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경기 호르몬 치료 <2>

10여 년 전에 발표된 미국의 임상시험(WHI trial) 결과로 인해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지나치게 증폭되어 많은 분들이 아직도 정확한 근거 없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호르몬치료를 망설이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유방암이다.

 

당시 연구에서 유방암의 위험비율은 1.26으로 이는 연구 대상자 전체에 대한 상대적 비율로서 환자 개인당 발생률을 보면 연간 0.1% 미만으로 아주 낮은 위험률이다. 그리고 이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평균 연령은 63세경으로 일반적으로 50대에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현실에 맞지 않는 연구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유방암 발생은 미국의 1/6~1/8이며, 특징적으로 50세에 최고에 이른 후 발생률이 감소하여 2/3가 50대 이전에 발생하므로 미국 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자궁이 없는 여성은 투여 받는 호르몬제제가 자궁이 있는 여성과 다르다. 당시 연구에서 자궁이 없는 여성은 반대로 유방암 발생률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부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으로, 당시 연구에서 호르몬 치료의 대장암 위험률이 0.63으로 대장암 발생률을 의미 있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발표됐다. 한국 여성의 암 발생 통계를 보면 유방암과 비교한 대장, 직장암의 발생 수는 2/3이나, 50세 이상에서 발생 수는 오히려 대장, 직장암이 20%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한국여성의 경우 대장, 직장암이 유방암보다 50여% 더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여기에 유방암 위험률 1.26과 대장, 직장암 위험률 0.63을 그대로 적용하여 보면 폐경여성에서 호르몬치료를 하면 유방암은 1만 명 당 1.3명 증가하지만 대장, 직장암은 1만 명 당 2.4명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여성에서 대장, 직장암 발생율의 감소결과가 유방암 발생률 증가보다 더 중요하다.

폐경은 나이가 듦에 따라 모든 여성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해로운 신체증상 및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안면홍조, 발한 같은 혈관운동성 증상, 심혈관계 질환, 골다공증, 비뇨생식기 위축, 인지력 감소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에 따라 폐경 증상과 심한 정도가 다를 수 있어, 의사와의 상담, 신체 상태 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폐경 정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겠지 혹은 자연적으로 이겨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중요한 시기를 보내면 안 되고 정기적인 검사와 적극적인 관리 및 치료를 통해 보다 건강한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교신문2957호/2013년10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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