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염불원 동안거 수행 현장

 

종단은 올해 ‘삼장원, 염불원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제25교구본사 봉선사에 ‘염불원(念佛院)’을 개원했다. 사진은 이번 동안거 기간 동안 방부를 들인 스님들이 징과 북 등을 치며 염불수행을 하는 모습.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의식강습 정토경 연찬

악업 참회하는 참법수행

염불선 수행까지 이어가

 

종교적 의례에서

끝나는 것 아니라

성불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인식 확산

역대 선사들은 선과 염불을 함께 닦을 것을 권했다. 서산대사도 ‘염불이 곧 참선이요 참선이 곧 염불’이라고 하며 염불수행을 권장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선불교 중심의 한국불교에서 염불은 노인이나 하근기 중생의 타력신앙으로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제25교구본사 봉선사에 염불수행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수행기관 염불원(念佛院)이 마련돼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자 그대로 스님들이 안거기간 동안 염불수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번 염불원 개원은 안거수행의 다양화와 참선 수행위주의 교육풍토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2월13일 봉선사 염불원을 찾았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찾아 부르는 부처님과 보살의 이름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이 명호가 낯설지 않은 것처럼 오래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은 일상에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며 염불(念佛)수행을 해왔다. <아미타경>에서는 아미타불에 대한 말을 듣고 그 명호를 굳게 지녀 7일 동안 일심으로 하면 임종 시에 아미타불과 여러 성중들이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수행자 스스로 발심해 극락왕생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염불 수행은 철저히 자력적이다. 이처럼 염불은 우리나라 불교 역사에서 참선과 더불어 대표적인 수행법이다.

이번 동안거기간 동안 봉선사 염불원에는 원장 인묵스님을 비롯해 총 6명의 스님이 방부를 들였다. 선방에서 화두를 들고 일념으로 정진하는 것처럼, 염불원 스님들도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염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미타불을 찾는 수행자는 ‘무(無)자 화두’ 대신 간절히 아미타불을 찾는 정진을 하고 있다.

염불은 ‘부처님을 염(念)한다’는 뜻. 여기서 ‘염’의 의미는 어떤 대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잊지 않으려는 의식작용이라 할 수 있다. ‘불’이란 진리를 깨달은 자로서 스스로 깨달아 다른 사람을 깨닫게 하는 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염불이란 부처님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를 닮아가려는 총체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아미타불의 본원력에 의지해 정토에 왕생하고 궁극적으로 성불을 목적으로 하는 염불원 공부는 일상 뿐 아니라 꿈속에서도 염불이 끊이지 않도록 모든 일과가 맞춰져 있다.

일과표는 새벽 공부와 오전 공부, 오후 복습, 저녁 공부로 나눠져 있다. 하루 일과는 새벽 3시30분에 시작된다. 간단하게 세수한 뒤 새벽예불과 함께 진언이나 다라니를 외우는 아침송주를 1시간 반 동안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8시부터 10시까지 의식강습이나 참법수행 또는 경전을 연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징과 북을 치면서 하는 ‘광쇠염불’도 하고 있다. 이것이 끝나면 스님들은 모두 정식으로 사시불공을 드린다. 이때 사성례(四聖禮)의식을 하는데, 이는 네 분의 성인에게 예배를 하는 것으로 아미타부처님, 좌보처인 관세음보살님, 우보처인 대세지보살님 그리고 극락정토에서 아미타부처님의 교화를 돕는 대승보살들에게 예경 올리는 의식을 뜻한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오후2시까지는 포행 등을 하며 자유 시간을 갖지만 이때도 염불 수행은 계속된다. 오후에는 2시부터 4시까지 오후공부 및 복습을 하고, 이것이 끝나면 소임지 청소시간이다. 오후6시에 저녁예불을 올리고 취침에 들어가는 밤9시30분까지 저녁송주와 염불선이 이어진다. 공양하고 예불 올리는 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이상을 염불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이곳은 체계적인 염불수행을 하는 ‘온니(only)염불’하는 수행처다.

염불수행의 요체는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여섯 자를 연속해서 지극한 마음으로 외우는 것이다. 아미타불 명호에는 만 가지 공덕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 명호를 믿고 의지하며 간절히 부르면 갖가지 공덕이 성취되고 마침내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님을 향해 과거에 지은 죄업을 참회하는 마음이 항상 기본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봉선사 염불원에서는 경을 독송하며 악업을 참회하는 ‘참법 수행’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실시하는 미타도량참법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참법의식이란 경을 독송하며 죄과를 참회하는 것을 뜻한다. 스님들은 아미타부처님에게 지극한 마음을 갖고 여러 악업을 참회하는 법회의식 절차를 수록하고 있는 <예념미타도량참법(禮念彌陀道場懺法)>이라는 책을 매주 토요일마다 독송하고 있다. 이 책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일체불보와 법보 승보 즉 삼보께 귀의한다는 내용이며 과거로부터 지어온 업장을 참회하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성불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님들은 정토신앙의 근본이 되고 있는 <정토심부경>도 공부하고 있다. 경전연찬은 봉선사 능엄학림 학감 정원스님이 지도하고 있다.

