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품고 있다.

아버지와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됐을 때

아버지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이 시대는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졌다고 한다. 아니 어른의 권위도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위라고 할 때 꼭 과거 권위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그런 권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자식을 훈육할 때 충분히 소통해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권위다. 그런 권위가 사라지니 어른의 자리도 없어지고 가정도 사회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랫사람들이 잘못하면 윗사람이 지도해 주고 충고도 해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줘야 하는데 이게 무너졌으니 이정표로 삼아야 할 사표가 없어진 셈이다. 그러니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각기 따로 겉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은 어머니와 자식 간에는 그런대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어쩌면 아버지는 가족부양의 의무를 지고 어머니는 자식교육을 하는 분업적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가족과 동떨어진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서로간의 소통이 안되는데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아버지와의 소통이 그러하다.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와 대화했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옛부터 아버지는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이었나 보다.

공중파 방송에서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그 프로가 시청률이 높은 것을 보면, 부자지간.부녀지간의 소통이 얼마만큼 필요했는지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현덕사에서 방송한 인연으로 아버지와 함께 템플스테이 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조용한 산사에서 아버지와 둘만의 시간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서로간의 벽을 허물어 이해하고 존경하고 사랑하여 건강한 가족으로 탄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품고 있다.아버지와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됐을 때 아버지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조선시대 문인인 이양연의 시에 이러한 내용이 있다.

“눈 덮인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이여 / 함부로 난잡하게 걷지 말지어다 / 오늘 그대가 걸어가는 이 발자국은 / 훗날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

그렇다. 아버지가 가는 길은 뒤에 오는 자식들이 보고 따라 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바른 길로 가면 뒤에 따라오는 자식들도 힘들이지 않고 바르게 올 것이다. 아버지가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하게 가면 뒤 따르는 자식들도 그 엉뚱한 길을 따라 갈 것은 자명하다.

소통의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딸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오솔길을 걸어 보시라.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밤하늘 별을 보고 달을 보며, 아버지의 추억을 들려주고 자식들의 하루 일상을 들어 주는 것은 어떠할까.

현덕사도 올 가을에는 ‘아빠와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를 특화시켜 진행할 계획이다. 기회가 되면 현덕사 절 마당에 텐트도 설치해 하룻밤을 지내며 우리사회와 소통의 장벽을 무너뜨려보려 한다. 만월산의 가을하늘이 높다. 산사에 들꽃이 지천이다. 혼자보기 아깝다. 아빠와 손잡고 현덕사로 가을 나들이 오시라. 은은한 원두커피를 대접해 올리리니.

 [불교신문2955호/2013년10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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