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시드니 ‘1700년 한국불교의 지혜’ 행사

 

르 꼬르동블루 요리학교에서 사찰음식을 시연하는 모습.

불교문화 체험장에 2만명 다녀가

호주의 한국불교 위상 높여

대표단은 일주일간 시드니에서 머물며 컵등, 단주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통해 한국불교문화를 소개했다. 포교원장 지원스님과 중앙승가대 총장대행 미산스님은 각각 대중법문과 영어강연으로 현지인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했다. 비구니 스님의 출가와 수행을 영화화한 ‘길위에서’도 4회 상영돼 한국불자들과 현지인의 관심을 모았다. 이외에도 호주 현지 관광업계와 조리업계, 언론사를 초청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를 알리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장을 찾은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들은 컵등과 단주를 직접 만들고, 단청문양에 색을 칠하면서 연신 “뷰티풀”을 외쳤다. 한글반야심경 인경체험은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쉴 틈이 없었다. 한글이라는 낯선 문자를 접하고, 먹을 묻혀 찍어내는 것 자체가 생소해서라고 한다. 단주만들기 체험부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재료가 소진되기도 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이자 시드니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오페라하우스등(燈)은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형상화한 전통등을 보는 스님들.

이번 한국불교 세계화 행사를 통해 종단에서는 정법사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호주불교연합회나 한인회, 영사관 등과 연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 정법사 신도를 대상으로 전통등 강습도 진행했다. 정법사 회주 기후스님은 “이번 행사를 통해 호주의 한국불교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흐뭇하다”며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불교위상이 높아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미술관 안에서는 사찰음식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가 병행됐다. 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팀과 대안스님은 현지인들에게 직접 사찰음식 조리법을 시연하고,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다. 호주불교연합회와 정관계 인사들과 사찰음식을 공양한 것 외에도 호주한국음식협의회를 대상으로 강연 및 시연을 진행했다. 또 호주 현지여행사와 관광업계, 요리전문가 및 조리업계 초청만찬도 마련됐다.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시드니 분교에서 현지 교수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찰음식에 대해 강연했다. 이 자리에는 50여명의 참가자들과 르 꼬르동 블루 파리 본교 관계자들까지 함께 해 사찰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불교문화사업단장 정산스님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한국불교를 세계에 전하고 1700년간 이어져 온 참된 행복의 지혜를 세계인과 나누고자 이번 행사를 주관했다”며 “전통등과 불교문화에 열광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불교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느꼈다”며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오세아니아주 연락사무소 개원

종단.사찰간 네트워크 강화 모색

정법사 오세아니아주 해외연락사무소 개원 현판식.

호주 시드니 정법사에 조계종 오세아니아주 해외연락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지난 8월26일 시드니 정법사(회주 기후스님)는 오세아니아주 해외연락사무소 현판식을 갖고, 지역 사찰 연계 및 종단과 유대강화에 닻을 올렸다.

이번 정법사 연락사무소 개원은 종단핵심과제인 ‘한국불교 세계화’의 일환이다. 종단은 한국불교를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그간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뉴욕과 파리를 방문해 한국의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을 소개했으며, 그 성과로 해외특별교구법을 제정하고, 미동부해외특별교구를 설립했다. 해외연락사무소는 특별교구보다 낮은 단계지만,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인근 종단 사찰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에 있는 종단과 연결해주는 매개역할을 맡는다.

오세아니아주 해외연락사무소 개원을 계기로, 종단은 앞으로 정법사에 △격년단위로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에 약간 명을 초청 △종단이 발행하는 포교자료를 모아 년 2회 이상 정기지원 △지역연락사무소 추천으로 호주불교계 스님의 한국 초청 및 종교비자 취득 업무 지원 △연락사무소 지정 사찰의 신도 및 신도2세의 한국문화체험 지원 △조계종 포교원 신도등록제도 활용 통한 신도 정체성 확보 지원 △한국불자 해외 방문시 지역연락사무소 연계프로그램 개발 지원 및 홍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법사가 해외연락사무소로 지정된 배경에는 오랜 역사와 함께 교민포교에 독보적인 역할을 해온 덕분이다. 최근 들어 호주불교계도 급성장하고 있다. 30년 전만해도 불교인구가 전무하던 호주 인구 5%에 달하는 불자가 생겨났고, 현지에서는 세 번째로 많은 종교 인구를 갖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노력으로 이뤄진 정법사의 포교성과는 이곳에 조계종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결정적인 이유다.

총무원 사회부장 법광스님은 “앞으로 종단은 해외 사찰 및 연락사무소 업무 관리를 위해 부서통합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관계 주류 인사와 사찰음식 나눠 

호주 연방정부 다문화장관도 참석 

 

지난 28일 현대미술관 6층 하버룸에서는 호주 정관계 주류인사 초청만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종단 대표단과 이휘준 시드니총영사, 호주연방대표를 대표해 다문화장관인 케이트 룬디 상원의원, NSW주 빅터 도미넬로 다문화 장관 등과 호주불교연합회장 수뜨아모스님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스님들의 수행의 방편이자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 삶의 전환이 될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소개하며 한국을 방문해 직접 체험해 볼 것을 권했다. 6.25 전쟁 당시 참전국 가운데 하나인 호주와 한국의 오랜 우호관계를 언급하며, 상생했던 두 나라가 둘이 아님을 역설했다.

