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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화엄사 지킨 故차일혁 경무관 공덕비 제막화엄사, 소실 막아낸 숭고한 뜻 기려
  • 호남지사=진재훈 기자
  • 승인 2013.08.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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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화엄사를 초토화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은 당시 한 경찰관의 항변이었다.

8월21일 오후 구례 화엄사 경내. 고(故) 차일혁 경무관(1920∼1958)의 공덕비가 세워졌다. 지난 1998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인 월주스님과 호남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화엄사에 공적비를 세운지 15년만이다.

   
공덕비 옆에 놓인 故 차일혁 경무관의 사진.

이날 화엄사에 세워진 공덕비는 최근 차 경무관의 공적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전 화엄사 주지 종삼스님과 현 주지인 영관스님이 조성한 것이다. 원래 있던 공적비는 후손인 차길진 법사가 차일혁 기념사업관으로 옮겨 그 뜻을 기리게 됐다.

차일혁은 1951년 5월 한국전쟁 당시 남부군 토벌작전에 참가했다. 당시 그는 빨치산의 근거지가 될 만한 사찰과 암자를 불태우라는 상부명령을 받자 화엄사 각황전의 문짝 만을 떼어내 불태우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리고는 상부에 “문짝만 태워도 빨치산의 은신처를 없앨 수 있다”고 보고하며 천년고찰을 지켜냈다.

그는 작전명령을 어기며 화엄사, 쌍계사, 천은사 등 지리산 일대 고찰과 금산사, 백양사, 선운사 등을 전화(戰火)에서 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경찰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200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경찰청도 뒤늦게 그의 업적을 조명하며 2011년 8월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 추서했다. 또한 2012년에는 국가보훈처가 한국전쟁 영웅으로 선정했으며 올해에는 전쟁기념사업회 호국의 인물로 이름을 올렸다.

   
참석자들이 故 차일혁 경무관의 공덕비를 제막하고 있다.

전북 김제 출신인 그는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광복 후 귀국해 일본 고등계 형사 사이가 쓰보이를 저격하는 등 일제 잔당을 청산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남한의 유일한 발전소인 전북 정읍 칠보발전소 탈환과 지리산을 장악한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 사살 사건은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1951년 당시 18전투대대 대대장이었던 차일혁은 전투대원 75명의 수적 열세를 딛고 국가기관시설인 발전소를 점령하기 위해 대치하던 2500여명의 빨치산을 응징하며 칠보발전소를 사수했다.

1953년 총경으로 승진한 그는 전투경찰대 제2연대 연대장으로 임명돼 그해 9월 남부군 총사령관인 이연상을 사살하며 사실상 토벌작전의 종지부를 찍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현상을 사살한 후 인간적인 연민으로 시신을 거둬 화장한 뒤 골분을 섬진강에 뿌리고 장례를 치러 주기도 했다.

그는 ‘이현상 토벌’이라는 혁혁한 전공(戰功)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명령 불이행으로 총경직에서 승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공적을 인정한 조계종 초대 종정인 효봉스님은 1958년 5월 감사장을 수여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그는 38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이날 공덕비 제막식에는 차일혁 경무관의 아들인 화엄사 명예신도회장 차길진 법사와 김장실 국회의원, 전석종 전남지방경찰청장, 서기동 구례군수와 스님과 불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화엄사 주지 영관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고인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화엄사와 천은사 등 고찰들은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면서 “오늘 세워진 공덕비를 통해 차일혁 경무관의 민족문화유산 수호에 대한 숭고한 뜻을 기리고 후손들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만대에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故 차일혁 경무관의 아들인 차길진 법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높이 2.97m, 너비 3m의 이 공덕비는 기단은 화강암으로 상단은 대리석으로 제작됐으며, 고은 시인이 비문을 짓고 글씨는 차 경무관의 아들인 차길진 법사가 썼다.

비문에는 “이제 해원의 때가 무르익었으니 천하의 영봉 지리산을 생사의 터로 삼아 동족상잔의 피어린 원한을 풀어 그 본연으로 돌아감이 옳거니 여기 근본 법륜 화엄사 청정도량에 한 사람의 자치를 돌에 새겨 기리도록 함이라”며 공적을 기렸다.

한편 차길진 법사는 화엄사에 경봉스님의 친필 ‘화엄’ 진본 1점과 아버지인 차 경무관이 효봉스님에게 받은 감사장과 영인본 등 모두 6점의 자료를 기증했다.

화엄사도 자료 기증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차 법사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故 차일혁 경무관 자료를 기증하는 차길진 법사.
   
 

호남지사=진재훈 기자  365lif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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