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교수 “불교미술사적 중요한 위치 차지”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에 의해 지난 7월 한국으로 귀환한 ‘쌍림열반도(雙林涅槃圖)’가 조선불화의 독창적인 도상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문화재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에 현존하는 조선 전기의 불화가운데 유일한 열반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우택 동국대 교수는 11월3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동악미술사학회 제63회 정기학술발표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정우택 교수는 “1447년에 발행된 <석보상절(釋譜祥節)>을 모본으로 그린 작품”이라면서 “조성 시기는 1500년대 후반 즉 임진왜란 이전인 16세기 불화”라고 지적했다. <석보상절> '석가팔상도'의 조선 전기 수용과 한국적 모티프의 추가를 통해 변용을 시도한 불화로 동아시아에서는 유일한 사례로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어 정우택 교수는 “조선 전기 불화는 국내외에 약 120점 있는데, 벽화를 제외한 조선전기 불화는 국내에 10점 밖에 없다”면서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동국사 쌍림열반도는 불교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현재 알려진 조선 전기 불화는 150여 점으로, 이 가운데 국내에는 10여 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번 열반도는 명도가 높은 붉은색, 녹청색 안료와 자주색 황색 염료를 사용한 이중채색법을 동원하고 있다. 또한 금니(金泥)를 사용해 화려한 고려불화의 기법이 남아 있다. 정우택 교수는 “복채법(배체법)이 확인된 최초의 조선 전기 불화”라면서 “배채된 부분은 부처와 보살상, 성중의 육색, 보살과 성중의 보관, 사라수 나무 줄기, 구름문 가장자리, 부처의 육계, 괘선, 금니 부분 등”이라고 분석했다.

정우택 교수는 이번 쌍림열반도가 한국과 일본에서 발견된 가로형 불화로는 가장 오래된 최고본(最古本)이다. 지금까지는 이키시(華光寺, 1692년)의 가로형 석가탄생도가 최고본 이었지만, 쌍림열반도에는 고리가 남아 있어 벽에 거는 현괘법(懸掛法)을 유추할 수 있는 유일한 불화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로로 길게 그려진 부처님 열반도로는 유일한 사례이며, 조선 전기 불화의 복채법(배채법)을 확인 시켜준 국내 최초의 불화이기도 하다. 그동안 일본에서 확인된 사례가 1건에 불과했다.

동국사 '쌍림열반도'에서 부처님 사리를 나눠 등에 진채 이운하는 장면.
이번 불화에는 부처님 사리를 나눠(분사리, 分舍利) 등에 진채 이운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동아시아 열반도에서는 전무후무한 특이한 모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광용 한국전통문화대학 교수가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결과 근대에 개발된 안료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열반도에는 진사, 공작석, 밀타승, 장단, 연백 등의 무기안료가 사용됐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종걸스님의 각고의 노력으로 환수한 이번 불화는 민간차원의 정상적인 문화재 환수 사례”라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은 “조선 전기는 불교를 억압하던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불화를 제작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민간차원에서 가능하면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해 제대로 된 조사 과정을 거쳐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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