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말 이야기

세간-출세간 연결하는 매개체

팔상성도 ‘유성출가상’ 대표적

수행 정도 비유하기도 하면서

정진 잘하면 ‘준마’로 표현해

부처님 생애를 다룬 팔상성도의 한 장면. 사진은 해인사 대적광전 외벽 ‘유성출가상’.

2014년은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다. 말은 생동감과 뛰어난 순발력으로 대표되는 동물이다. 전쟁에선 군마요, 교통에선 역마다. 특히 내년은 청말(靑馬) 띠다. 청말은 극단적인 성격이지만 영리하고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한 게 특징이다. 올 한해 ‘동계올림픽’, ‘전국동시지방선거’,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내외 국민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행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불교계에서 말은 세간과 출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상징한다. 이는 부처님 생애를 나타낸 팔상성도 가운데 유성출가상이 대표적이다.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하는 과정을 담은 유성출가상를 보면 태자는 애마 ‘칸타카’를 타고 성벽을 뛰어넘는다. 사바세계에서 해탈의 세계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말이 사용됐다. 해인총림 해인사 대적광전의 유성출가도를 보면 성을 넘을 때 말 발자국 소리에 정반왕이 깰까 염려되어 아예 칸타카에 태자를 모시고 4다리의 말발굽을 사천왕이 들고 성을 넘어 버린다.

<증일아함경> 제45 마왕품에 나오는 말은 ‘부처님의 전생 모습’이다. 한 바라문이 자신의 딸을 부처님께 바치고자 하나 받지 않자, 옆에 있던 장로 비구가 그녀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청한다. 부처님은 이에 500명의 비구 앞에서 자신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장로의 잘못을 꾸짖는다. “옛날 ‘보부’라는 상인의 우두머리가 500명의 상인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조난을 당했다. 겨우 한 섬에 표류하게 됐는데, 이 섬에는 악귀인 나찰(羅刹)이 살고 있어 아름다운 여자로 변해 상인들을 유혹한 후 잡아먹을 궁리를 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에 여인들이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보부는 이들이 나찰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상인들에게 섬을 벗어날 것을 권유했지만, 나찰의 유혹에 넘어간 상인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 때 천마(天馬)가 나타나 ‘누구나 큰 바다의 어려움을 건너려 하면 나는 업어 건네주리라’고 말했고 보부는 이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섬에 남았던 나머지 상인들이 나찰에게 당한 것은 물론이다. 보부가 떠나가는 것을 본 나찰 주인은 분하게 여겨 그가 사는 곳까지 따라와, 왕에게 고해 남편인 보부가 자신을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보부는 그가 나찰이라고 했고, 미모를 탐낸 왕은 나찰을 측실로 삼았다. 왕은 결국 나찰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야기를 마친 부처님은 “상인의 우두머리는 지금의 사리불이며, 나찰은 브라만의 딸이며, 왕은 장로 비구이며, 500상인은 여기 있는 그대들이며, 천마는 바로 나였느니라”고 말했다. 이에 장로 비구는 크게 뉘우치고 용맹 정진해 아라한이 됐다. 부처님은 애욕(愛慾)이 수행자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전생담을 통해 알려준 것이다. 특히 구제를 원하는 중생이 있다면 언제든지 인도할 것임을 하늘을 나는 말을 통해 보여줬다.

이와 더불어 선가에도 말이 등장한다. 수행의 어려움을 동분서주하는 말의 특징에 비유했다.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인 석두 희천(石頭 希遷, 700∼790)스님의 <참동계> 주석에 이런 말이 나온다. “심원의마(心猿意馬) 의마사마야(意馬四馬也) 신기산란어외(神氣散亂於外)(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 생각의 말이 사방으로 달리니 신기는 밖으로 어지럽게 흩어진다).” 번뇌로 인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천방지축 산만한 원숭이와 동서남북 내달리는 말에 비유했다.

또한 <법구경>에 등장하는 말은 수행자의 수행 정도를 의미한다. 부처님에게 수행 주제를 받은 두 비구가 여름 안거를 위해 숲으로 떠났는데, 한 비구는 좌선과 행선을 거듭하면서 열심히 수행한 반면, 다른 비구는 화롯불을 쬐면서 게으름을 피웠다. 안거를 마친 후 부처님을 다시 친견하는 자리에서 게으른 비구는 오히려 다른 비구를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잠만 잤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너는 늙고 둔한 망아지와 같고, 그는 잘 달리는 준마와 같다”고 준엄히 꾸짖으면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게으르고 혼침(昏沈)한 자들의 무리 안에서도 마음이 집중되어 깨어있는 현자는 언제나 향상 발전한다. 마치 준마가 내달려 둔마(鈍馬)를 뒤에 남겨 놓듯이.” 마음을 집중해 수행 정진하는 사람을 잘 달리는 준마로, 게으르고 우둔해 일심으로 정지하지 못하는 수행자는 둔마라 하며, 험난한 길을 거침없이 달리는 ‘좋은 말’과 같이 깨달음의 길 또한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가르친 것이다.

이처럼 불교에서 말은 마음을 다스리고 불법에 정진하는 ‘수행자’이자, 고통과 번뇌에서 헤매는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 자신’을 상징한다. 말은 단순히 잘 달리는 동물이 아니라 마음속에 키워야 할 수행의 상징임을 경전은 가르치고 있다. 