낮 시간에 주로 부처님의 명호를 소리 내어 부르는 칭명염불(稱名念佛)을 한다면, 저녁시간부터 스님들은 본격적으로 아미타불의 이름을 마음속에 두고 생각 생각에 틈이 없도록 참구하는 염불선(念佛禪)수행을 이어간다. 태고 보우스님은 간절히 아미타불을 참구하고 그러다 성숙해지면 ‘염불하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라고 관찰하라는 수행방법을 제시했다.

이곳 스님들도 옛 선사들의 가르침을 따라 온 마음이 부처이고 온 부처가 마음이 되어, 마음과 부처가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염불삼매에 들고 있다. 백양사 운문암 수좌 혜문스님은 “수행자라면 한 가지만 고집할 게 아니라 경, 율, 논, 염불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선방을 다니다가 신문을 통해 염불원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수마가 오는 등 정진이 어려울 때가 있는데 불보살의 명호를 염송하며 수행의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말했다.

봉선사는 이번에 염불원을 개원하면서 “신라시대 이래로 내려오던 만일염불회 전통을 복구하고 안거 때 공양의례, 참회의례, 송경의례, 참선의례 등을 실시해 염불행자로서 자질을 갖추고 염불공동체 수행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염불원 초대 원장 인묵스님도 어떤 일이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이 ‘처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염불원이 문을 열 수 있도록 염불이 종교적 의례나 신행의 절차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본심을 찾는 수행법이라는 것을 알려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염불이 외형적으로 타력수행법으로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라는 점도 역설했다. 불보살을 염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힘을 전제로 하는데다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불성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수행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금 단계에서는 일념으로 염불하고 또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히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봉선사 염불원은 신라시대 이래로 내려오던 염불수행의 전통을 복구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조선후기 총림은 선원과 강원, 율원과 염불원을 모두 갖춘 사찰을 뜻했다. 당시 큰 사찰에는 염불당(念佛堂)이 있어 염불이 중요한 수행법으로 자리 잡았다. 대웅전 앞에 건립된 대방은 염불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자들을 위한 공적인 공간으로 건립됐다. 그러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염불원을 별도로 갖춘 사찰은 거의 없어지고 요즘 총림은 선원과 강원, 율원을 갖추고 있는 절이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이번 염불원 개원으로 염불과 교학, 간화선 수행을 두루 경험하고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아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사실 스님들 모집에 어려움도 따랐다. 염불이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의 방편이자 길이라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문을 열었지만, 정작 면접과정에서 대다수 스님들이 ‘의식을 배우기 위해 왔다’고 답했다. 염불을 부처님에게 복을 비는 수단이나 산 자나 죽은 자 들을 위로하는 의식 정도로만 생각하는 인식 수준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스님은 아직까지 염불 하면 망자의 미래를 닦아주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송나라 때 영명연수 대사는 참선수행도 있고 염불공덕도 있으면 마치 뿔 달린 호랑이 같아, 현세에 뭇 사람들의 스승이 되고 장래에 부처나 조사가 될 것이라고 법문했다. 아미타불을 염송하는 것은 부처님 생각에 의지해 잡념 망상을 쫓아내고 마음의 거울에 낀 먼지를 닦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몸과 마음올 다하는 봉선사 염불원의 염불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 봉선사 염불원은…

‘삼장원 염불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조계종 교육원은 지난 5월2일 135차 교육원회의를 개최하고 봉선사 염불원 설치를 인가했다. 삼장원 염불원법은 매년 안거 때마다 선원에 방부를 들여 수행하는 것처럼 안거 때 사찰에 삼장원이나 염불원을 개원해 교학을 연찬하거나 정토수행을 할 수 있는 수행기관을 개설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염불원은 승납 7년 이상의 조계종 스님이 입방할 수 있다. 안거를 마친 스님은 전국 사찰 결계록에 등재되어 수행경력을 인정받는다. 스님의 안거이력은 교육원에서 관리하도록 했으며, 염불원에서 정진한 경력은 승가고시 응시자격으로 인정된다.

[불교신문2975호/2014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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