교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네팔 국민”이라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스리 아다샤 송명례 초등학교. 이사장 월주스님과 지구촌공생회 관계자들은 현지를 방문할 때마다 인근에 세운 시설에도 들러 학교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꼼꼼히 체크한다.

파슈파티 영화 초등학교에서 거리상으로 15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1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했다. 두 줄로 나란히 선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큰 소리로 “나마스떼” 하고 외쳤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뜨거운 인사에 피로가 싹 가셨다.

이 학교는 네팔 어린이에 대한 송명례 할머니의 애정이 묻어있는 곳이다. 아다샤 초등학교는 송 할머니가 평생에 걸쳐 어렵게 모은 재산을 모두 네팔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으면서 탄생했다. 심지어 할머니는 라오스에도 학교를 지어달라며 1억여원을 또 기부하고 자신은 전셋집으로 옮겼다.

이러한 할머니의 뜻을 이어 주민들과 교사들은 학교 발전과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600여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미래 꿈을 키우고 있다. 이사장 월주스님 등은 학교장과 교사, 학생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고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 네팔 정부, ‘지구촌공생회 우수NGO’ 선정

잠재력 깨우는 특별활동…한국어 재봉교실 ‘인기’

지구촌공생회는 2008년 네팔 카트만두에 지부를 개설했다. 9억여원을 지원해 공생청소년센터와 공립학교 1곳, 초등학교 3곳을 건립,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공생청소년센터는 네팔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다양한 배움의 장을 제공해 각광받고 있다. 수학 영어 공부 뿐만 아니라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은 예체능 및 특별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사립학교에서만 진행하는 음악, 미술, 체육 수업을 진행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취업을 원하는 현지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과 여성들의 취업을 돕고자 재봉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재봉 고급과정을 수료한 수강생 가운데 우수 재봉사 5명을 선발해 재봉공동작업장에서 교복 제작 및 판매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센터에서 만난 프로비사 라마(25)씨는 “열심히 배워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며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는 현지 정부로부터 우수NGO로 선정돼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개발협력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년 간 세계를 껴안는 자비실천에 매진해 온 지구촌공생회는 ‘지구촌은 한 가족, 한 일터’를 신념으로 빈곤국가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더하는 자비행을 실천해 왔다. 1만4000여명의 후원자와 함께 전 세계 12개국에서 2130기의 생명의 우물과 물탱크, 42개의 교육시설, 5곳의 농장과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며 30여만명의 지구촌 이웃과 함께하고 있다.

■ 한 눈에 보는 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 사업 현황

2008년

9월 네팔 지부활동가 파견

10월 카트만두 지부 개설

2009년

2월 금호아시아나 지정기탁사업 네팔 카트만두 외곽 낙후 공립학교 신축사업 선정

11월 스리 시데숄 공립학교 기공

2010년

1월 송명례 후원자 룸비니 스리 아다샤 공립학교 건립사업 후원금 기탁

7월 삼성복지재단 지정기탁사업 네팔 청소년센터 건립ㆍ운영사업 선정

2011년

3월 네팔 공생청소년센터 개관식

3월 네팔 로컬 NGO 등록

3월 스리 아다샤 송명례 초등학교 준공

11월 스리 마하락시미 초등학교 준공

11월 스리 파슈파티 초등학교 기공

2012년

11월 한국국제협력단 2013년 민간단체지원사업 선정

12월 스리 파슈파티 영화 초등학교 준공

2013년

3월 한국세무사회 파슈파티 영화 초등학교에 도서관 및 유치원 건립기금 후원

네팔 정부로부터 우수NGO선정

12월 스리 칼리마이 선원사 초등학교 준공

스리 파슈파티 영화 초등학교 도서관ㆍ유치원 명판식 거행

[불교신문 2976호/2014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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