케이트 룬디 다문화장관은 “호주시민들에게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조계종에 감사하다”며 “호주사회에서 한국인의 기여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한국과 호주가 상호협력해 유대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친구들” 하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NSW주 빅터 도미넬로 다문화 장관은 “연꽃등 만들기, 인경체험 등을 통해 한국의 오래된 불교를 만나는 이번 행사는 시드니를 대표하게 될 것”이라며 “다문화를 형성한 NSW주에 불교가 빛을 발하면서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하나가 되게 하는 것 같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에 앞서 8월26일에는 호주불교계 초청 오찬이 열렸다. 호주불교연합회 회장 수뜨아모스님, 부회장이자 2009년 만해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빤냐와로 스님, 푸옥탄 스님 등 호주불교연합회 및 호주불자연합회 관계자 50 여명이 참석해 호주불교활성화를 기원했다. 수뜨아모스님은 “한국불교 역사에 비해 호주불교 역사는 100년에 불과하지만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불교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하며 “호주에서 불교를 포교하는 데 어려운데, 이번에 조계종이 시드니에서 한국불교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전해줘서 호주불교를 대표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시드니=어현경 기자

 

 

 

총무원장 스님이 소년의 인경체험을 도와주고 있다.

■ 호주지역 한국불교 역사

1970년대 숭산스님이

퀸즈랜드 주에 대광사 선원 개원

현재 한국불교 중추적 역할 하는

정법사 관음사 법보사 포교 활발

호주지역 한국불교가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불교국제네트워크가 발행한 국제포교 잡지 〈붓다링크〉에 따르면 당시 월남 종전이후 한국인 근로자들이 호주로 유입되면서 한국불교 포교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불교 세계화에 앞장섰던 숭산스님이 1970년대에 호주 퀸즈랜드 주에 대광사 선원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포교활동에 들어갔다. 1980년대 초 시드니 서부 썸머 힐에서 한국불교달마회가 결성됐다. 1990년대 이후 해외포교의 원력을 세운 스님들의 진출로 한국사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불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정법사를 비롯해 펀치볼 지역에 관음사, 우드포드 지역에 법보사가 있어 시드니 지역과 뉴사우스웨일스 주(NSW) 일대에 거주하는 불교신도들의 신행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의 지역에는 한국사찰이 없어 한국불교 교세는 미약하다.

정법사는 현재 200세대 이상의 신도들이 법회에 참석하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우뚝 섰다. 정법사는 1993년 3월 불광사와 달마사가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회주 기후스님은 1991년 대만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불광사와 달마사의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시드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창건 초기 한 동의 법당 건물에서 시작한 사격은 지난해까지 네 동의 전각을 마련해 이제는 한국불교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비구니 스님인 정오스님이 세운 관음사는 1988년에 문을 열었다. 스님이 선방에 있을 때 “호주에 스님 없는 절이 있는데 운영조건이 열악해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불사기금 마련을 위해 신도들과 함께 전통식품을 만들어 한국식품점에 남품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현재 정기법회 뿐 아니라 템플스테이, 다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법보사는 비구니 스님인 법일스님이 1993년에 창건했다. 호주 블루마운틴에 위치한 유일한 한국사찰이다. 일요법회를 비롯해 멜번 지역 법회를 주관하는 등 지역 불자들의 수행처 역할을 하고 있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 총무원장 자승스님 인터뷰

“한국불교 세계화는 계속 돼야”

한국불교 세계화의 일환으로 지난 8월24일부터 28일까지 호주 시드니 현대미술관에서 ‘1700년 한국불교의 지혜’ 행사를 진행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으로부터 한국불교 세계화 사업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앞서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뉴욕과 파리를 방문했던 스님은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불교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의 경우 일본의 젠, 달라이라마로 대표되는 티베트불교, 중국불교가 주류고, 프랑스 역시 티베트와 베트남불교가 활발하다. 호주에서는 태국불교와 베트남불교가 활약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인지도가 낮은 까닭은 한국 스님의 경우 교민 위주의 포교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의 포교역량을 기르는 동시에, 현지 사찰의 역량을 키우는 게 종단차원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국불교 세계화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차기 어느 집행부가 들어서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해마다 불교 불모지를 찾아가 한국불교를 소개한다면, 한국불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행사를 치르면서 종단의 역량도 향상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현지 사찰과의 연계가 한국불교 세계화의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해외 곳곳에 종단 소속 사찰이 있지만 대다수는 각자 인연에 따라 자생한 사찰들이다. 그러다보니 종단과 유대감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종단이 해외특별교구를 지정해 해외 사찰을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동부해외특별교구를 지정한 것이나 최근 시드니 정법사에 오세아니아주 연락사무소를 개원한 것도 같은 취지다. 연락사무소는 지역 사찰과 종단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종단은 연락사무소를 통해 호주불교에 대한 상황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지원해야 할지 방식을 고민할 것이다.

스님은 한국불교 세계화 사업이 결실을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현재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외국인 스님을 재교육한 뒤, 해외사찰에 파견해 종단이 소정의 보시금을 제공하고 현지사찰에서 포교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용인 화운사에 위치한 국제불교학교는 해외포교를 전담하는 비구니 스님들을 기르는 종단 유일의 학교이기도 하다. 1기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에서 현지포교를 하고 있다.

자승스님은 이런 원칙이 지속적으로 지켜져야 한국불교가 세계인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33대 집행부의 사업은 뜨거운 물을 부으면 3분 만에 완성되는 인스턴트 같은 정책이 아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로드맵을 만들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종도들의 의식이 변하고 개정된 종헌조법을 이행해 천천히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김을 매고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신문2942호/2013년9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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