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템플스테이 시즌2] ⑦ 특화프로그램 사찰을 가다 〈2〉 김제 금산사

사물놀이를 배우러 유학 온 스위스인 해니 씨의 공연.

2011년 ‘나는 쉬고 싶다’로

특화 프로그램 새 장 열고

전국적 인지도로 키워내

 

음악토크쇼 ‘내비둬 콘서트’

각계 인사 게스트로 초대해

그들 삶 속에서 자신을 반조

 

올해 30회…새로운 발전 모색

“사찰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특별한 템플스테이 만들어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브랜드체계화 사업’은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 발전, 유지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템플스테이의 지형을 바꿀 ‘브랜드체계화 사업’을 위해 일선 사찰은 어떤 준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본다. 또 일선 사찰의 특화프로그램 사례를 통해 브랜드 사업에 동참하고 싶은 사찰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금산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두 가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놀라움은 템플스테이 수련원이다. 여타 수련원이 경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한 반면, 금산사는 별도의 공간에 조성돼 있다. 경내 한 편에 몸 하나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작은 문을 나서면 별천지가 나타난다. 불이문(不二門)을 지나 아름다운 돌계단과 작은 다리를 건너 오르면 드러나는 공간이 수련원이다.

 

선원에 자리잡은 천혜의 공간

원래는 금산사 선방인 서래선원이 위치한 장소였다. 선원이니 당연히 고즈넉한 독립된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을 터. 지금도 서래선원 편액이 붙어 있는 이곳을 지금은 50여 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방 용도로 쓰고 있다. 그 왼편에 새로 조성된 숙소가 2동이 있다.

천혜의 공간에 놀라울 즈음, 또 하나의 놀라움에 맞닥뜨린다. 이곳에서 벌써 29번씩이나 콘서트가 열렸다는 점이다. 교구본사이지만 궁벽한 곳에 위치한 금산사에서 100여 명이 이르는 사람들이 매달 콘서트를 즐겼다는 것인데, 믿기가 힘들 정도다.

이렇듯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특별하다. ‘나는 쉬고 싶다’는 이름으로 열리는 템플스테이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내비둬 콘서트’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금산사는 몰라도 ‘내비둬 콘서트’는 귀에 익을 만큼 금산사 템플스테이 가운데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특화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재즈피아니스트 안병주 씨와 함께 한 콘서트

금산사도 처음에는 다른 사찰처럼 불교문화 체험 중심의 템플스테이를 열었다. 하지만 참여율이 신통치 않았다. 고민이 시작됐다. 무엇을 하면 잘 될까 하는 화두를 들고 여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차를 덖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6박7일간 참선도 해보고, 스님과의 특별한 차담 시간을 준비해봤지만 곧 시들해졌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탄생한 것이 ‘나는 쉬고 싶다’ 템플스테이다. 2011년 봄부터 설계에 들어간 이 템플스테이는 금산사가 가진 편안한 환경과 천혜의 수련원의 위치, 여기에 구속받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됐다. 편히 쉬었다 가는 곳이 돼야 했으므로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치 않았다. 다만 매일 열어야 했다. 아무 때나 쉬고 싶을 때 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가 부족했다. 프로그램 가운데 사람들의 눈길을 끌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비둬 콘서트’는 이렇게 태어났다. 당시 사회에서 유행하던 토크콘서트를 벤치마킹해 만든 ‘내비둬 콘서트’는 한 분야에서 올곧이 일관된 삶을 살아온 게스트를 초청해 그의 삶을 음악과 함께 풀어가는 형식이다.

2011년 7월부터 시작된 내비둬 콘서트는 말 그대로 ‘방하착(放下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분별하는 나부터 내버려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내비둬는 시작 시점부터 이른바 공전의 히트를 쳤다.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자 마자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60명 정도가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00여 명이 신청했다. 섬마을 여행가이자 시인 강제윤 씨를 시작으로, 시인 김용택, 사찰음식전문가 선재스님, 시인 안도현, 개그맨 김병만, 프로레슬러 김남훈,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씨 등이 콘서트의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밖에도 사진작가, 의사, 음악가, 국악인, 인디밴드 등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초청돼 무대에 섰다.

휴식 바라는 현대인 감성 붙잡아

금산사는 별도로 구분된 아름다운 공간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불이문 아래 돌계단에서 울력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오른쪽).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에 올랐지만 한결같이 ‘내버려두라’는 주제가 콘서트 전체를 관통했다. 자신의 삶과 경험 속에서 우러난 이야기는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1000년 전 선사의 법문보다 훌륭한 지혜로 다가왔다. 이는 참가 후기를 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쉬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내 마음만 내버려두면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내 마음에서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씀이 크게 와 닿았다.” “나의 생각을 상대에게 주입하려들지 말고 그가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자. 내가 변하면 상대도 분명 변할 것이라는 것을 금산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확신했다. ‘내비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비둬 콘서트는 참가자들의 마음에 하나의 파문을 드리웠다.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나의 삶을 반조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쉬고 싶다’ 템플스테이는 내비둬 콘서트를 정점으로 1박2일간 방하착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는 프로그램을 곳곳에 포진해 일관되게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금산사 특화프로그램으로서 ‘내비둬 콘서트’가 성공한 비결이다. 단순히 토크콘서트라는 이벤트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금산사 특화프로그램 성공에는 사중의 지원도 주효했다. 별도의 전용공간을 내준 것도 모자라 템플스테이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내버려뒀다.’ 예산과 인사에도 일체 관여하지 않아 템플스테이 운영인력들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같은 조력은 내비둬 콘서트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템플스테이로 위상을 높이게 했고, 초대 손님과 참가자들의 입소문으로 금산사 또한 유명세를 타게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에서 공연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금산사와 같은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산사 템플스테이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강만곤 불교문화사업단 책임연구원은 “그간 템플스테이는 문화체험 중심으로 진행돼 사찰마다의 스토리가 없었다. 특별한 단위 행사를 만드는 것 보다 사찰이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 먼저”라며 “이를 찾아 시스템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사찰의 고유한 특화 프로그램이 된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부터 만들라는 조언이다.

 

스토리텔링부터 만들어라

이제 금산사 템플스테이 ‘내비둬 콘서트’는 새로운 모습을 꿈꾸고 있다. 주지 스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잠시 문을 닫은 콘서트는 진일보하려는 준비를 마치고 오는 12월 다시 선보인다. 오는 12월31일 열리는 내비둬는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시작을 보여줄 예정이다. 12월 행사는 ‘30회’를 맞았다는 의미도 겹쳐져 있어 금산사에게는 더욱 남다르다.

불과 2년6개월 만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금산사에게 브랜드 체계화 사업과 특화 프로그램 개발은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이다. 지도법사 동묵스님은 “템플스테이는 불교의 사회적 기여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편이므로 특화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사업이 성공하면 세상에 행복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사람(운영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연구 개발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더불어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2966호/2013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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