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템플스테이 시즌 2- ② 대중 속으로 파고들다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템플스테이는 국민행복과 건강을 도모하는 대중화의 좋은 사례다.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혜민스님과 함께 하는 ‘2030 마음치유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청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발벗고 찾아가는 서비스

사회적 약자 대상 프로그램

 

행복하다는 국민 5% 불과

국민 행복 건강 책임지고

사회통합 역할이 진면목

본지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공동으로 미래지향적 템플스테이의 방향과 전망을 찾아보는 기획을 마련한다. 2002년 시작돼 10년이 지난 템플스테이는 시즌2를 맞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나를 위한 행복여행’을 슬로건으로 정한 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 시즌2는 차별화와 대중화를 역점 사업으로 꼽고 있다. 대중화를 위한 템플스테이의 변화를 살펴본다.

 

지난 2002년 5월11일 김천 직지사에 주한외교사절단 50여명이 모여 이름부터 생소한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한 달여 앞두고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하고 불교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템플스테이의 시작이었다. 천년고찰에서 먹고 자며 스님들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템플스테이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들은 주목했다.

그로부터 10년. 템플스테이는 시즌2를 맞아 변화와 발전을 선언했다. 지난 10년과 다른 미래 10년을 보여주기 위한 방향에는 대중화가 놓여 있다. 템플스테이의 대중화라니? 지난 10년간 190만 명이 함께 했고 외국인만 22만 명이 찾아온 세계적인 문화콘텐츠에게 대중화 선언은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면 템플스테이는 왜 대중화를 고민하고 있을까.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1월1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세상과 함께 하며 희망을 만들겠습니다”라며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는 종단이 되겠다고 서원했다. 자승스님은 그 실천을 위한 첫 일성으로 ‘특화 템플스테이’를 제시했다. 수많은 종단 행정 가운데 템플스테이를 첫 실천과제로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세계 경제 위기, 최장 노동시간, 최고 자살율 등 한국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종교가 보살피고 치유하는 속에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천명이다.

대중화의 고민은 종단의 대사회 회향 종책과 어우러져 가고 있다.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고객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제는 발 벗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눔과 힐링이 선두에 섰다. 나눔과 힐링 템플스테이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각 사찰은 이 부분을 고민하고 직접 시행해 왔다. 산발적인 현상은 지난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팸투어 형식의 템플스테이는 일상화돼 있지만, 대중화를 위한 대상은 이른바 나눔과 힐링이 절실한 소외 계층에 맞춰져 있다. 다문화 가정, 노숙자, 해고 노동자, 실직자, 장애인, 감정노동자,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 세대까지. 그 스펙트럼은 다양하고 넓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관심과 조계종 노동위원회 발족으로 촉발된 노동자 껴안기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던 터부를 깬 종교 활동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장기 파업 중이던 MBC 노조원 대상 행사와 올해 김제 금산사에서는 해고 및 파업 노동자들을 초청했다. 용어조차 낯선 ‘감정노동자’를 위한 템플스테이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지난 6월 서울시 다산콜센터 직원과 함께 한 ‘다(茶).락(樂).선(禪) 힐링타임 템플스테이’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주는 일례가 됐다.

힐링의 아이콘인 혜민스님과 함께 하는 ‘2030 마음치유 템플스테이’는 취업문제와 경제난, 학업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청년들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이 행사에 대한 참여 열기는 150명 참가 접수가 일찌감치 마감됐다는 후문에서 알 수 있다.

찾아가는 템플스테이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템플스테이가 가진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보다. ‘나를 위한 행복여행’이라는 슬로건이 말하듯이 국민 개개인이 행복을 찾게 하겠다는 종교의 진면목을 반영한다. 지난해 12월 불교문화사업단은 의미 있는 통계를 내놓았다. 5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SQ(자아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민 중 불과 5% 만이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5%의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문화사업단이 템플스테이가 일상적인 문화아이템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절대다수가 행복하지 않는 현실에서 템플스테이가 행복의 작은 불씨가 되겠다고 서원한 것이다. 때문에 템플스테이의 대중화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등이 우선 대상이 된 것은 그들이 일반인보다 행복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템플스테이 참가자 후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처럼 진행하셔도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좋았습니다. 힐링이 됐고 다시 오고 싶습니다. 변화된 내가 돼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하고 싶어요. 다른 직원들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정노동자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참가자들이 남긴 후기에는 나만 경험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다른 직원도 동참하는 기회를 주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렇듯 템플스테이의 대중화는 저변 확산이나 참여율 제고라는 상업적인 목표보다는 국민행복시대에 충실한 종교 본연의 목적을 견지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세상을 행복하게 생명을 건강하게 한다는 목표를 템플스테이를 통해 구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 사회통합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팔공총림 동화사 연수국장 혜문스님은 “대중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필요성을 인식하는 마인드가 필수”라며 “문화사업단과 운영 사찰이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노동위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서 1박2일간 노동자 초청 템플스테이를 연다. 이어 11월 해남 미황사에서 같은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불교신문2945호/2013년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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