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승암산’이라는 지명을 버리고 특정종교를 상징하는 ‘치명자산’을 공용화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전주시내 주요 도로에는 ‘승암산’ 대신에 ‘치명자산 성지’라는 도로 표지판이 사용되고 있다. 명칭 등을 바꾸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나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은 전주시가 특정종교를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전북 불교계는 “전주시가 특정종교의 명칭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승암산의 옛 명칭 복원을 주장해왔다. ‘치명자산(致命者山)’은 조선시대 신유박해로 순교한 가톨릭 신자들이 묻힌 산이라는 뜻. ‘치명자’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가톨릭 신자에 대한 존칭어로 ‘목숨을 바친 자’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치명자산’의 원래 이름은 승암산(僧岩山)이다. 벼랑의 모양이 마치 고깔을 쓴 스님들이 염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승암산 중턱에는 신라고찰인 동고사가, 인근에는 876년에 창건된 승암사가 있다.

‘치명자산 성지’라는 이름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가톨릭 전주교구가 이곳 일대를 국제적 성지로 조성하면서 변경된 것으로 관측된다.

전북불교단체 관계자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유해가 안치됐다는 이유만으로 예로부터 내려오는 산의 이름까지 바꾸는 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승암산은 전주시민을 위한 공공의 산이지 일부 특정 종교인들만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없는 만큼 치명자산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불교신문2952호/2013년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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