■ 말띠 불자연예인 / 가수 정태춘

산사음악회 무대 누비는 ‘음유시인’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용주사 산사음악회 공연.

 

열두 개 띠 가운데 일곱 번째인 말띠는 오년생(午年生)을 가리킨다. 흔히 말 특유의 역동성을 반영한 듯 “밝고 개방적이며 떠들썩한 것을 좋아한다”고 전한다. 그래서 인지 말띠에 태어난 1954년, 1978년, 1990년생에 가수 등 연예인이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우연이 아닌 듯 하다.

이 가운데 1954년 10월생으로 대표적인 불자가수 정태춘을 꼽을 수 있다. “존재감이 가볍고 사유가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는 그는 사회성 짙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해온 대한민국의 가수, 시인, 작사가, 작곡가, 문화운동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정성과 사회성을 모두 아우르는 노랫말을 직접 쓰고 이를 국악적 특색이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음률에 실어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음유시인’으로 꼽힌다.

특히 불교계에는 음악인생의 도반이자 아내인 가수 박은옥과 함께 ‘탁발승의 새벽노래’ ‘나그네’ 등으로 수행자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려내면서 전국 산사음악회를 누비는 불자가수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지난 11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트남 호아빈 지역 아이들을 돕기 위한 시노래 콘서트에 재능기부로 공연하는 등 자비나눔에도 남다른 노력을 펼치고 있다.

1978년 첫 앨범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정태춘은 이듬해 MBC, TBC 등에서 신인 가수상을 차지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박은옥은 1979년 ‘회상’으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은 가수 박은옥과 이듬해 결혼한 이후 부부가수로 활동했다. 아름다운 노랫말과 감미로운 멜로디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노동현장을 누비면서 저항가수이자 투사로 변신했다. 대중적인 매체인 TV출연 등을 자제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이런 와중에도 고불총림 백양사, 제2교구본사 용주사, 해남 미황사, 강화 전등사 등 전국 본ㆍ말사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지난 10월 공주 갑사에서 열린 ‘영규대사 추모재’를 기념하는 음악회에 도신스님 등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 말띠 해 불교역사 

분황사 창건에서 불교방송 개국까지 

선학원은 1941년 2월 전국의 청정비구 34명을 초청한 고승법회인 유교법회를 열어 청정한 승풍을 드날렸다.

 

삼국ㆍ통일신라

△526년(백제 성왕 4) 겸익 중인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계율을 배운 뒤 율장을 가지고 귀국. 율부 72권 번역 △538년(백제 성왕 16) 일본에 불상과 경전 보냄 △574년(신라 진흥왕 35) 황룡사에 장육존상 조성 △610년(고구려 영양왕 2) 고구려 담징ㆍ법정스님 일본에 건너감 △634년(신라 선덕여왕 3) 분황사 창건 △682년(신라 신문왕 2) 문무왕이 왜병을 막기 위해 착공한 감은사 준공 △802년(신라 애장왕 3) 순응ㆍ이정스님, 가야산 해인사 창건 △826년(신라 흥덕왕 1) 홍척스님 서당 지장의 법을 얻어 당에서 돌아옴 △850년(신라 문성왕 12) 진감 혜소스님 입적

 

고려

△958년(광종 9) 과거 제도 실시와 함께 승과(僧科) 개설 △1006년(예종 9) 관촉사 관음대상 조성 △1066년(문종 20) 왕이 묘통사에 거동해 마리지천도량 개설 △1090년(선종 7) 의천스님, 중국과 우리나라 학승들의 저술 목록인 <신편제종교장총록> 3권 엮음 △1210년(희종 6) 보조국사 지눌스님, 입적 △1234년(고종 21) 진각국사 혜심스님 입적 △1366년 태고보우국사, 왕사(王師) 사직

조선

△1450년(세종 32) 왕이 내불당을 지음 △1462년(세조 8) 간경도감 <능엄경언해> 조판(雕板) 간행 △1510년(중종 5) 혁폐된 사원전(寺院田)을 향교에 귀속 △1738년(영조 14) 표충사 중수 △1870년(고종 7) 석전 박한영 스님 전북 완주에서 출생 △1906년(고종 10) 불교연구회 원흥사에 동국대 전신 명진학교 설립, 불국사 사리탑 일본으로 밀반출

 

근ㆍ현대

△1918년 만해스님 <월간 유심> 창간 △1930년 조선불교선교양종, 승려법, 교육법, 포교법 공포. △1954년 이승만 대통령 제1∼4차 정화유시 발표. 담화 발표하고 사찰 소유재산 반환 지시. 정화운동을 위한 전국비구승대회 개최불교정화운동발기인대회 개최, 선학원 비구 스님 초청 고승법회, 제13회 조선불교정기중앙교무회 개최 불교조계종 종헌 제정, 조계종조에 도의국사 추대 △1966년 대한불교조계종 제13회 임시중앙중회 개최. 불기를 오색기로, 승복을 주황색으로, 세계 공통기년에 따라 1967년을 불기 2511년으로 할 것을 의결. 불국사 석가탑 사리함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출현, 동국대 불교대 군승후보교육원 설치, 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창립, 동국역경원 역경 용어 제정 △1978년 황룡사지에서 청동거울 등 유물 250여 점 발굴 △1990년 불교방송국 개국 △2002년 불교신문 창간 42돌, 조계종 제11대 종정 법전스님 추대

[불교신문2975호/2014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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