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암산’ 어느 날 없어져…

도로명 주소 표기 앞두고

전문가 양성 등 대책 주문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주소표기로 불교를 비롯한 전통지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전주시가 승암산을 가톨릭 지명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불교계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도 전통지명이 삭제되거나 왜곡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사용해온 주소체계가 도로명 표기 방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전통지명 대신 국적불명이 외국어 표기를 비롯해 주민의 의견이나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명을 채택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700년간 이어온 불교 전통을 담은 지명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주시 엘씨디로, 수원시 에듀타운로, 인천시 크리스탈로, 영주시 세러피로, 울산시 모듈화산업로도 등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국적불명의 지명이 생겨나는 현실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우리 지명은 인문사회, 역사문화, 자연환경적인 문화의 소산물”이라며 “전국 ‘동 면 리’ 등이 일시에 사라지면 문화적 상상력이 사라지고 한국국민들은 자기 고향, 동네가 없어지게 된다”고 우려를 밝힌바 있다.

내년부터 도로명 주소표기가 전면 시행되면 전통지명이 사라질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불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통지명 가운데 불교와 관련된 지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안양시, 무심천, 극락천, 불암산 등 불교지명이 상당수에 이른다. 불교를 비롯한 전통지명을 보존하기 위해선 지자체별로 구성되어 있는 ‘도로명주소위원회’와 정부의 ‘중앙도로명주소위원회’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지명을 심의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우선 불교 등 전통지명을 폐기하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것.

지명 연구에 대한 불교계 차원의 관심을 늘리는 것은 물론, 불교 지명 연구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불교계마저 손을 놓고 있으면 전통지명이 어느 순간 모두 사라지고 말지 모를 일이다.

[불교신문2952호/2013년10월1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